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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 폭력이 나오는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의 한 장면
학교 폭력이 나오는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의 한 장면 ⓒ KT&G, 스튜디오다다쇼

"OO중학교에서 중2 애가 자살했대!"

지난해 10월 어느 날 아침, 교실에서 한 친구가 던진 말이었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뛰어내렸대나 뭐래나. 난 '구라'라는 생각에 그냥 무시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났다.

조회 시간에 담임 선생님이 하는 말.

"얘들아, 옆 중학교에서 여자 애가 자살했다는 소식 들었지? 만일 너희들도 그러면… 죽기 전에 내 손에 죽는다."

헐! 그럼 그 말이 사실이었다고? 충격이었다. 하교 시간, 같은 동네에 사는 친구와 집으로 가고 있었다. 전해진 소식에 의하면, 그 친구는 학교에서 1년여 동안 친구들에게 집단 따돌림을 당했단다. 폭력도 당했다.

"진선아, 그 자살한 애…."
"그 이불 쓰고 자살했다는 애?"
"응… 그 애 우리하고 같은 초등학교였다. 그리고 나 걔하고 좀 친했는데…."

이건 또 뭔 소리? 같은 초등학교? 게다가 (초등학교 때) 내 옆 반 친구였단다. 집에 와서 졸업사진을 찾아보았다. 순간 소름이 돋았다. 말은 한 번도 안 섞어봤지만 지나가다 자주 마주친 친구였다. 이럴 수가, 내가 아는 사람이 죽다니, 이 세상에서 사라졌다니…. 믿기지가 않았다.

몇 달이 흐르고 한동안 그 친구의 자살 소식을 잊고 있었다. 그런데 요즘 다시 왕따로 자살한 중학생 소식으로 세상이 시끄러워지면서 그때 죽은 친구가 떠올랐다.

"왕따로 자살?... 난 솔직히 이해 못 한다" 

돌이켜보면 난 초등학교 6학년 때 외로움을 많이 탔다. 자살 생각은 안 해 봤지만 혼자라는 느낌은 자주 느껴봤다. 혼자라는 건 정말 두렵다. 당시 내가 왕따로 보이면 어쩌지 하는 생각에 괜히 걱정하기도 했다. 갑자기 별 것 아닌 일로 내일은 학교에 어떻게 가나 싶기도 했다.

물론 내가 느낀 외로움과 왕따를 당한 친구들의 고통을 비교할 수는 없다. 난 단지 외로울 뿐이었지만 왕따는 주변 친구들로부터 폭행과 괴롭힘을 당하며 정신적 고통에 시달린다. 비교할 수 없는 것을 안다.

그렇다 해도 자살은 아니라고 본다. '왕따를 안 당해본 네가 뭐를 알아'라고 하면 할 말 없지만 그래도 자살은 안 된다. 내 생명이지만 한 번 사라지면 돌아올 수 없다.

지금 학교와 사회에서 왕따 해결책을 궁리 중이다. 하지만 아무리 해결책을 모색해도 궁극적으로 해결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아이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을 어떻게 일일이 다 찾아내고 처벌하고 해결할 수 있겠는가.

 열 받을 땐 샌드백이 최고!
열 받을 땐 샌드백이 최고! ⓒ 상품 화면 캡쳐
난 왕따로 고통받는 친구들이 적극적으로 변했으면 좋겠다. 마음 모질게 먹고 꿋꿋하고 당당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또 혼자서 끙끙대지 말고 주변에 이야기하고 풀었으면 좋겠다. 선생님 훈화 같은 소리로 들리겠지만 진짜 맞는 말인 걸 어쩌겠나.

난 힘들 땐 일기를 쓴다. 선생님이 쓰라는 그런 딱딱한 일기가 아닌, 문법따위 다 무시해 버리고 쓴다. 그리고 난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은 다 엄마 아빠에게 말한다(애들이 보면 재수없다고 하겠지만 사실이 그렇다). 그러면 속이 시원하다.

두 가지 더 추천하자면 하나는 샌드백이고, 또 하나는 합기도다. 이중 샌드백을 강추한다.

샌드백을 하면 무지 무섭고 폭력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내가 말하는 샌드백은 스트레스 해소용이다. 뭔가 마음에 쌓인 것을 풀고 싶으면 샌드백을 마음껏 쳐보길. 정말 몸과 마음이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다.

합기도도 좋다. 그런데 꼭 합기도가 아니어도 좋다. 운동을 하면 억눌렸던 감정도 풀리고 자신감도 생긴다. 자기에게 맞는 운동을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원래 이런 이야기를 하려고 한 건 아닌데, 글을 쓰다 보니 선생님 훈화 말씀 같은 글이 돼 버렸다. 그래도 진심이다. 학교가 모든 왕따 사건을 해결해 주지는 못할 거라 생각한다. 내 몸은 내가 지키자는 생각, 문제를 스스로 풀어가려는 생각이 꼭 필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나를 왕따시키는 놈들을 샌드백 치듯 치고, 합기도에서 하듯 날려버리는 상상만으로도 즐겁지 않은가!


#왕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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