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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일 국방위원장 조문을 위해 1박 2일 일정으로 방북했던 이희호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 일행이 27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도라산출입사무소를 통해 돌아오고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조문을 위해 1박 2일 일정으로 방북했던 이희호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 일행이 27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도라산출입사무소를 통해 돌아오고 있다. ⓒ 권우성

[최종신: 27일 오후 5시]

김정은, 이희호에게 "멀리 찾아주셔서 감사"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조문하기 위해 평양을 방문했던 민간 조문단이 27일 오후 귀환했다. 26일 오전 8시 무렵 북측으로 떠나 27일 오후 3시 무렵 돌아온 '31시간 동안의 방북'이었다.

조문단은 27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방북 결과를 설명했다. 조문단은 "순수 조문 방문"임을 강조하고, 조문할 때 이외에 김정은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을 별도로 만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27일 오후 3시 30분 무렵, 이희호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 일행이 방북 결과를 설명했다. 윤철구 김대중평화센터 사무총장은 "정부와 합의한 대로 조문 이외의 공식 일정은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는 (이날 오전) 만수대의사당에서 면담했다"며 "이희호 이사장과 김 상임위원장이 (남측의) 이번 조의 방문과 (2009년)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때 북측이 조문단을 보내준 것에 대해 서로 감사를 표했다"고 말했다.

윤 사무총장은 이 면담에서 이희호 이사장이 "(2000년 남북정상회담의 결과인) 6·15공동선언과 (2007년 남북정상회담의 결과인) 10·4공동선언이 계속 잘 이행되길 바라며, 이번 방문이 남북 관계 발전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윤 사무총장은 김영남 상임위원장이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강조하면서 일이 잘 진행됐으면 한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윤 사무총장은 조문할 때 이외에 김정은 부위원장과 "별도 면담은 없었다"고 밝혔다. 조문 때 40~50분 정도 기다렸다가 10분 정도 면담했으며, 이때 "이희호 이사장이 위로의 말을 했고 김정은 부위원장은 '멀리 찾아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는 설명이다. 또한 윤 사무총장은 이번 방북이 "순수 조문 방문"임을 강조했다.

조문단 "순수 조문 방문... 별도 대남 메시지 없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조문을 위해 1박 2일 일정으로 방북했던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27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도라산출입사무소를 통해 입경한 뒤 소감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밝은 표정으로 답변하고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조문을 위해 1박 2일 일정으로 방북했던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27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도라산출입사무소를 통해 입경한 뒤 소감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밝은 표정으로 답변하고 있다. ⓒ 권우성

이에 앞서 오후 3시 무렵,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같은 장소에서 귀환 기자회견을 열었다. 현 회장은 이날 오후 2시 30분 무렵 군사분계선을 넘어 남측으로 돌아왔다.

현 회장은 이희호 이사장 일행과 마찬가지로, 조문할 때 이외에 김정은 부위원장을 "따로 만난 것은 없었다"고 밝혔다. 현 회장은 김 부위원장에게 "애도 표명만 했고 별도 이야기는 없었다"고 말했다.

현 회장은 "(김 부위원장) 인상이 매스컴에서 보던 그대로"였다며, "조문 인사만 했기에 여러 이야기를 나눌 기회는 없었다"고 말했다.

현 회장은 김영남 상임위원장 면담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현 회장은 김 상임위원장을 "오전 11시쯤 만났는데, 일반적인 이야기만 했고 이번엔 순수 조문 목적이기에 (금강산 관광을 비롯한) 다른 이야기는 안 했다"고 말했다.

현 회장은 김양건 조선노동당 통일전선부장도 짧게 만났다고 밝혔다. 현 회장은 "떠날 때 김양건 부장이 배웅을 나와 초대소에서 잠깐 뵈었다"고 말했다. 별도의 대남 메시지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현 회장은 "이번에 그런 것은 없었다"고 답했다.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은 대남 정책을 총괄하는 인물로, 2009년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때 특사조문단의 일원으로 서울을 방문했다.

현 회장은 5분 동안 방북 결과 설명 및 질의응답을 한 후 자리를 떠났다.

