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동에 위치한 중앙극장. 폐관 이후 영화관 정문은 굳게 닫혀 있다.
 명동에 위치한 중앙극장. 폐관 이후 영화관 정문은 굳게 닫혀 있다.
ⓒ 김범수

관련사진보기


명동거리를 76년 동안 지켜왔던 중앙극장. 재작년 6월에 폐관한 이후로 영화관 정문은 굳게 닫혀 있다. 매표소에 붙어있는 폐관공고에는 독립영화 팬들의 응원이 빼곡히 적혀있다. 그 중 '결국엔 진정한 영화인들이 승리할 것입니다. 독립영화 파이팅'이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폐관된 중앙극장 매표소 벽에 독립영화를 격려하는 문구가 적혀있다.
 폐관된 중앙극장 매표소 벽에 독립영화를 격려하는 문구가 적혀있다.
ⓒ 김범수

관련사진보기


3년 전에 개봉한 <워낭소리> 이후 대중들의 독립영화 관심도는 증가했다. 그러나 정작 독립영화는 설 곳을 잃어가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에서 발표한 서울시 한 해 기준 독립영화관객 수는, 지난 5년 동안 약 36만 명에서 약 83만 명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서울 시내에 위치한 독립영화관의 수는 18곳에서 17곳으로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독립영화관의 스크린 수는 34개에서 25개로 눈에 띄게 감소했다. 독립영화관계자는 영화와 관객 간의 연결 통로가 사라져 간다고 지적했다.

"홍보를 하고 싶어도 못해요"

원인을 알아보고자 영화관을 찾은 서울시민 100명에게 설문조사를 했다. 조사결과에서  중앙극장 폐관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74.5%였다. 정작 독립영화관에 찾아가는 경우는 20.9%로 낮게 나왔다. 독립영화관을 찾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독립영화관의 홍보부족과 근접성이 문제라고 72.5%가 응답했다.

독립영화관 측에선 울상이다. 홍보를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영화상영 수익은 극장운영만 겨우 가능할 정도다. 따로 홍보할 돈은 턱없이 부족하고, 스크린 수를 늘리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다. "시민들이 독립영화관을 찾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홍보"라며 '스폰지 하우스 광화문'에서 근무하는 한진선(23) 씨는 말했다.

한씨는 "잘 알려진 독립영화는 평일 입장율이 전체 76명 정원 중 30명 정도에요"라며 "반면에 홍보가 안 된 독립영화는 평일 10명도 오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한씨는 최소한의 홍보라도 하기 위해서는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지원을 더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상업영화관에서 독립영화상영이 해결책이 될까?

독립영화가 반드시 독립영화관에서 상영되어야만 하는 이유는 없다. 최근에 상업영화를 주로 다루는 대형 영화관에서 독립영화를 상영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대형 영화관의 대표적인 CGV는 2007년부터 무비 꼴라쥬라는 이름으로 독립영화 전용관을 런칭했다. 관계자는 현재 서울시내 CGV대학로, CGV강변 등에서 무비 꼴라쥬를 운영하고 있으며 앞으로 더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런 현상에 대해서 시민들은 "가까운 곳에서 독립영화를 볼 수 있게 되어 좋다"며 "기회가 되면 자주 오고 싶다"고 말했다.
   
 최근 독립영화 관객 수와 상영관 현황
 최근 독립영화 관객 수와 상영관 현황
ⓒ 김범수

관련사진보기


그나마 독립영화가 설 자리가 많아졌지만 멀티플렉스에서의 상영이 모든 해결책은 아니다. CGV가 서울 시내에 운영하는 영화관은 스물 두 곳이다. 그러나 독립영화를 상영하는 곳은 다섯 군데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독립영화를 영화관에서 상영할 수 있는 스크린 수는 한 개다. 독립영화 제작자들 사이에서 무비 꼴라쥬에서의 상영은 그야말로 '하늘에서 별따기'다. 대형 상영관에서 개봉하지 못하면 실패한 영화라는 낙인이 찍힐 때도 있다. 그렇다보니 제작자들 사이에서 경쟁이 치열해지기 마련이다. 소규모 독립영화관에 비해 높은 상영비도 어려움 중 하나다.

