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에서 한 줄기 빛이 반짝거렸다.강하면서도 아름다웠던 빛은 날 사로잡았고지쳐있던 날 흔들어 깨웠다.그리고 난 긴 터널 속을 나올 수 있었다.<터널 속에 빛> 작가노트 중- 이채현싸늘한 겨울 날씨. 산책을 하고 싶은데 너무 춥다. 그래서 떠올린 것이 '갤리러 산책'이었다. 올 겨울은 춥지 않고 그림도 구경하고 이석이조의 그림전시회를 구경하겠다는 마음을 먹고 발길 닿는대로 찾아간 곳이 달맞이 고개 '해운대 아트 갤러리'.
해운대 달맞이에는 부산 시내 크고 작은 갤러리들이 서울 인사동처럼 모여 있는 동네. 어떤 그림을 구경하는 것이 좋을까. 이리 기웃 저리 기웃대가가 만난 이채현 화가(연극배우)의 <터널 속의 빛>이란 제목의 첫 개인전이란 포스터에 뭔가 다가오는 느낌이 좋았다.
그래서 망설임없이 갤러리로 들어섰다.크지도 작지도 않는 갤러리에 맞게 아기자기하게 예쁘게 액자화된 그림들은 대체로 밝지도 강렬하지도 않은 것이, 마치 온화한 봄을 기다리는 빛의 소리들을 이미지화한 작품처럼 다가왔다.
비교적 전시회 첫날이라 감상객이 많지 않았다. 엽서 팜플렛을 받아들고 천천히 산책하는 마음으로 이채현 작가의 그림의 세계 속으로 걸어들어갔다. 얼마나 그림에 빠져 있었는지 시간가는 줄 몰랐다. 추상미술임에도 어렵지 않았다. 한 작품마다 작가의 영혼의 소리가 들려왔다.
그랬다. <터널 속의 빛>은 마치 저 우주의 심연에서 흘러나오는 빛의 소리같았다. 그림을 그린 작가의 따뜻한 영혼이 고스란히 내게 마음에 그림을 그렸다. 아, 이렇게 따뜻한 그림을 그린 화가를 만나 이야기하고 싶다. 그런 강렬한 마음이 솟구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전시회가 열린지 1-2시간 밖에 되지 않아서일까. 관람객도 이채현 작가는 보이지 않았다. 그림을 감상하면서 이채현 작가라는 분은 아마도 여성일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터널 속의 빛>의 시리즈 그림들은, 마치 캄캄한 엄마의 뱃속에서 태아가 꿈틀거리는 듯한 생명력을 느끼게 했다.
끝도 없는 방황을 시작한다.(중략)냉동창고 만큼이나 추운 이겨울에 동태눈을 한채로 앉아서는볼일 본뒤 물을 내리듯 눌러 눌러 시간을 꾸역 꾸역 흘려 보낸다텅텅 빈 머리 속은 끝없는 사막 같다.(중략)누군가의 추억이 담긴 노래를 들어 보지만 묘지에 떠다니는 유령처럼 꾸물 꾸물 한 귀에서 한 귀로 지나 갈 뿐이다. <터널 속에 빛> 작가노트 중 - 이채현화폭 전체를 수 놓고 있는 어둠과 대비되는 빛의 난무들은 난해한 시 같기도 하였으나, 그 난해함 속에 속삭이는 빛들의 중얼거림들은, 태초의 저 시원의 빛처럼, 그림을 감상하는 자에게 뭔가 내밀한 말을 귓속에 속삭여 주고 있었다.
그럴 것이다. 세상은 빛과 어둠으로 이루어져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빛은 어둠이 있어서 존재하고 어둠은 또 빛을 위해 존재하듯이. 이 세상살이도 절망(어둠)만큼 희망(빛)이 있어 삶을 벅차게 만든다. 전시회에 걸린 이채현 작가의 그림들은 이렇게 어둠에 주저 앉고 싶은 이들에게 밝은 빛을 선사하고 있었다.
아래 내용은 전시회장에서 즉석 인터뷰를 요청한 이채현 작가에게 두서 없이 물어본 것을 간결하게 정리한 것이다.
- 이 작가께서는 그림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얼마간 침묵 후) 그림은 일차적으로 미를 추구하는 본능적인 욕구이라고 생각해요.(생략) 저는 아무 이유 없이 그림을 보는 게 좋고 그리는 것이 즐겁고 행복해요. 저에게 그림은 무한자유에요. 그리고 그림을 볼 때 나만의 감성으로 자유롭게 해석 하여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답니다.
