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지어 연산군은 이동식 러브호텔을 만들어 이동하기도 했다. 실록에 따르면 연산군은 거사擧舍라고 하는 가마형의 작은 밀실을 만들어 궐 밖으로 행차할 때 사람들로 하여금 메고 따르게 하다가 문득 욕정이 솟구치면 길가에다 거사를 세워놓고 흥청과 함께 들어가 즐겼다고 한다. 지금도 주변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마구 놀거나 마구 낭비하는 것을 '흥청망청 논다' 또는 흥청망청 쓴다고 하는데, 바로 연산군이 흥청과 함께 마구 놀며 쓰던 사실에서 유래한 말이다. -본문 216쪽-조선 왕들이 사는 모습을 들여다보는 '문구멍'2007년도 정부재원(교육인적자원부 학술연구조성사업비)으로 한국학중앙연구원의 지원에 의해 연구된 과제 '조선시대 국왕, 왕비, 왕세자의 일상'의 결과물을 책으로 엮은 <조선의 왕으로 살아가기>에 나오는 내용 중 일부입니다.
여섯 명의 학자, 심재우(한국학중앙연구원 인문학부 교수), 한형주(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 교수), 임민혁(한국학중앙연구원 전임연구원), 신명호(부경대학교 사학과 교수), 박용만(한국학중앙연구원 선임연구원), 이순구(국사편찬위원회 편사연구관)가 공동 집필해 돌베개에서 펴낸 <조선의 왕으로 살아가기>는 조선시대 최고의 통치권자였던 왕들이 어떻게 살았는지를 들여다 볼 수 있는 투시창이자 문구멍입니다.
여섯 명의 저자가 '조선시대의 왕(심재우), 왕의 권위와 역할(한형주), 국왕의 하루 엿보기(임민혁), 왕의 사생활(신명호), 한시로 보는 국왕의 문학(박용만), 국왕의 건강 관리(이순구)'로 나누어 각각 집필했지만 연구결과물이라서 그런지 아주 체계적이고 내용 또한 매우 충실합니다.
내용에 겻들인 사진 또한 도록만큼이나 선명해 시각적인 이해를 돕고 있습니다. 중고등학생 때 '태정태세문단세…'하며 외웠던 묘호는 어떻게 정해졌으며, 왕들이 용변은 어떻게 처리했으며, 세종이 임질을 앓았다는 사실까지 꼼꼼하게 기록하고 있어 조선의 왕들에 대한 전모를 가늠하게 합니다.
역사나 정치적 치적 등이 아닌 아주 인간적이고 사생활적인 부분들이 주여서 역사책에서는 볼 수 없었던 왕들의 인간적인 고뇌와 갈등을 함께 공감하며 읽게 합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조선의 왕? 국왕의 고뇌는 어둠에 빛을 비추는 희망처럼, 왕위의 안위와 후계자 혹은 정치세력의 권력의 향방, 왕실의 안정, 백성의 삶 등에 희망을 주는 등불이다. 지난 미국산 쇠고기 수입협상의 모순으로 인한 촛불정국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은 "청와대에 앉아있어 보니까 무서운 것이 없더라"라는 발언을 한 적이 있다. 조선의 국왕도 같은 생각이었을까? -본문 182쪽-'국왕의 하루 엿보기'(임민혁 집필)에 나오는 내용 중 일부입니다. 참 뜬금없습니다. 조선의 왕으로 살아가는 이야기(내용)에서 뜬금없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발언이 소개됩니다.
최고통치권자들의 고뇌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기위해 쓴 글일 수도 있겠지만 몇 번을 읽어봐도 그렇게 읽혀지지 않습니다. 조선의 왕들은 '백성의 삶 등에 희망을 주는 등불'이 될 고뇌를 하며 밤을 지새웠는데 노무현 전 대통령은 아무런 고뇌 없이, 무서운 것이 없을 만큼 무소불위의 권력만을 떠올린 대통령으로 묘사되는 듯합니다. 단 세줄 밖에 되지 않는 짧은 내용이지만 너무도 뜬금없기에 많이 아쉽습니다.
하지만 대놓고 하는 말보다 엿듣는 말에 더 귀 기울여지고, 방문을 활짝 열고 내다보는 바깥 풍경보다 뚫어진 문구멍 사이로 들여다보는 방안 풍경이 관심과 흥미를 더 자극하듯이 그동안에 배우거나 들었던 어떤 역사, 조선 왕들의 이야기보다 재미있고 흥미롭습니다.
재미있고 흥미롭기만 한 게 아니라 학술 연구서이기에 구성, 내용 또한 독자들의 기대감을 넉넉히 충족시켜 줄 것이리라 기대됩니다.
덧붙이는 글 | <조선의 왕으로 살아가기>|지은이 심재우·한형주·임민혁·신명호·박용만·이순구 | 펴낸곳 돌베개 | 2011.11.30 | 2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