영화 마니아는 이렇게 말했다

영화가 잘 만들어진다 해도 보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관객의 시점에서 이러한 현상의 원인과 해결방안을 알아보고자 영화 마니아 네 명이 자리를 함께했다.

독립영화를 즐겨보는 임민경(24) 씨와 문무왕(25) 씨가 생각하는 해결책은 정부 차원에서의 지원이다. 지원이 먼저 이뤄져야 홍보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에 일반영화 마니아인 오우석(24) 씨와 김나윤(24) 씨는 독립영화가 먼저 바뀌어야 관객의 관심이 많아진다는 다른 의견을 보였다.
   
 독립영화에 관해 영화 마니아의 인터뷰
 독립영화에 관해 영화 마니아의 인터뷰
ⓒ 김범수

관련사진보기


대형영화관에서의 독립영화 상영에 대해서는 전체적으로 같은 생각이었다. 임 씨는 "대형 영화관에서 상영하는 것 자체가 독립영화가 설 공간이 생기는 것"이라며 "다만 영화관 측에서 독립영화를 선택하는 기준이 수익으로 변질될까 우려한다"고 했다. 일반영화 마니아 오 씨 역시 "독립영화 종류가 많은 만큼 상영관이 많아지는 것은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또한 소규모 독립영화상영관이 지금보다 더 많아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작은나무 여러 그루가 필요하다

23년 동안 독립영화를 만들어 온 이수정(48) 씨는 독립영화 1세대 감독이다. 이 씨는 소규모 독립영화관이 사라져가는 현실에 한숨을 내쉬었다. 이 씨는 독립영화관이 폐관되는 원인으로 대형 상영관을 꼽았다. 이 씨는 "소규모 독립영화관은 어떤 부분에서도 대형 상영관과 경쟁이 되지 않는다"며 "관객들이 대형 상영관으로 발걸음을 돌리기 때문에 독립영화상영관은 점점 없어져가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 상영관에서 독립영화를 상영하는 현상에 대해 "대중들이 독립영화를 알고 다양하게 선택하기 위해선, 장기 상영하는 소규모 독립영화관이 많아져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또 자연스럽게 홍보가 이루어진다"라며 "대형 상영관에서는 관객 수가 적으면 바로 영화를 내리고 다른 영화를 상영한다. 심지어 관객들은 그 영화가 개봉한 사실도 모른다"라고 했다.
   
 독립영화 제작 1세대인 이수정(48)씨와 독립영화 배우 이란희(40)씨
 독립영화 제작 1세대인 이수정(48)씨와 독립영화 배우 이란희(40)씨
ⓒ 김범수

관련사진보기


독립영화 <낮술>에 출연한 이란희(40․ 배우) 씨 역시 같은 생각이다. 이란희 씨는 "상업 영화관에서 독립영화를 상영하게 되면 상대적으로 독립영화가 초라하게 보여 오히려 더 기피한다"고 말했다. 특히 "숲이 살기 위해선 거대한 나무 한그루가 아니라 작은나무 여러 그루가 필요하다"며 "영화산업도 이와 같다"고 강조했다.

두 사람 모두 "문화는 상업적 시각으로 바라볼 수 없다. 소수의 다양성이 존중되어야 한다"며 "마이너리티의 배려를 위해서라도 다양한 독립영화관이 더 개설되도록 공공기관의 지원과 연계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나 이러한 요구에도 문화체육관광부와 영화진흥위원회에선 금년 독립영화 제작지원금을 작년 대비 7억원을 삭감했다. <워낭소리>이후 대중들의 관심이 높아진 독립영화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독립영화#중앙극장#낮술#워낭소리#독립영화 상영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