(생략) 대개 일반사람들은 '나는 미술을 잘 알지도 못하고 그림 보는 눈이 없다.'고 말하지요. 그러나 저 역시 특별하게 미술을 공부한적 없는 일반사람이에요. 해서 일반사람들도 그림을 볼 때 자유롭게 자신의 느낌에 몸을 맡겨 즐기면서 감상해주세요.라는 말을 하고 싶어요."
- 정말 대단하십니다. 혹시 미술을 독학을 하시면서 어려운 점은 없으셨나요 ?"어려움은 별로 없었답니다. 저는 중학교 때부터 연극 활동을 하며 미술 분야에도 관심이 많은 학생이었습니다. 연극에서도 무대 미술이 있듯 관련 된 예술 분야라 연극과 함께 공부 하고 틈틈이 작업하였습니다 .
올해 작업실을 구하여 그림 작업을 조금 더 집중적으로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30개 정도의 작품을 완성 하게 되었고 이 작품을 사람들과 공유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마음에 화가란 타이틀이나 수상 경력도 없지만 순수하게 전시를 하였습니다. 많이 부족하겠지만 연극작업을 하면서도 열심히 준비했었요."
- 일반 관람객들에게 작품 소개를 간략하게 해 주시면 합니다. "제목 그대로 <터널 속에 빛>은 어둠 속의 희망을 그리고자 했습니다. 터널 속 어두운 공간에서는 빛 하나에만 의지 해서 터널을 빠져나올 수 있는 것처럼, 막막한 현실에 마주 했을 때 좌절하고 힘들고 지칠 때 정말 어두운 터널 속에 갇힌 기분이 들곤 합니다. 그럴 때 마다 저는 믿음과 꿈 희망이라는 빛을 보고 그 빛을 따라 다시 일어나 그 터널 속을 잘 빠져 나올 수 있었습니다.
그러한 마음과 현실을 <터널 속에 빛>에 표현 하였습니다. 어둠 속이 캄캄하기도 하지만 긍정적인 마음으로 그 어둠 속을 환상으로 채워보기도 하고 그 빛의 에너지를 느끼기도 합니다. 저의 작품은 어둠이라는 현실에서 환상과 꿈을 다양하게 표현한 작품들이라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저는 탈장르를 꿈꿉니다. 그리고 예술은 다 소통한다고 생각합니다.해서 그런지, 그림을 그리면서 연극 작업에 상당히 도움이 되었습니다. 무대 연출과 그림의 세계도 장르가 다르지만 공통된 요소가 있었습니다. (웃음) 각각 다 매력이 있었습니다. (웃음) 혹시 누가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한다면, 전 고개를 가로 저을 것입니다. 두 장르, 모두 함께 할 것이고, 그림과 연극 모두 사랑합니다.
대학에서 전공은 연극을 했지만, 그림은 연극과 달리 아무 조건 없이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그림은 연극보다 절 자유롭게 하는 게 하는 것 같아 좋았습니다. 그러나 정말 쉽지 않은 시작이었고 연극을 하며 틈틈이 작업한다고, 춥고 더운 옥탑방(작업실)에서 고생하며 정성껏 준비해온 첫 전시 작품입니다. 많이 부족하지만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특별히 전시기간 중 토 일요일인 저녁 6시에는 갤러리 안 작은 공연을 마련하였습니다. 갤러리에서 그림만 보는 것이 아닌 여러 공연을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 해서 이 기회에 공연도 겸하게 되었습니다.
성악 4중창 팀의 넬라판타지아 노래와 전시회의 주제를 가지고 현대무용 포퍼먼스 공연까지 보실 수 있어 다양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그림이 있는 전시회가 될 거라 생각합니다. <터널 속에 빛>을 준비하는 동안 저는 빛이 되는 것 같았습니다. 그림을 보시는 분들께서도 이런 기운을 모쪼록 받아 가셨음 좋겠습니다. 정말 이렇게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 좋은 그림 정말 감사합니다.
화가, 이채현은 누구 |
82년생이다. 동서대 연극과 졸업하였다. 연극 정교사 자격증 취득하였다. <즐거운 분장실> 및 <쓰레기 재활용되다>과 <거미줄>, 극본을 직접 만들고 연출했다. <소녀-그리고 해답찾기>이라는 미술극을 연출했다. 부산시립극단 작품, <조선형사 홍윤식>의 조연출했다.<루시루시앙>의 드라마투루기 외 MBC <무전기1300> 12부작 방송 출연하였다. <그 남자 보이첵>외 영화 연극 배우 및 스텝 모델 활동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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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채현 첫 개인전, 2012. 1.11-17(월 쉼)부산 해운대 아트 센타(달맞이), 14(토),15(일)6시 갤러리 안 작은 공연이 있다. 4중창 'Nella fantasia', 유안나 "터널 속에 빛" 퍼포먼스, 공연문의 010-2855-3738, mitung4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