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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구> 겉표지
<마구>겉표지 ⓒ 재인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는 야구다. 야구의 매력은 여러가지겠지만, 그 중에서도 '투수가 공을 하나하나 던질 때마다 긴장하게 된다는 점'을 첫째로 꼽고 싶다.

물론 승부가 싱겁게 갈려버린 경기라면 예외일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경기에서 팬들은 투수의 공 하나하나에 주목하게 된다. 경기가 팽팽한 투수전으로 흘러간다면 말할 것도 없다.

야구의 또다른 매력은 홈런같은 장타에 있다. 푸른 하늘(야간 경기일 때는 검은 하늘)을 배경으로 훨훨 날아가는 하얀 공을 바라볼 때면 마치 내가 그 공을 친 것처럼 후련하다. 그러니 야구 경기는 투수전이건 타격전이건 나름대로의 재미가 있는 것이다.

히가시노 게이고가 1988년에 발표한 <마구>는 그래서 더욱 호기심과 기대감을 불러일으킨 작품이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일본의 대표적인 범죄소설 작가다. '마구(魔球)'라는 제목에서는 야구가 연상된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야구와 범죄'라는 안 어울리는 듯한 조합을 어떻게 결합시켰을까?

프로야구선수가 되려는 고교생

<마구>의 주인공은 고등학교 야구선수인 스다 다케시. 그는 천재적인 재능을 타고난 투수이자 가이요 고등학교에서 에이스로 군림하는 스타이기도 하다. 지역 주민들 대부분이 그의 이름을 알고있을 정도로 유명하다. 그동안 계속 약체로 분류되던 가이요 고등학교 야구팀을 고시엔 본선에 진출시킨 장본인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에게는 운이 따르지 않았다. '승부는 운칠기삼(運七技三)'이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재주가 뛰어나더라도 운이 없으면 소용없다. 결정적인 순간에 야수들의 실책이 연달아 터지고, 자신이 던진 실투 하나가 패배를 가져오기도 한다. 그런 상황이면 다케시도 마운드에서 '내 운은 여기까지인가'라고 중얼거리곤 한다.

스다 다케시는 성격도 그리 좋지 못하다. 친구도 만들지 않는 데다가 붙임성도 없고 무뚝뚝하다. 교실에서는 복도에서 제일 가까운 쪽 줄의 맨 뒷자리에 앉아 있다. 양손을 바지 주머니에 찔러 넣고 긴 다리를 꼬고 앉아 허공을 쳐다본다.

다케시의 남동생은 다케시를 가리켜서 '형은 늘 혼자다'라고 말할 정도다. 이렇게 성격도 좋지 못하고 지지리도 운이 없는 투수를 에이스로 보유하고 있는 가이요 고등학교 야구부에 또다른 안 좋은 일이 발생한다.

3학년 주전선수 한 명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경찰은 즉각 수사에 나서지만 별다른 단서도 없고 목격자도 없다. 하지만 경찰은 끈질긴 수사 끝에 피해자가 살해당하기 전에 '나는 마구를 보았다'라는 말을 남겼다는 사실을 알아낸다. 그 단서를 추적하려고 할때 또다른 야구부원을 상대로 한 살인사건이 다시 터진다.

살인사건으로 변해 버린 학생들의 일상

스포츠를 소재로 한 범죄소설은 찾아보기가 힘들다. 스포츠에서는 정정당당하게 실력 대 실력으로 맞붙는 반면에, 범죄에는 온갖 비열한 수단과 방법이 판을 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본다면 <마구>는 대단히 독특한 작품이다.

아무 이유도 없이 사람을 죽이는 사이코 살인마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살인범들은 무엇인가를 지키기 위해서 또는 빼앗기 위해서 사람을 죽인다. 야구선수에게 사람을 죽이고서라도 지켜야할, 또는 빼앗아야할 것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경기를 쉽게 풀어나가고 상대를 압도하기 위한 자신만의 기술이나 노하우, 아니면 '마구'인지도 모른다.

주인공이 고등학생이라서 그런지 작품에서는 학교안의 풍경도 다양하게 묘사하고 있다. 동료교사와 사랑에 빠져서 고민하는 교사도 있고 야구부의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해서 나서는 학생도 있다.

프로선수가 되기 위해 목숨걸고 연습하는 학생도 있고, 단지 취미로 체력을 키우기 위해서 야구를 하는 학생도 있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작품 속에서 살인사건과 학교, 야구를 함께 뒤섞고 있다. 이런 작품을 작가가 25살때 썼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다.

덧붙이는 글 | <마구>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 이혁재 옮김. 재인 펴냄.



마구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혁재 옮김, 재인(2011)


#마구#히가시노 게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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