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영어가 관심사임은 기정사실이다. 그런데 그렇게 많은 관심으로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지만 효율성은 늘 밑바닥을 맴돈다. 최근에는 그간 적지않은 예산을 투자했던 원어민 영어교육의 비효율성이 예산 부족(?)덕분에 비로소 드러나 고등학교수업에서 제외하기로 했다고 발표되었다.
그 근본원인과 해결책이 무엇일까. 영어사교육 강사로서 고민하다가 하나의 공통점을 발견했다. '모르는 단어는 읽지 못한다'는 점이 그것이었다. 특히 초중등 학생인 경우 읽기조차 힘든데 무슨 학습의지가 생기겠는가. 뒤늦게 영어를 공부하려는 성인들도 마찬가지 경우가 많았다. 특히 요즘같은 시대에 어린 자녀에게 영어교육을 해보려는 젊은 엄마들은
짧고 쉬운 어린이책을 읽다가도 가끔씩 튀어나오는 모르는 단어의 벽 앞에 좌절하곤 한다.
공교육은 물론 대학까지 나왔는데...모르는 단어, 읽을 줄도 모른다제대로 읽는 법, 즉 파닉스 교육은 현재 공교육에서 제대로 실행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안다. 따로 사교육을 받지 않았으면 영어교사나 강사들도 제대로 배워보지 못했으니 가르치기도 막연하고 애매한 부분이기도 하다.
나는 이런 문제를 해결해보려고 고민하다가 한글 활용에 이르게 되었다. 한글은 거의
대부분의 소리를 문자로 표현할 수 있는 문자다. 사교육에서 b가 ㅂ소리가 난다는 것을 가르치기 위해 b의 소리가 나는 bus, boy, bear 등 많은 단어들을 보여주며 ㅂ소리가 나는 것을 깨달을 때까지 훈련을 시킨다. 너무나 친숙한 ㅂ자 한번만 보여주면 될 것을 그렇게 씨름을 한다.
그렇게 우리 한글과 대응하는 자음의 소리값을 한글을 통해 눈으로 보며 익히고, 모음이
관련되는 몇 개의 규칙만 외워주면 어떤 영어단어도 읽을 줄 알게 되는 너무나 간편한 방법을 모두 정리하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알게 되었지만 나처럼 한글을 영어파닉스 교육에 활용하면 쉽고 빠른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은 전문가나 학자가 없지 않았음을 알게 되었고, 사회적 호응도
가 매우 낮음 또한 알게 되었다.
영어교육에 한글을 활용하는 것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전반적으로 부정적이다. 보지도 않
고 무조건 거부한다. 싸구려 취급을 받는다. 처음에 한글이 무조건 외면당했던 것처럼.
혹자는 한글을 써서 파닉스를 학습하면 발음은 어떻게 하느냐고 발음문제를 우려한다. 무슨 말씀! 한 글자 한 글자 분해해서 읽으므로 정확한 발음을 하게 된다고 설명해도 믿지를 못한다. 도대체 왜 한글활용은 무조건 거부부터 당하고 보는 걸까.
'영어양극화'라는 단어가 이제 점점 실감나는 세상으로 가고 있다. 그런데 공교육은 여전
히 신뢰할 만 하지 못하니 사교육 받은 아이들과 그렇지 못한 아이들의 차이가 점점 커질
까 두렵다. 그러나 경제적 지리적 이유로 사교육을 받지 못해도 하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그리고 읽을 줄만 안다면 세상에 넘치는 저렴하고 훌륭한 매체를 통하여 얼마든지 그 격차를 스스로 따라잡을 수 있다.
영어를 읽을 줄 알도록 가르쳐서 다음 단계로 올라가는 문턱을 낮춰주는 일은 공교육이
해결해주어야 한다. 그리고 그 방법으로 영어권내에서 자국내 이민자를 대상으로 개발된 파닉스 교육방식 말고, 우리 한글을 활용한 영어 파닉스 학습방식이 있음은 주목 받고
채택되어야 한다.
