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평장터에는 사람이 있다. 두타산 밑에서 약초를 캐는 사람, 도계 산자락에서 토란을 키운 할머니가 장을 보러 온다. 동해바다에서 잡아 올린 도루묵과 문어, 싱퉁이(도치)가 제맛을 알아주는 사람을 만나 밥상에 올려지기를 기다린다. 뻥튀기 장사가 호루라기 '삐익~'불면 길을 가다가도 멈춰서 '뻥' 소리와 함께 퍼지는 고소한 냄새를 들이마신다.
좁쌀과 콩, 올망졸망 주인을 닮아 예쁘게 생긴 감자와 고구마, 산비탈 시골집 장독대에서 익은 된장과 장아찌가 북평장의 얼굴이다. 제철을 맞은 양미리와 동해바다에서 건져 올린 미역과 고르메가 유명 메이커다.
이웃마을에 사는 사돈을 만나면 손잡고 가는 곳이 장터 뒷골목 국밥집이고,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는 어묵가게 앞에서 사는 이야기를 나눈다. 늘상 마주치게 되는 장사꾼끼리는 종이컵에 따라서 돌려 마시는 소주가 최고다. 장터에서 젊은이나 늙은이나 술이 사이에 놓이면 형님 동생이 되고, 언니 누나가 된다.
북평장터의 단골 장사꾼 한약재상과 책력을 파는 골동품상은 꼬맹이 하나 지나가면 "저 사람 놀부같냐 흥부같냐"면서 장난을 건다. 찬 바람속에 하루를 살아야 하는 이들은 주저하는 꼬마의 난감한 표정에 한바탕 웃는다.
북평장에 명물이 하나 늘었다. 우리말을 잘하는 외국인 장사꾼. 자신이 만든 샌드위치를 내어놓고 호객행위를 한다.
"샌드위치 맛 있어요. 드시고 가세요. 따뜻한 사과차 드세요."많이 팔았느냐는 질문에 "아니요" 한다.
다른 걸 팔아 보라는 말에 "한국 사람들, 사람들마다 의견있어요. 영어 선생님해라. 돈 많이 버는 거 해라. 이거 안 된다. 저는 긍정적인 말 듣고 싶어요. 여름에 주스 팔고 건물 안에서 장사하고 싶어요"라고 말한다.
6개월 된 병아리 장사꾼에게 샌드위치는 안 팔아 주고 이래라저래라 간섭하는 이들이 많았나 보다.
내년 4월 국회의원선거를 앞두고 정치인도 자신을 팔러 나왔다. 한나라당도 민주당도 국민에게 잘 팔리고 싶어서 헤쳐 모여를 한다. 내용물은 같은데 봉투만 바꾼다고 시장에서 신뢰를 얻을 수 있을까?
약초 캐는 할머니와 친해졌더니 '시호'를 내어준다. 열을 내리고 간을 맑게 하고 양기를 돋우어주는 효능이 있는 약초란다. 북평장에 가면 어디에서나 보고 살 수 있는 물건보다, 그곳에만 있는 것, 사람의 정이 듬뿍 담긴 것을 사야 장을 제대로 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