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나는 국제민주연대가 진행하는 '중국 윈난(차마고도) 공정여행'을 다녀왔다. 공정여행을 떠나기 전까지 중국과 중국인에 대해 다소 부정적인, 일종의 선입견과 막연한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단 한번도 중국에 간적조차 없는데도 말이다.
'음식이 기름져서 나와 같은 여행자들은 탈나기 쉽다?' '잘사는 사람은 아주 잘살지만 못사는 사람은 우리의 1960~70년대 수준이다?' '진짜보다 가짜가 많은 짝퉁의 나라' '싸구려'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떼로 몰려들어 억지를 쓰는 중국 누리꾼' '동북공정의 시각' '되놈 근성' '더러운 화장실' 등과 같은 막연한 선입견은 중국을 그다지 여행하고 싶지 않은 나라로 꼽게 했다.
그럼에도 떠난 중국 윈난으로의 여행은…. 한마디로 너무 좋았다. 지금까지 막연하게 가지고 있던 선입견과 중국(인)은 너무나도 달랐기 때문이다.
공정여행은 항상 '그곳'을 그립게 만들었다
그 여행 이후 가을이 오고 갔고 겨울이 왔다. 계절이 바뀌는 동안 문득 지난여름 공정 여행을 통해 마주한 것들과 인연을 맺었던 사람들이 그립곤 했다. 많게는 8시간, 적게는 4시간 버스를 타고 가는 동안 만났던 중국의 풍경들이 시시때때로 떠오르곤 했다. 8박 9일 동안 함께 여행했던 사람들의 안부가 시시때때로 그립기도 했다.
특히 윈난(차마고도) 프로그램 중 백미라 할 수 있는 루구후에서 보낸 시간들은 언제까지고 잊을 수 없을 정도로 인상 깊다. 그들과는 말조차 제대로 통하지 않지만, 언제든지 찾아가 국제민주연대 공정여행을 통해 갔었다는 것만 전달한다면 언제까지라도 머물 수 있을 것 같다. 낯선 이방인이 낯선 곳에서 겪을 수도 있는 어떤 위험이나 어려움 없이 말이다.
결코 가고 싶지 않은 곳은 국제민주연대의 공정여행을 통해 '기회만 닿는다면 언제든, 몇번이고 가고 싶은 그리운 곳'이 된 것이다. 아마도 많은 부분을 여행사가 결정하는, 심지어 쇼핑마저도 가이드가 관여하는, 게다가 시간에 쫓겨 빠르게 이동할 수밖에 없는 일반적인 패키지 여행으로 그곳에 갔었더라면 윈난 여행이 내게 남겨준 것은 훨신 적었으리라.
윈난(차마고도) 공정여행지 중 한곳인 리장에서 버스로 8시간가량을 가야만 만날 수 있는 루구후나 여러 소수민족들의 각기 다른 재래시장 탐방은 일반적인 패키지 여행상품에서는 절대 맛볼 수 없는 프로그램이다.
리장과 대리가 유명한지라 이곳을 찾는 국내 여행자들은 많다. 하지만 잠시 머물다 갈뿐, 국제민주연대의 공정여행자들처럼 그곳에서 하룻밤을 머물며 도시의 속살까지 보고 느끼는 여행자들은 거의 없다. 몇 시간 잠시 머물렀다 오는 것과 하룻밤을 자며 보고 느끼는 것, 그 차이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으리라.
쓸만한 공정여행... 국내 여행은 없나?이런지라 국제민주연대의 공정여행은 기회만 된다면 언제든 참여하고 싶고 누구에게든 권해도 결코 후회 없을 그런 여행이 됐다. 때문에 여행을 다녀온 이후, 나는 공정여행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이나 패키지 여행의 쓰라림을 가지고 있는 사람, 여행을 좋아한다는 사람들에게 자신있게 권하곤 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공정여행의 일정이 너무 길고, 국내 여행에 비해 비용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해외여행 프로그램이 전부라는 아쉬움도 없지않아 있었다.
그래서 '국제민주연대가 국내 여행 프로그램을 만든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럼 해외여행보다 훨씬 자주, 그리고 가볍게 참여할 수 있으리라 싶었다. 아마 나처럼 국내여행 프로그램을 원하는 공정 여행자들이 많긴 많았나 보다. 국제민주연대가 국내 공정여행 프로그램을 만든 것을 보면.