화해·협력 상징하는 두 사람의 방북 31시간, 세계가 주목

이날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에는 오전 이른 시간부터 수많은 취재진이 몰렸다. 조문단의 몇 배는 거뜬히 될 인원이었다. 국내 언론뿐만 아니라 외신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이렇게 두 사람의 방북은 세계의 관심을 모았다. 외부에서 북한 사정을 파악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만은 아니다. 관심을 모은 이유는 두 사람이 2011년 대한민국에서 남북 화해·협력 정책을 상징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이희호 이사장은 햇볕정책을 펴며 최초의 남북정상회담을 일궈낸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반자다. 현정은 회장은 남북 경제협력의 물꼬를 튼 고 정주영 회장의 며느리로서 현대그룹을 이끄는 수장이다.

그런 두 사람이 절대 권력자가 세상을 떠난 북한을 31시간 동안 방문했다. 북한도 두 사람을 예우하는 모습을 보였다. 26일 리종혁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을 북측 통행검사소에 보내 조문단을 맞이했고, 최고위급 방문객이 묵는 백화원초대소를 조문단에 숙소로 제공했다.

또한 상주이자 후계자인 김정은 부위원장은 물론, 최고 실세는 아니지만 공식적으로 북한을 대표하는 김영남 상임위원장도 두 사람을 만났다. 김정은 부위원장은 고개를 숙여 이희호 이사장의 말을 귀담아듣는 모습도 보였다.

세계의 관심을 모은 31시간의 방북을 마치고 돌아온 두 사람은 예상대로 말을 아꼈다. 조문단은 애도의 뜻을 전하는 데 중점을 둔 "순수 조문 방문"이었으며, 별도의 대남 메시지는 없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남북 관계가 경색된 상황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자인 김정은 부위원장은 물론 대외적으로 북한의 '얼굴'인 김영남 상임위원장을 만난 것만으로도 조문단이 적잖은 성과를 거뒀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두 사람이 선물 보따리를 안고 올 수도 있다는 기대를 일각에서 품었지만, 이날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북측과 모종의 구체적인 메시지를 주고받지 않았겠느냐는 희망 섞인 추측은 쉬이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기에 이뤄진 6·15공동선언, 10·4공동선언,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등에 관해 조문단과 북측 사이에 뭔가 교감이 이뤄지지 않았겠느냐는 추측이다. 정부 차원의 공식 사절이 아니라 민간 조문단임에도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두 사람의 방북이 경색된 남북 관계를 푸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희망 섞인 추측이 사실로 드러날지, 아니면 추측으로 그칠지 세계가 관심 있게 지켜볼 전망이다.

[1신: 27일 오전 11시 30분]
방북 조문단, 김영남 상임위원장 면담

 방북중인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이사장 일행이 26일 김정일 위원장 시신이 안치되어 있는 금수산 기념궁전에서 조의를 표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방북중인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이사장 일행이 26일 김정일 위원장 시신이 안치되어 있는 금수산 기념궁전에서 조의를 표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 연합뉴스

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조문하기 위해 북한을 방문한 민간조문단 일행이 27일 오전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면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에 따르면, 조문단은 이날 오전 8시 평양에서 아침 식사를 한 뒤 김영남 상임위원장을 만나고 오전 10시께 개성으로 출발했다. 이들은 오후 1시께 개성공단에 도착할 것으로 보인다.

이희호 김대중평화재단 이사장 일행은 돌아오는 길에 개성공단을 들러 종합지원센터와 입주기업 2∼3곳을 방문한 뒤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오후 3시께 도라산 출입사무소로 돌아온다.

당초 개성공단을 들르지 않고 곧바로 군사분계선을 넘기로 했던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일행도 일정을 바꿔 공단 내 현대아산 사무실을 들른 뒤 이 이사장 일행과 같이 남쪽으로 돌아오기로 했다. 현 회장 일행이 계획을 바꾼 이유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조문단은 도라산 출입사무소에 도착한 뒤 기자들에게 방북결과를 설명하고, 간단한 질의응답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최보선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조문단이 김영남 상임위원장을 만나기는 했지만, 아침식사를 같이 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정일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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