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맘때 쯤이면 유난히 길거리에 꽃을 들고 여기저기 걸음을 옮기는 이들이 많다. 특히 11월 대학가, 예술대에는 졸업시즌을 앞두고 졸업작품을 보여주는 시기이다. 미술이나 디자인과 같은 시각예술의 경우 자신의 졸업전시을 두고 한참을 씨름하다 대부분 생애 첫, 그리고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전시를 한다. 음악이나 공연, 영상매체를 전공하는 음악과나 영화과, 무용과 역시 마찬가지이다.
국내 대학의 숫자는 347여개(2011년 3월 2일 대학교육협의회 및 전문대학교 교육협의회 등록기준), 이중 대부분의 학교에 예술관련 학과가 1개 이상이 개설되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예술관련 졸업자만 해도 해도 엄청난 숫자가 된다.
초대를 받아간 한 대학의 A씨(가칭)는 "이번 졸업전시에 걸린 서양학과 작품수만 40여 점이 넘는다"라고 전했다. 대학에 개설된 예술 관련 학과의 개수가 예술에 대한 관심과 인지도와 만약 일치한다면 한국은 문화예술이 주도(?)하는 나라라 해도 무관할 것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예술의 위치는 어떠한가? 찾아간 졸업 전시에는 저마다의 가족과 지인들이 꽃과 선물을 건내며 졸업을 축하하는 풍경이었지만 정작 A씨는 이마저도 부담스럽다 하며, 요즘 가장 듣기 싫은 질문이 "졸업 하고 뭐할 것이냐"란다. 졸업한다고 하니 저마다 한마디씩 전하는데 대답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좁아져 가는 취업난이야 모두들 매한가지라지만 회사에 취업하는 일보다 개인적 작업이 많은 예술계 졸업생들에게 졸업후의 진로는 더욱더 가혹하다.
매 학기 기본 등록금이 470만 원 정도에 재료비나 실습비를 합치면 500만 원이 훌쩍 넘는다. 한 대학의 작곡과에 재학중인 4학년 K씨 역시도 기본 등록금도 비싼데 거기에 레슨비를 합치면 500만 원에서 600만 원 까지도 내야하는 등록금에 부모님 얼굴 뵙기가 죄송하단다.
"졸업을 하려면 졸업작품을 내야 졸업이 되는데 여기서 연주자나 관련 CD, 팜플렛을 제작하는 것까지 다 개인이 부담해야 해 졸업하는데만 대부분 100만 원이 듭니다. 돈이 없으면 졸업도 못해요, 그나마 저희는 사정이 더 나아요 합창지휘를 전공하는 친구는 합창단을 섭외해야 하는데 연습할 때마다 단원들 간식비에 지휘할 때 입어야 할 연미복 대여비까지 3백만원 가까이 들었다 하더라고요. 많은 친구들이 졸업 이후 진로가 불투명해 이번이 마지막 공연이다 하고 큰 부담을 지고서라도 졸업작품을 냅니다.모두 감당하기가 어려워 학자금 대출을 받았는데 졸업을 하기도 전에 빚이 2천만원이 넘게 되어버렸어요. 돈은 갚으면 되다고들 하지만 전공 특성상 일반적 회사에 들어가는 것 보다 혼자 작업하는 특성상 수익을 내는 구조가 일반 회사하고는 달라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합니다."예술을 하나의 사치품으로 여기는 사회가 더 힘들게 해이보다 졸업을 앞둔 예술대생들의 가슴에 멍을 들게 하는 것은 자신들의 창작물을 내놓고 소통할 수 있는 통로가 조밀하게 마련되어 있지 않고, 사회 인식 역시 예술을 하나의 사치품으로 여기는데 있다.
비싼 등록금을 내놓고서라도 졸업 이후 예술을 지속할 수 있다면 괜찮지만 우리 사회에서 예술은 대부분 비싼 관람료를 지불하여 전시장이나 공연장에 여가를 활용할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즐기는 것쯤으로 인식되고 있는 현실이다.
최근 잇달아 자살한 예술대생들에게 향한 날선 인식이 공존하는 것은 예술하는 이들 자체도 소위 돈 많은 이들의 사치스러운 교양 정도, 혹은 가난을 자처한 이들로 여겨지면서 일어나는 현상 중 하나일 것이다. 또, 추계예대와 같은 예술대에 부실대학 선정을 4대 보험과 취업률로 기준 설정한 것 역시 예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어떠한가를 잘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일 것이다.
사실 예술 자체는 우리가 보는 TV와 같은 미디어 매체나 음악 안 등 일상 속 여기저기 쉽게 찾을 수 있지만, 예술인들 스스로도 자신들을 고급화 시키려는 경향과 사회 속 예술을 향한 인식이 맞물려 예술을 실지로 수용하고 향유하는 이들이 얼마나 될지는 의문이다. 특히 미술시장의 경우 대형 화랑이나 기업을 통해서 미술품들이 부동산과 같은 투자∙ 투기품으로 거래 되는 것이 심화되고 있다. 대부분이 대형 화랑들이나 기업이 투자를 하기 때문에 작가 역시도 홍보가 용이한 스타 시스템 속으로 편입 되기도 하는데, 창작물 보다는 작가의 스타성에 더 치중하는 현상이 되풀이 되면서 신진 작가들의 다양한 창작물이 공유되는 벽은 더욱 커지며 상실감이 더해지고 있다.
예술계의 인식이나 그를 향한 문화, 세계를 구축하는 것은 이를 만들어 나가는 이들의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나 일정부분 사회구성원들이 사회로 진출할 수 있는 통로와 그 통로의 대한 병폐가 위치한 곳에 적절한 정책적 함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http://blog.daum.net/jojea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