다음은 국내에 공정여행을 처음으로 도입하고 공정여행을 직접 이끌고 있는 여행기획자 최정규(한신대 중국문화콘텐츠학부 외래교수)씨에게 서면을 통해 들은 이야기다. 그는 수십 차례 중국 각 지역과 창산·메리설산 등을 직접 탐방해 국제민주연대의 공정여행 프로그램의 초석을 닦았다. 또한, 그는 여행작가이기도 한데 <친절한 여행 책>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국내여행 1001> <수도권 여행지 베스트 85>등을 썼다.
'어떻게'가 중요한 바람직한 여행
- 중국 윈난(차마고도)을 비롯해 몽골·귀주·백두산 등 공정여행 프로그램은 이미 충분한 것 같다. 진행 인력도 부족하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럼에도 만주(하얼빈)와 남도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이유는?
"계절과 상관없이 짧은 프로그램을 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동안 여름 프로그램으로 4박 5일 내몽골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겨울 여행으로는 마땅치 않아 그동안 겨울에는 윈난(차마고도)과 귀주 프로그램(8박 9일)만 진행했다. 또, 4박 5일 백두산 프로그램이 있지만, 겨울에는 위험할뿐더러 트레킹 허가를 받을 수 없기 때문에 겨울 프로그램으로 진행할 수 없다. 때문에 만주와 국내 남도 프로그램을 만들게 됐다."
- 만주(하얼빈)는 안중근 의사를 비롯해 수많은 독립군들의 발길이 머물렀던 곳이다. 때문인지 최근 그쪽을 가는 사람들이 많다. 다른 경로를 통해서도 많이 갈 수 있는 곳인데 공정여행 프로그램에 넣은 이유라도 있는가?"공정여행은 '어디로'에 방점이 찍히는 여행이기보다는 '어떻게'에 무게 중심이 실리는 여행이다. 만주 지역은 고구려의 영토였기에 수많은 고구려 유적이 있고, 중국의 동북공정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곳이다. 또한 일제강점기 수많은 독립운동의 역사가 서린 곳이자 여러 이유로 이주해 살아가는 조선족들의 애환이 스며있는 곳이다. 이런지라 우리에게 많이 익숙하고, 또 다녀온 분들도 많은 것 같다.
하지만 이곳 역시 90% 이상의 개인과 단체들이 여행사에 의존해서 간다. 시민사회 단체에서 고구려 역사문화유적 탐방 같은 형태로 가더라도 결국은 여행사에 의뢰해 가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다보니 여행 산업의 그늘이 드리워질 수밖에 없다. 현지 자본으로 지어진 민박이나 작은 호텔, 현지인들이 운영하고 현지인들이 먹는 작은 식당 같은 곳들은 거의 이용하지 않고 있다. 현지 탐방을 도와주는 안내인들도 여행사에서 다 운영을 하니 정작 자기 고장을 성심껏 보여주려는 도움 인력이라기보다는 쇼핑과 옵션투어에 열을 올리는 사람이 나올 때가 많다.
공정여행은 '어떻게'가 더 중요한 여행이다. 기존 여행사들에서 많이 하고 있거나 익숙한 여행지라고 해서 제외될 이유는 없다. 오히려 우리에게 의미 남다른 곳을 제대로 여행할 수 있게 하는 것, 바람직한 여행을 이끌기에 좋은 것 같다."
남도의 맛과 삶을 느끼고 싶다고요?
- 만주와 남도 프로그램 중 가장 기대할 만한 여행지는? 그렇다면 왜?
"만주 프로그램 중 개인적으로 기대하는 곳은 중국 내몽골, 몽골 공화국, 러시아 세 나라가 국경을 맞대고 있는 하이라얼 지역이다. 프로그램 일정표에 후룬베이얼과 만주리라고 표기된 곳이다. 요즘 상영되고 있는 영화 <마이웨이>에서 일본군과 러시아군이 전투를 벌인 바로 그 지역이다. 그곳은 초원의 나라인 몽골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대초원으로 유명하다. 세계 제일의 초원이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물론 6~8월 세 달 동안만 온전한 초지를 볼 수 있지만, 그 광활한 만주벌판 대초원에 끝없이 펼쳐진 설경은 정말 겨울 여행의 백미라 할 수 있다. 아마 평생 잊히지 않는 겨울 풍경으로 각인되지 않을까 기대된다.
남도 프로그램은 우리나라 대표 겨울 풍경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곳들을 도보여행하면서 최고의 남도 음식을 만날 수 있는 곳들을 모아서 엮었다. 탐방지와 식사 장소 하나하나가 다 주옥같은 곳들이다. 아마도 이미 그 지역을 여행한 사람들이 공정여행 프로그램으로 다시 가게 되면 그 차이를 확실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국내 공정여행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목적이나 이유는?"국내여행 역시 현재 전문여행사들이 많이 있으며 프로그램들도 많다. 그런데 여행사들간의 단가 경쟁 때문에 지역색을 충분히 느끼지 못하는 여행이 되기 일쑤다. 특히 음식에 있어서는 여행사 단체여행의 한계가 뚜렷하게 드러난다. 기존 패키지 단체여행의 문제점에서부터 현지를 제대로 탐방하고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프로그램의 문제점도 큰 것 같다.