나는 이런 학습내용을 블러그에 모두 공개한 후 별다른 업데이트 없이 방치하다시피 했는데도 불구하고, 블러그가 제공하는 통계내용을 보면 흥미로웠다. 오직 파닉스 하나만 있는 변방의 블러그에 방문자수는 월평균 8천에 이르며, 이들은 거의 모두 '영어읽는 법'으로 검색유입되었고 더 흥미로운 사실은 유입자의 대부분이 20대와 30대였다는 점이다. 이는 우리사회가 고학력사회임에도 불구하고 영어읽는법을 알고 싶어하는 젊은 세대가 많다는 증거 아니겠는가.
블러그의 통계와 영어강사를 포함하는 수강생들의 극찬과 동감에 위로를 받으며 강좌를
지속하지만, 여전히 인정받지 못하는 방식- 한글을 활용하는 싸구려이미지의 서러움은 늘
담고 있어야했다. 그러던 어느 날 '뿌리깊은 나무'라는 너무나 멋진 드라마가 나타나서
내게 당위성과 명분을 제공해주기 시작했다. 그래! 내 방식은 싸구려가 아니다! 한글은 바로 이런 표음능력이 있는 멋진 문자야!라는.
위대한 한글의 탁월함? 감탄만 날고 활용을! 한글의 표음기능적 탁월함이 요즘 다시 조명 받고 있다. 이번 기회에 이러한 한글의 기능
이 영어뿐만이 아니라 다른 외국어의 파닉스 교육에도 적극 활용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어 한다. 한글의 '탁월성', '위대함' 찬양하고 감탄만 하지 말고 '활용'도 좀 적극적이었으면. 정말이지 지금까지는 사장되어있는 한글의 능력이다.
표의문자인 중국어는 표음문자인 알파벳을 빌려다 발음기호로 쓰면서 읽기 쉽게 만들어
문맹률을 낮추려고 시도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왜 같은 표음문자이면서 영어읽기에 활용을 하지 않는 것인가. 이제는 인식을 전환하여 적극적으로 활용하여야 한다.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가 방영되는 동안 나는 드라마가 재미있기도 하지만, 내가 하는 일
에 대한 자부심을 얻어 내내 행복했다. 사회적 인식을 바꾼다는 것은 정말로 힘든 일임을
안다. 전폭적 지지를 받으나 겨우 그 수가 아직은 소수에 불과한 변방의 힘없는 영어강사
인 내가 아무리 강조한들... 누군가 나보다 힘있는 전문가가 나서서 이 문제를 이슈화 시켜
주는 꿈이나 꾸면서 '뿌리깊은 나무'의 종영을 누구보다 아쉬워하고 있다.
세종대왕이 이 시대의 영어문제를 미리 아셨더라면 이런 말씀을 남기셨을지도 모르겠다.
나랏말싸미 영어에 달아 수년을 배우고도 읽지도 못하는 노미하니다.내 이를 어여삐녀겨 새로 스물여덟자를 맹가노니 후대에 이르러영어파닉스도 수비니겨 날로쓰매 편아케하고저 할 따라미니라한글활용 영어파닉스 맛보기 (블러그 캡쳐자료)
알파벳 음가표
이상은 저의 '한글로 영어파닉스 쉽게 배워요' 블러그 캡쳐화면입니다.
실질적으로는 F와 V는 한글표기가 곤란합니다.(상상컨대 조선시대에는 있었을지도.. )
일부 한글활용 어린이용 파닉스책 저자들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나름의 방식을 가지고 있는데 공식적 통일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위에서 간단히 본 것처럼 알파벳 음가의 몇가지 규칙을 알면 모든 영어단어의 읽기가 가능합니다. 이론적으로 파닉스 규칙은 모든 단어의 80%에 해당하며, 규칙을 지키지 않는 대부분의 단어는 자주 사용되는 단어들로써 노출빈도가 높은 단어라서 익히기에 큰 어려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