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소속 현역의원의 비서가 연루된 중앙선관위 홈페이지 디도스 공격 사건에 대한 경찰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0·26 재보선 당시 투표소가 대거 변경된 데 대한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다.
투표소는 특별한 사안이 발생하지 않는 이상 바뀌지 않는다는 사회 통념상, 일부에서는 선관위가 투표율을 낮추기 위해 고의로 투표소를 다수 변경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반면 선관위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적극 반박하고 있다.
서울 투표소 4곳 중 1곳 변경... 못 찾고 돌아간 직장인 많아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이하 '나꼼수')>는 지난달 26일 방송에서 서울 시내 투표소 위치 현황을 전수 조사한 결과, 지난해 6·2 지방선거 당시의 투표소 2218곳 가운데 모두 572곳(25.8%)이 바뀌었다고 발표했다.
이같은 결과는 서울 시내 투표소 4곳 중 1곳이 바뀐 것으로, 나꼼수 측은 이것이 투표율 저하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침에 일찍 투표하고 출근해야 하는 젊은 직장인들이 바뀐 투표소를 미처 찾지 못하고 돌아서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나꼼수 측은 4일 방송에서는 이같은 사실을 반증하기 위해 투표소 변경률이 높은 곳들의 투표율을 예로 들었다. 투표소 변경률이 무려 41.2%로 가장 높은 금천구의 경우, 6·2선거에 비해 투표율이 8.3%p나 떨어져 평균 하락율의 거의 2배에 달했다. 재보선이었던 10·26선거는 전국적으로 실시된 6·2선거에 비해 투표율이 4.3%p 하락했다.
이어 광진구 5.3%p, 구로구 6.9%p, 동대문구 6.4%p, 동작구 5.8%p 등 투표소 변경률이 30%를 넘는 강북 투표구는 모두 평균보다 높은 하락률을 보였다. 반면, 강남3구에 속하는 서초구는 투표소 변경률이 31.6%인데도 투표율은 1.3%p만 하락했고, 강남구와 송파구 역시 1.3%p, 3.9%p로 평균 하락률 4.3%p에 못 미쳤다.
이에 대해 나꼼수는 "야권 지지가 높은 지역은 투표소를 못 찾은 사람들이 많아 투표율 하락률이 높았지만, 계획도시라서 아파트가 많은 강남지역은 투표소가 바뀌었어도 찾기가 어렵지 않아 덜 하락했다"며 "이를 홈페이지 다운 문제와 연동하면 상당히 의미있고 위중한 사건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PD수첩 "누구에게 이득이 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또한 MBC <PD수첩>도 6일 방송에서 비슷한 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PD수첩>은 10·26 재보선 당시 디도스 공격이 진행되고 있던 오전 7시 투표율을 백분위로 환산한 결과를 가지고 투표소 변경률을 비교해 보았다. 6.2지방선거와 10.26재보건 투표율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 결과 서울 시내 평균 투표율은 6·2지방선거 때 4.7%였으나 10.26재보선 때는 4.5%로 0.2%p 낮아진 것으로 밝혀졌다.
나꼼수 측과 마찬가지로 투표소 변경률 30% 이상 되는 7곳의 투표율을 조사해보니, 광진구 1.2%p, 성북구 1.2%p, 서대문구 0.8%p, 서대문구 0.8%p, 구로구 0.4%p, 동대문구 2.0%p, 금천구 1.0%p가 역시 평균보다 떨어졌으며, 강남의 서초구는 역시 높은 투표소 변경률에도 불구하고 0.3%p만 떨어져 큰 변화가 없었다.
<PD수첩>은 "만약 용의자들이 투표율을 낮추기 위해 출근시간대에 디도스 공격을 감행했다면, 그리고 그것이 투표율에 영향을 미쳤다면, 그 범행이 누구에게 이득이 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며 "경찰은 철저한 수사를 해서 범행의 진상과 배후를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보선 투표소 변경 상황에 대해 전수조사를 벌인 민주당 최영희 의원실 여준성 보좌관은 "조사 결과에서 보듯 투표소가 대거 바뀜으로써 야권 지지 성향이 높은 지역 투표율이 훨씬 더 낮아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누군가 나경원 후보가 선거에서 이기는 것을 원하는 세력이 개입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선관위 "젊은층 투표율 낮추기 시도? 절대 있을 수 없다"그러나 이에 대해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투표소는 인구수와 지형, 교통을 고려해서 결정한다"며 "6·2지방선거 땐 휴일이라서 학교와의 협조가 원활했지만 10·26재보선 때는 평일이었기 때문에 학교 및 공공기관이 쉬지 않아 투표소를 바꿀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일부에서 제기하는 젊은층 투표율을 낮추기 위해 투표장소를 대거 옮겼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투표소를 옮기면 젊은층뿐 아니라 노인들한테도 항의가 엄청 온다"며 일축했다. 그는 또 "일부의 의혹대로 투표율 낮추기 시도가 있었다면, 선관위뿐만 아니라 다른 자치단체까지 동원되어야 하는 등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극구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