11월 25일 금요일, 갑작스레 잡힌 대전 출장. 회사에도 들르지 못하고 아침에 바로 대전으로 출발합니다. 하지만, 항상 '을' 입장에서는 시간에 맞춰가도 '갑'을 기다려야하죠. 1시간 정도 기다리다가 사람을 만나서 업무를 시작합니다.
그렇게 업무를 보다가 갑자기 이런 생각을 했죠. '내일이 쉬는 토요일이고, 아들도 학교를 안 가는 날이네!' 그리고 시간을 보니, 대략 4시 정도면 일이 끝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아내에게 문자를 날렸죠. 아들 학교 끝나면, 대전으로 기차 타고 올 수 있냐고 말이죠.
사실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둘째 아이(15개월)가 아직 어려서, 아내 혼자, 기차를 타고 애 둘을 데리고 오기는 힘들 겁니다. 하지만, 아내에게서 온 문자는 예상외로 "OK"였습니다. 그리하여 저는 일을 끝마치고, 계룡산 동학사 입구로 달려갔습니다. 저희가 하루 묵을 방을 미리 구해놓기 위해서죠.
주차장에서부터 제가 올라왔던 반대 방향으로 천천히 걸어 내려갔습니다. 이 주변에는 민박이나 펜션들이 많이 있거든요. 그래서 저렴하고 깨끗한 방을 구하려고 한 군데씩 들어가 보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금요일은 이미 주말의 시작이라 방을 구하는 게 쉽지 않았죠. 시설 좋은 곳은 벌써 예약이 끝난 상황이었습니다. 할 수 없이 방이 있는 곳까지 내려가 봅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소원을 비는 두꺼비가 있다는 사찰까지 이르게 되었습니다. 모 방송국에서 방영이 되었다는 화려한 플래카드가 나부끼는 사찰. 유명 연예인과 정치인들도 다녀갔다는 사찰. 그래서 선거에 당첨된 사람이 많다는 얘기까지...
영험한(?) 두꺼비 상 앞에 섰습니다. 그러나 막상 그 앞에 서니, 제 소원이 과연 무엇인지, 언뜻 생각이 나질 않는 것이었습니다. 돈과 명예, 건강과 행복, 승진. 이런 소원은 너무 흔한 것이라서 그랬을까요? 전 아무런 소원도 빌 수 없었습니다.
자신이 정말 이루고 싶은 소망이 있다면, 항상 가슴 속 깊이 세기고 다녀야합니다. 그래야 이뤄지든 말든 하죠.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별똥별이 떨어지는 짧은 순간에도, 그 소원을 바로 말 할 수 있게, 항상 가슴에 지니고 다녀야합니다. 소원이란 그런 노력이 있어야 이뤄질 수 있답니다.
그렇게 잠시 두꺼비 앞에서 서성이다가, 눈앞에 보이는 민박집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간신히 방을 구했죠. 주인 말로, 금요일 계룡산 주변 민박들은 거의 다 찬다고 합니다.
이제 시간 맞춰서 기차역으로 나갔습니다. KTX를 타고 내려오고 있는 아내와 아이들은 좌석이 없어서, 간신히 자유석을 끊었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미리 예매를 하는 건데, 오늘 일은 너무 즉흥적으로 벌인 일이라서 그럴 수 없었죠.
저희는 그렇게 아침에 헤어졌다가 다시 만났습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반갑죠? 타지에서 만나서 그런가봅니다. 그리고 다시 계룡산 입구도 돌아와 늦은 저녁을 먹었습니다. 산 밑에서는 당연히 산채정식을 먹어줘야죠. 그리고 동동주도 기본으로 먹어주시고.
산에 오면, 저희는 이렇게 꼭 산채정식을 먹습니다. 산채정식은 가는 지역마다, 또 같은 지역이라도 식당마다 각양각색이라서 참 좋습니다. 지금까지 음식이 가장 맛있었던 곳은 대둔산이었는데, 그 음식을 먹으러 산에 가는 날도 있었답니다.
또 좋은 건, 특별히 다른 안주를 주문하지 않아도, 넉넉한 밑반찬이 훌륭한 동동주 안주가 된다는 사실. 이것만으로도 산채정식을 먹을 이유가 충분하지요. 자! 이렇게 또 하루가 지나갑니다. 이번 주말은 어쩐지 길 것 같다는 예감이 드네요.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제 블로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