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어떤 부모를 좋아할까? 그리고 어떤 선생님과 말이 통할까? 답은 바로 자기처럼 세상을 바라볼 줄 아는 부모다. 자기와 생각과 의사소통이 통하는 선생님이다. 자기 논리로 가늠할 줄 아는 잣대를 가진 어른이다. 그러니 무작정 주입하려 하거나 자신을 삶아 먹으려 어른은 '밥맛'일 것이다. 그건 친부모도, 선생님도, 그 어떤 어른도 마찬가지다.
사실 청소년기 아이들은 럭비공과 같다. 펄펄 끓은 쇳물과 같다. 어디로 어떻게 생각과 행동이 튈지 모른다. 쇳물처럼 뜨겁기도 하지만 무엇인들 다 융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하여 불안하고 뭔가 위태롭지만 그만큼 아름다운 법이다. 온 우주에 하나밖에 없는 존재로 태어난 값을 하며 살아가기 때문이다.
이지은의 <나도 잘 하고 싶다구>(팜파스 펴냄)는 청소년들이 품고 있는 마음과 생각과 취향에 관한 상담 일지다. 어른의 입장이나 인생의 대선배 관점이 아닌 그저 친구처럼 편안한 대화 속에서 나름대로 실마리를 찾아가는 이야기다. 그야말로 학생들과 눈높이를 맞춘 동지애를 나눈 상담 내용이다.
자신의 고민 먼저 겪어 주는 형제도 없는 '요즘 아이들'"요즘 아이들은 자신의 고민을 먼저 겪어 주는 형제도 없고, 네 집 내 집 가리지 않고 오갈 수 있는 친구도 없다. 답답함에 숨이 막힐 것 같은 아이들의 표정이 풀어지는 순간은 해결법을 들었을 때가 아니라 '괜찮아, 나도 그랬어' 라는 동지애를 나눴을 때이다. 그 순간, 아이들만 위로를 얻을까.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내 안에 고스란히 남아 있는 어린 시절의 상처, 당혹스러움, 기막힘 등이 풀어지기도 한다." (책을 열며)사실 인생 목표가 확실한 아이들은 흔들림이 적다. 답이 있는 길만 찾으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답 없는 길을 찾듯 자기 인생에 목표가 세워지지 않는 아이들은 방황할 수밖에 없다. 그것이 럭비공처럼 튈 수도 있고, 용광로 물처럼 튀어나올 수도 있는 법이다. 그건 막아선다고 될 일이 아니다. 자연스럽게 튀고 흐를 수 있도록 터줘야 한다. 그것이 이 책이 주는 참된 묘미다.
청소년들에게는 머리로 해결되지 않는 숱한 문제들이 있다. 오랜 시간 동안 가슴으로 품어야 할 일들도 좀체 시간이 없어서 못한다. 책과 공부에 파묻혀 살아야 하는 게 그것이다. 어른처럼 제 홀로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는데도 학교와 학원에 치여 제대로 가늠조차 못한다. 그런 고민들도 이 책을 읽다보면 뻥 뚫릴 것이다.
공부를 못하는 아이들은 어찌할까? 교과서를 읽어도 외워지지 않는 녀석들, 공부만 하면 머리가 지끈지끈 아픈 녀석들, 책만 들여다보면 여자 친구 얼굴이 떠오르는 녀석들은 어떡할까? 그런 아이들은 자기만의 공부를 시작하도록 주문한다. 녀석들에게는 교과서가 가르쳐주지 않는 것과 만나는 순간이 바로 공부 재미가 피어오르는 순간임을 암시한다. 이 책 속 '향기'라는 녀석에게 한 말도 마찬가지다.
"향기야, 주변의 모든 사람을 내 편으로 만들 수 있는 능력은 엄청난 재산이야. 그 힘으로 사람을 얻고 계약을 따 내고 협상을 이끌고 약자를 돕는 거니까. 그건 책상 앞에서 꼼지락거리면서 공부만 잘하는 애들에게는 없는 거야. 절대 기죽지 마. 그리고 노력을 더 해나가자. 알았지."(142쪽)청소년기에 흔들리지 않고 크는 녀석들이 어디 있으랴.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이 세상 대명천지에 없듯이 청소년기의 학생들도 그렇다. 또래 아이들 때문에, 부모님 때문에, 종교와 이성 친구 때문에 흔들리고 또 흔들린다. 그러다 한 뼘 한 뼘 속이 들고 자랄 것이다.
물론 비바람과 찬이슬에 녀석들은 힘겨워 한다. 그럴지라도 꽃으로도 때려서는 안 된다. 학원도 뻥 치고 학교도 빠진 아들 '유상이'에게 함부로 쏟아 낸 아버지의 막말이 평생 지워지지 않을 상처로 남을 거라고 하잖은가. 아무리 이상하고 막되 먹은 행동을 보여도 부모는 '동지애'를 갖고서 아이들을 보듬을 줄 알아야 한다. 그때 아이들은 친구처럼 속에 있는 걸 터 놓고, 씩씩하게 세상을 보란듯 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