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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10월 15일 오후 서울 금융위원회, 서울역 등 도심 곳곳에서 30여개 시민단체가 모인 <99%행동준비회의> 주최 '1%에 맞서는 99%, 분노하는 99% 광장을 점령하다(Occupy 서울)' 집회가 열리는 가운데, 오후 6시부터 서울광장에서 열기로 한 집회가 경찰 봉쇄로 불가능해지자 참가자들이 광장 부근 덕수궁 대한문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청년유니온> 회원들이 청년들의 힘든 삶을 표현하기 위해 일명 '박스고시원'에 들어가 있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2011년 10월 15일 오후 서울 금융위원회, 서울역 등 도심 곳곳에서 30여개 시민단체가 모인 <99%행동준비회의> 주최 '1%에 맞서는 99%, 분노하는 99% 광장을 점령하다(Occupy 서울)' 집회가 열리는 가운데, 오후 6시부터 서울광장에서 열기로 한 집회가 경찰 봉쇄로 불가능해지자 참가자들이 광장 부근 덕수궁 대한문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청년유니온> 회원들이 청년들의 힘든 삶을 표현하기 위해 일명 '박스고시원'에 들어가 있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 권우성

세대별 유권자 수가 2030세대가 5060세대보다 많은 것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하지만, 보수적 성향이 강한 5060세대보다 월등히 저조한 2030세대의 투표율 덕에 그간 보수정당들은 선거 때마다 호사를 누려왔다.

하지만 세기 변화를 기점으로 이러한 현상은 역전되기 시작했다. 물론, 여러 변수에 따라 변화가 있긴 했지만, 대체로 2030세대는 상대적으로 진보개혁적이며, 야당 성향이 강한 투표를 해왔다. 또 MB-한나라당 정부가 들어선 후, 지난 4년 간 이러한 경향성은 더욱 강화됐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2010년 6.2 지방선거와 작년 10.26 서울시장 선거를 거치면서 2030세대는 선거결과를 지배하는 절대적 상수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2012년 '정치의 계절'을 앞 둔 정치권은 여야를 막론하고 2030세대의 마음을 잡기위한 쇼(?)를 앞 다퉈 벌이고 있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또 한 번의 소소한 이벤트나 깜짝쇼로 마무리되고, '청년'이라는 단어는 '깨끗함'이나, '정직함' 따위 선거철 미사여구마냥 순식간에 소리 소문 없이 탈색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동시대 청년으로 우리의 문제를 해결해보고자 나름대로 애써온 한 사람으로서 중요한 기회를 이대로 날려버릴 수는 없기에 감히 '청년정치인의 자격'을 논하고자 운을 뗀다. 이 글을 시작으로 많은 이들(특히, 청년들)과 고민을 나누고 다듬어 갈 수 있길 기대한다.

왜 '청년정치인'인가

혹자는 볼멘소리로 얘기한다. 청년의 문제를 꼭 청년만이 다룰 수 있는가? 물론, 아니다. 하지만 거꾸로 지금껏 그 많고 많은 정치인들이 청년들의 현실을 염려하고 변화시키고자 진심을 다 해왔다면, '청년정치인'이라는 상품은 쇼윈도에 전시되지 않았을 것이다.  볼 멘 소리 이전에 진지하게 돌아보고 반성할 일이다.

필자가 일하고 있는 청년유니온으로 가장 많은 연락이 오는 두 부류는 '세상에서 가장 힘들고 어려운 청년'을 섭외해 달라는 기자들과 '청년들의 현실'을 알려달라는 정치인들이다.

 2011년 11월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팟캐스트방송 '나는 꼼수다'(나꼼수)의 한미FTA 반대 특별공연이 열린 가운데, 수많은 시민들이 '한미FTA 날치기 무효'와 '이명박 퇴진' 등을 요구하며 손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2011년 11월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팟캐스트방송 '나는 꼼수다'(나꼼수)의 한미FTA 반대 특별공연이 열린 가운데, 수많은 시민들이 '한미FTA 날치기 무효'와 '이명박 퇴진' 등을 요구하며 손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 유성호

하지만 그분들과 만나서 얘기를 나눌 때마다 절실하게 느끼는 건 기자는 물론이고, 정치인이 청년들의 현실을 '이해'하기는 커녕 '너무 모른다'는 것이다.

그저 "등록금이 너무 비싸고, 청년실업이 심각하다"는 화석 같은 문구만 둥둥 떠다닐 뿐, 대학입학률은 80%가 넘어도 왜 졸업률은 60%를 밑도는지, '괜찮은 일자리'라는 구호가 왜 아무런 감흥을 주지 못하는지, 혹은 왜 다른 나라의 청년들처럼 성난 소가 되지 않고 온순한 망아지마냥 방구석에 처박히는지, 자살률 1위라는 우울의 깊이가 얼마이며, 그 안에서 자라고 있는 고독의 구멍이 어떤 것인지.... 어느 누구도 알지 못했다. 그저 당사자들만이 오늘도 목구멍으로 역류하는 쓴물을 삼키고 있을 뿐이다.