이런 여행사 단체여행의 문제점들을 개선함과 더불어 개별 여행으로 내내 운전하며 다니는 어려움과 여행계획 수립의 어려움을 덜기 위해서라도 국내 공정여행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확대돼 현재 큰 문제가 되고 있는 외국인들의 한국 여행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있는 공정여행까지 기획해보겠다는 생각이다."
- 남도 프로그램 내용을 보니 일반인들이 꼭 공정여행 아니더라도 쉽게 갈 수 있으며 많은 사람들이 이미 다녀온 곳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진행하는 이유는 있을 것 같다."솔직히 한번쯤 다녀왔던가 하다못해 들어보기라도 했을 지역들이라 공정여행의 취지를 잘 알지 못하거나 전혀 참여해본 적 없는 분들은 쉽게 선택하지 못할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여하간 이곳들을 어떻게 잘 엮고 어떻게 프로그램으로 진행을 하며, 하다못해 어디서 밥 한 끼를 먹는 것이 좋은가에 중점을 두고 프로그램을 짰다.
중국 윈난이나 내몽골을 여행했다는 국내여행자들은 많다. 하지만 이야기를 들어 보면 남들 다 간 곳만 역시 수박 겉핥기식으로 갔다 온 경우가 많다. 남도 프로그램도 마찬가지다. 선운사나 송광사 등을 다녀온 분들이 많을 것이다. 중국 윈난이나 내몽골 프로그램처럼 대부분의 여행자들이 거의 느끼지 못하는 그런 여행이 될 것이다."
그들의 조건과 똑같이 즐기는 것이 바로 공정여행
- 만주와 남도 공정여행 프로그램 만들며 특히 중점 둔 것이 있다면?
"'겨울풍경'과 '감성'이다. 공정여행의 특성을 살리면서도 아름다운 겨울풍경을 보며 감성을 살아나게 하고 싶다. 춥다고 따뜻한 곳을 찾아서 여행할 것이 아니라 '그 추위를 온 몸으로 느끼며 그 속에서 만들어지는 풍경을 보고', '그 속에서 우리보다 더 춥게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나보자'라는 생각을 하고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 그동안 국제민주연대 공정여행에 참가했던 사람들이 비공식적인, 친목 위주의 국내 공정여행을 많이 진행한 걸로 알고 있다. 또한 현재 진행형으로 알고 있다. 이제까지 해외 공정여행 프로그램만 있어서 공정여행 하면 우선 떠오르는 것은 해외여행이다. 남도 말고 앞으로 국내 다른 지역이나 다른 성격의 공정여행 프로그램도 개발할 계획인가?"물론이다. 유럽 쪽은 무조건 항공기 왕복을 해야만 해외여행을 떠날 수 있는 우리와 여건이 다르기 때문에 여러 형태와 성격의 다양한 공정여행이 있다. 그쪽 공정여행자들은 그런 면에서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여러 나라의 문화나 풍습 등을 다양한 공정여행을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는 그들에 비해 전체적인 범위는 좁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봉사의 성격이 강한 공정여행이나 현재 개발된 공정여행보다 좀 더 어려운(여행의 여건이 열악한) 성격의 공정여행, 좀 더 쉬운 공정여행 등을 개발해 좀 더 많은 연령층이 참여하게 하고 싶다.
또한, 우리가 해외 패키지 여행의 심각한 문제를 느끼듯 한국에 들어오는 외국인들의 패키지 여행도 문제가 많다. 외국인들의 한국 여행도 공정여행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제1차 윈난(차마고도) 공정여행자 두 분이 공정여행의 인연 덕분에 지난 11월 6일 운현궁에서 전통혼례를 치뤘다고 한다. 이 기사를 쓰기 시작할 즈음 그 부부가 받은 축의금 일부를 덜어 중국 귀주에 기부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들은 중국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이라는 귀주의 아이들에게 학용품 명목으로 그 돈을 전했다고 한다.
올 겨울 국제민주연대가 운영하고 있는 공정여행은 '중국 윈난(차마고도)' '만주(4박 5일)' '남도(3박 4일)' 프로그램이다. 자세한 여행 정보와 일정은 국제민주연대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국제민주연대에 전화로 문의하고 싶다면 02-736-5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