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보강: 2일 오후 2시 11분]지난 연말까지 연이어 터진 친·인척 및 측근 비리 사건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이 처음으로 사과했다.
이 대통령은 2일 청와대에서 연설하고 전국으로 생방송된 국정연설 말미에서 "지난 한해를 돌아보면서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리지 않을 수 없다"며 "저 자신과 주변을 되돌아보고 잘못된 점은 바로 잡고 보다 엄격하게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친·인척, 측근 비리에 대해 사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대통령은 "더욱 낮은 자세로 국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더 열심히 민생을 챙기겠다"며 "남은 임기 동안도 '일하는 대통령'으로 조금도 흔들림 없이 국정을 수행하겠다"고 다짐했다.
"성장보단 물가... 3% 초반에서 잡겠다"
이 대통령은 새해 경제 분야 국정 목표가 '서민생활 안정'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에는 물가가 많이 올랐고, 특히 전세·월세가 많이 올라서 서민들의 고통이 컸다"며 "올해는 어떤 일이 있어도 물가를 3%대 초반에서 잡겠다"고 다짐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불가 상승률은 2008년 4.7%, 2009년 2.8%, 2010년 3.0%, 2011년 4.0%다. 이 대통령은 "성장도 중요하지만 물가에 역점을 두겠다"고 성장위주의 경제운영 기조에 큰 변화가 있을 것임을 예고했다.
이 대통령은 또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을 덜어드리기 위해 임대주택 공급을 늘려 전·월세 가격을 안정시키겠다. 특히 집 떠나 공부하는 대학생들을 위해 금년 새 학기 시작 전에 학교 주변에 대학생용 임대주택 1만호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금년 예산을 '일자리 예산'으로 짜고, 10조원이 넘는 돈을 일자리 확충에 투입할 것"이라고 밝힌 이 대통령은 "특히 한미FTA는 우리 중소기업들에게 큰 기회다. 좋은 일자리가 더 많이 생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대통령은 "학력이 아닌 능력으로 평가받는 '열린 고용사회'를 만들겠다"며 "올해부터 당장 공공기관 신규채용 20%를 고교 졸업자로 뽑겠다. 더 공부하고 싶은 사람은 대학에 갈 수 있도록 '선취업-후진학' 제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비정규직 차별 문제도 반드시 해결해야할 과제"라며 "공공부문부터 솔선해서 기간제 비정규직 처우를 개선하겠다. 올해부터 저임금 근로자 212만 명에게 사회보험료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청년실업에 대해선 "최우선적으로 풀어나가야 할 국정과제"라면서 "청년들이 선호하는 일자리를 7만 개 이상 만들겠다. 공공부문 신규채용도 1만4000명으로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또 취업인턴을 올해 4만명으로 늘리고 1인 창업에 5000억 원의 창업자금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북한 핵 활동 중단하면 대북 지원 재개"
이명박 대통령은 북한이 핵관련 활동을 중단하면 6자회담을 재개하고, 이를 통해 대북 지원을 재개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여전히 '북한의 진정성 있는 태도'를 강조하면서 기존의 대북정책의 기조에서 크게 달라진 입장을 내놓지 못했다.
이 대통령은 "올해는 북한 핵문제 해결에 전기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며 "북한이 진행 중인 핵관련 활동을 중단하는 대로 6자회담은 재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우리는 6자회담 합의를 통해 북한의 안보 우려를 해소하고 경제를 회생시키는 데 필요한 지원을 제공할 준비를 갖추고 있다"며 "우리는 기회의 창을 열어놓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북한이 진정성 있는 태도로 나온다면 새로운 한반도 시대를 함께 열어갈 수 있을 것"이라며 "대화를 통해 상호불신을 해소하고 상생공영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정부는 한반도에 밀접한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나라들과 전략적 소통과 협력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며 미국·일본·러시아와의 긴밀한 협력 관계를 강조하는 한편 "이번 달에는 한중 수교 20주년을 맞아 중국을 국빈 방문하여 후진타오 주석과 한중관계의 미래와 양국 공통 관심사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천안함·연평도 사건은 전혀 입에 올리지 않아 눈길을 끌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두 사건은 더 이상 (남북관계와) 연계하지 않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원래부터 6자 회담과 비핵화문제는 천안함, 연평도 사건을 엄격하게 연계하지 않았었다"며 "기본적으로 북한이 핵 활동을 중단하면 6자회담으로 간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대통령께서 두 사건을 일체 언급 하지 않았다는 것은 염두에 둬 달라"면서도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에 대한 기본 입장이 바뀌었다고 넘겨짚을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