지금 청년들의 현실은 남의 손에 맡겨둘 만큼 한가하지 않다. 더 이상 "청년들의 현실을 알려달라"는 전화에 달려가 '이러쿵저러쿵'하고 돌아와 넋 놓고 기다릴 수는 없는 일이다. 이제는 이 정글 속 덤불에 피투성이가 되더라도, '청년당사자'가 직접 뛰어들어야 한다. 우리의 처절함을 온몸으로 보여주는 누군가가 이 사회 곳곳에 있어야한다. 국회에도 마찬가지이다.

'청년정치인의 자격'을 논한다

본격적으로 '자격'을 논해보고자 한다. 우선, '세대의 대표성'이다.

최근 한나라당 비대위원으로 발탁된 26세 이준석씨의 경우는 박근혜 비대위가 야심차게 내놓은 듯 하나, '과학고-하버드대 엄친아'는 대중들의 원초적 욕망을 자극해 자신의 계급적 처지를 배반하라는 기존의 '보수적 문법'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4월 총선을 대비하기 위해 '박근혜 비대위 체제'를 출범시킨 가운데,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최연소 비상대책위원으로 임명된 이준석 클라세스튜디오 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4월 총선을 대비하기 위해 '박근혜 비대위 체제'를 출범시킨 가운데,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최연소 비상대책위원으로 임명된 이준석 클라세스튜디오 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유성호


안타깝게도 26세 이준석 씨는 청년을 대표할 수 없다. 오히려 '청년세대'를 대표한다는 것에 대한 반면교사일 뿐이다.(물론, 이준석씨가 한나라당의 얕은 수를 이겨내고, 청년들의 문제에 천착해주길 진심으로 바란다.) 이전 세대와 존재 자체가 다른 2030세대에게 과거의 문법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지금 2030청년세대는 소위 '고용 없는 성장' '노동유연화'로 대표되는 신자유주의 시장화의 직격탄을 맞은 세대이다. 계급 상승 따위 더 이상 가능하지 않다는 것은 일찌감치 깨달았으며, 생존 자체가 고민거리이다. 동시에 이들은 민주적 가치와 상식, 이에 부합하는 혁명적 소통수단인 '인터넷'을 갖고 있다.

이런 이유로 이들은 생사의 갈림길에 서서 각기 다른 선택을 한다. 하나는 끝을 알 수 없는 절망감에 '자살'을 통해 소멸하며, 다른 하나는 일상을 다수와 '소통'하며 '공존'과 '나눔'을 통해 버텨낸다. 지난 10여년 간 2030세대의 절대 다수가 공유하고 있는 충격과 상처, 트라우마의 결과이다. 이 10여 년 간 고통받고, 상처입고, 트라우마에 전복당한 가녀린 영혼들, 청년정치인의 첫 번째 자격은 바로 이들 당사자여야 한다는 점이다.

수많은 김문수와 싸울 청년은 누구인가?

지난 연말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던 '김문수 도지삽니다' 해프닝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정치는 이 사회 권위주의의 정점이다. 선거철 고개숙이던 정치인은 선거만 끝나면 온갖 특혜와 권위로 똘똘 뭉친 상전이 되어 주권자 위에 군림한다. 청년들이 정치에 회의를 느끼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권위주의적 정치문화이다.

기성세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민주적인 사회분위기 속에서 성장한 2030세대는 한국사회에 만연한 권위주의에 질식사할 지경이다. 가정에서, 학교에서, 군대에서, 회사에서, 아직도 사회 곳곳에 만연한 권위주의는 뿌리 깊은 남성 중심의 가부장제와 군사문화가 오묘하게 결합한 결과이다.

 '김문수 시리즈' 스마트폰 버전
'김문수 시리즈' 스마트폰 버전 ⓒ 트위터 갈무리
또한 지난해 청년들이 나꼼수에 열광한 이유는 여의도가 신비의 섬이 아님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나꼼수는 신비주의에 휩싸인 정치를 저잣거리에 내놓고 대중들이 흥정하도록 해주었다. 신비주의와 정보독점은 권위주의의 토대이다. 바로 그 신비주의와 정보독점을 해체시킨 것이 '나꼼수'의 중요한 업적이다.

권위주의는 몰상식과 불합리, 나아가 비이성의 결과를 낳는다. 2030청년세대에게 권위주의적 꼰대정치를 넘어서는 것은 시대정신이다. 그렇다면 2012년을 기점으로 수많은 김문수에 맞서 싸울 청년들은 누구일까?

이렇듯 지금 세상이 불러들이려는 '청년정치인'이 상징하는 바는 '코너에 몰린 청년세대에 대한 대표성'과 '권위주의 정치 청산과 새로운 청년정치'라는 시대정신이다.

여기까지가 민주당의 슈퍼스타K 방식으로 대표 선출, 한나라당의 26세 비대위원, 진보정당의 떠도는 이야기들을 전해 들으며 정리한 생각이다. '청년정치세력화', 지금은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아야 할 때이다. 지금의 가능성을 만든 것도 우리들이고, 결과의 당사자 또한 우리들이다. 요즘 표현따라, 청년이 '갑'이다.

덧붙이는 글 | 이종필 기자는 청년유니온 조직팀장입니다.



#청년정치인#청년세대#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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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시재생 사회적협동조합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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