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및 천막 농성 9일째."
전남대학교 대학본부 앞에 천막 하나가 설치돼 있다.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전남대분회'가 지난 13일 대학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무기한 천막 농성 및 파업에 돌입한 것. 전남대 비정규교수노조가 천막 농성을 벌인 것은 2004년 이후 7년만이다.
이번 파업은 시간당 강의료와 강의준비금 등의 처우를 두고 지난 5월부터 진행된 대학본부-노조 간 협상이 결렬되면서 시작됐다. 전남대분회는 11월 28일부터 지난 8일까지 파업에 대한 찬반투표(139명 투표, 131명 찬성, 8명 반대)를 통해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 장복동 전남대분회장은 "오는 26일까지인 성적 입력을 거부한 채 농성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대학 교무처 측은 "지난 3년간 등록금 동결에도 강의료를 인상했고, 올해도 11%를 인상했다"며 파업의 부당함을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천막은 사범대 1호관에 있던 한국비정규노조 전남대분회 사무실을 대신하고 있다. 21일 장복동 분회장을 천막 안에서 만났다.
- 천막은 어떻게 유지되고 있나?
"기존 사무실을 이곳으로 옮겨 왔기 때문에 일과 시간에는 사무실과 같이 유지되고, 저녁에는 비정규교수들이 돌아가며 천막을 지킨다. 현재 9일째인데 본인도 3일을 이곳에서 잤다."
- 본부 측은 "지난 3년간 등록금 동결에도 강의료를 인상했고, 올해도 11% 인상을 제시했다"고 말한다.
"지난해 조선대학교의 한 비정규교수가 자살한 뒤 비정규교수 처우에 대한 문제가 공론화됐다. 이에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는 부랴부랴 시간당 강의료를 2011년 6만 원에서 시작, 2013년까지 매년 1만 원씩 올리겠다고 공표했다.
이에 전남대 본부는 기존 5만4000원에서 기존 방학 중 지급되는 '강의준비금' 17만5000원을 시간당 강의료로 환산(3880원), 여기에 2120원을 더해 정부가 내린 방침인 6만 원에 맞췄다. 인상률 11%는 정부의 방침에 맞춰 겨우 6000원이 오른 금액이며 더군다나 기존에 받아오던 강의준비금이 포함되어 있다. 그렇게 따지면 목포대, 순천대, 전북대, 충남대는 41%(4만2500원→6만 원)가 오른 것이다. 이 대학들은 교과부의 방침을 준수한 것 뿐이고, 전남대처럼 강의료 인상 때문에 대학 재정에 심각한 타격이 온다 말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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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의준비금은 무엇인가?
"본부가 방학 중 수입이 없는 비정규교수를 위해 지급하는 돈이다. 한 학기당 1회, 즉 각 방학마다 지급되며 3학점 당 17만5000원 씩 9학점까지 지급한다. 전남대 비정규교수의 평균 수업시수가 주당 5.8시간임을 고려했을 때 방학 두 달을 약 35만 원으로 버티는 셈이다. 쥐꼬리만큼의 액수지만 이 제도도 비정규교수의 비인간적인 현실을 조금이나마 해소하기 위한 갖은 투쟁의 결과물이다. 이것을 교과부의 방침인 6만 원을 채우기 위해 인상액에 포함시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입금 협상이 결렬된 결정적 계기이다."
- 성적 입력을 하지 않으면 학생들에게 피해가 돌아갈 것인데….
"성적 입력은 하지 않지만 개별적으로 성적을 통보해 성적 입력 기간 동안에 성적에 대한 문의, 이의제기 등을 받을 것이다. 물론 어쨌든 성적이 입력되지 않으면 학내 장학금과 같은 문제로 학생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 하지만 행정업무의 중단은 학교의 책임이다. 학교는 우리와의 협상을 통해 행정업무를 복구하고 학생들에게 피해가 돌아가지 않도록 할 의무가 있다. 다만 학외 장학금, 졸업 등과 같이 특수한 상황에 처한 학생들은 요청을 해오면 개별적으로 입력해 줄 것이다.
최선을 다해 피해를 줄이겠지만 불만이 안 생길 수 없다. 그런 부분은 우리가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학생들도 약간의 불편은 참고 기다려줬으면 한다. 비정규교수가 얼마나 차별적 대우를 받고 있는지 불편함을 통해 함께 아픔을 느꼈으면 한다. 이번 파업은 임금 몇 천원 올리는 데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다. 대학이란 틀 안에서 학생을 포함한 구성원 모두가 인간답게 사는 것에 대한 시선을 가졌으면 한다."
- 향후 일정은 어떻게 되나?
"아직 성적 입력 기간 중이라 본부 측은 별다른 대응이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성적 입력 마감일인 26일 이후에 본부 측의 압력이 들어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할 경우 우리는 정당한 파업 행위, 쟁의 행의에 대한 부당한 조치로 여기고 더욱 저항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본부와의 갈등은 더욱 심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전남대분회는 시간당 강의료와 강의준비금을 각각 6만2000원, 22만5000원으로 인상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본부 측은 기존 '시간당 강의료 인상액에 강의준비금을 포함시키는 안'에서 한 발 물러나긴 했으나 6만 원 이상은 지급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전남대에는 762명의 비정규교수가 강의를 하고 있으며 이들은 전체 강의의 약 35%를 담당하고 있다. 2010년 이들에게 지급된 임금은 약 78억 원으로 전체 예산 약 2700억 원의 3% 가량이다. 인건비 총액인 약 1500억 원과 비교해도 5% 정도에 불과하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전남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2010년 전남대 비정규교수 시간당 강의료(5만4000원)는 타 대학에 비해 많은 축에 속했다.
전국 대학의 비정규교수들은 1000만 원 남짓한 연봉으로 생활을 해 나가고, 1년 중 방학인 네 달은 수입이 없다. 그마저도 방학 때마다 다음 학기 수업을 할 수 있을지 고뇌하며 6개월 단위의 삶을 살고 있다. 총장 선출권, 강의 개설권, 개인 연구실은 그들에겐 꿈같은 이야기다.
장복동 전남대분회장은 "비정규교수 문제는 대한민국이 갖고 있는 야만적인 행태를 명증하게 드러내 주는 징표"라며 "진정한 협상은 임금 몇 푼 올리는 것이 아니라 비정규교수에 대한 구조적 고민이 있을 때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송경안 전남대 교무처장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비정규교수 시간당 강의료를 6만 원으로 올릴 시 약 7억 원이 필요하다"며 "교과부가 6만 원이라는 기준만 정해놓고 이에 대한 지원은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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