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김대중 대통령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김정일 위원장의 만남(2000년 6월 13일 평양)은 평화통일을 염원하던 7천 만 겨레에게 희망을 안겨주었다. 이틀 후 발표된 6·15공동선언은 대립과 반목의 남북관계를 대화와 타협의 길로 이끌어냈다.
그러나 2008년 2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평양은 북한을 돕는 민간단체장도 방문하기 어려운 금단의 지역이 되어버렸다. 금강산 관광은 옛날 얘기가 되었고, 중국의 북한 식당에서도 여성 접대원들과 대화는커녕 식사 후 공연하는 모습조차 사진촬영을 금하고 있어 관광객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북한을 향해 핵을 포기하고 개방하면 잘살게 해주겠다며 '비핵·개방·3000'을 외쳤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연평도 포격'이요, 남북관계는 요즘 날씨만큼이나 꽁꽁 얼어붙어 있다. 휴전선에서 총소리만 들려도 동네 가게의 라면이 동나던 20~30년 전으로 후퇴한 느낌이다.
남북관계가 호전될 기미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고, 추운 날씨는 마음마저 얼어붙게 하는 요즘 조금이나마 녹여줄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주인공은 군산시의회가 지난 6월에 제정한 '북한 이탈주민 정착지원조례'.
"북한 이탈주민, 따뜻한 동포애로 품어야"
전북 자치단체 중 최초로 '북한 이탈주민 정착지원조례안'을 발의한 군산시의회 이복(李馥)의원은 "이제는 북한 이탈 주민도 대한민국 국민으로, 군산시민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생각에 조례안을 발의하게 됐다"고 말했다.
일요일(11일) 오후 사무실에서 만난 이 의원은 "국내 탈북자가 2만 명이 넘고, 군산도 2~3개월에 한 명씩 오던 이탈주민이 최근에는 매월 2~3명으로 늘어나 100명(12월 11일 현재 107명)을 넘어섰다"면서 "우리 사회가 이들(이탈 주민)을 따뜻한 동포애로 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군산거주 이탈주민 다수가 여성으로 취업률이 20% 미만이고, 대학교육도 2%에 불과해 정착단계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어 명확한 지침이 필요하다"며 "취업자 대부분이 식당 아르바이트 수준으로 취업은 물론 교육, 의료, 법률 등의 제도적인 지원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북한 이탈주민을 돕는 일은 군산 발전에 이바지하는 일이기도 하다고 말하는 이 의원은 "자유를 찾아 내려온 이탈주민이 살기 좋은 지역을 찾아오는 것은 당연하다. 인구 증가와 경제발전에 실질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지역기업들이 결연을 맺고 '멘토'가 되어주기를 희망했다.
이 의원 설명에 의하면 발의한 조례안에는 북한 이탈주민지원 지역협의회를 15명 이내로 구성해서 취업지원, 교육지원, 의료 법률 지원사업을 펼쳐나가도록 하고 있으며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지원이 동시에 가능토록 제도화하고 있다.
또 지역협의회의 효율적인 운영을 보좌하고 협의회에서 위임받은 사항을 처리하기 위한 실무협의회를 구성해 운영토록 하여 북한 이탈주민에게 실질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짜여 있다.
"보수단체들도 북한 이탈주민에게 관심 가져야"
이복 의원은 "북한 이탈주민을 돕는 보수단체가 극히 제한적이어서 아쉽다"며 "말로만 북한의 야욕이 어떻다고 성토하고 북한 정권이 붕괴되기만 기다릴 게 아니라 사선을 넘어 자유를 찾아 내려온 이탈주민에게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군산시는 북한 이탈주민 지원 조례안 제정에 따라 지난 8월 지역협의회 민·관 위원 14명을 선발했으며, 11월 30일에는 각종 지원 사업을 협의하고 추진해 나갈 군산시 '북한이탈주민지원 지역협의회 위원' 위촉식을 가졌다.
위촉장을 받은 민·관 위원 14명(북한 이탈주민 포함)은 앞으로 북한 이탈주민이 군산 시민으로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인적, 물적 네트워크를 통해 정착에 필요한 여건과 환경을 만들어 주는 데 큰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된다.
군산시 관계자는 "수많은 난관을 극복하고 사선을 넘어 자유를 찾아온 북한 이탈주민을 위해 아낌없는 지원과 그들의 소망이 성취되어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온 힘을 기울여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군산에 정착한 지 4년 되었다는 김성숙(가명: 39세)씨는 북한이탈주민지원 지역협의회 위원으로 뽑혀 위촉장을 받은 소감을 묻자 "보람된 일을 할 수 있게 되어 자부심을 느낀다"며 "같은 처지에서 고생하는 이웃과 형제들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작년에 탈북자 남편(40세)과 결혼해서 올해 애 엄마가 됐다는 김씨 고향은 황해북도 연탄군. 김씨는 1995년 사리원대학을 졸업하고 인민학교(초등학교) 교사 생활을 2년 정도 하다가 생활이 어려워 외가가 있는 중국으로 갔다가 태국을 거쳐 군산까지 오게 되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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