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추위가 말이 아니다. 우리집은 영하 15~16도가 예사다. 위도 상으로는 남부지방에 속하지만 강원도 날씨와 비슷하다. 날씨가 무척 추웠나보다. 사상 최대의 전력 소비량을 기록했다면서 언론들은 절전을 강조하고 있다.
한 겨울 전력대란이 올지도 모른다고 한다. 지난 가을 전국 규모의 정전사태 이후 한국전력거래소에서는 발전소 점검과 송배전 시스템의 정상 작동 확인에 분주하다. 나는 그것도 모르고 지게를 지고 나무하러 갔다.
내가 톱과 지게를 지고 올라가는 산길은 길도 아니다. 약초꾼이나 동네 할머니 몇 분이 나물이나 뜯으러 가끔 다니다 보니 길이랄 것도 없고, 온통 잡목과 찔레나무 가시와 야생 오가피 가시나무로 뒤덮여 있다. 트럭이 올라 갈 수 없는 시골 산들이 다 그렇다. 땔감을 하는 사람이 없다보니 산에 길이 없어지고 잡목들이 철 따라 수종을 바꿔가며 울창하다.
그렇다고 내가 막무가내로 산에 오르는 것은 아니다. 여름철 폭우 때 쓰러진 나무가 어디어디에 있는지 알기 때문에 길을 내면서 그곳들을 찾아간다.
나무를 빨리 집으로 나르기 위해서는 통나무를 길게 잘라야 하지만 그랬다가는 덤불 사이를 뚫고 지게를 져 나를 수 없다. 세자 남짓 토막 쳐서 날라야 하니 산에서 일하는 시간도 많이 걸린다. 산그늘이 진 곳은 눈이 얼어 있어서 지게를 진 채 밟아도 끄떡도 않는다. 비탈이 심한 곳에서는 지게 짐을 부려놓고 통나무를 한 개씩 집어 던져 내린다.
어느새 몸이 더워진다. 모자를 벗고, 목도리도 벗게 된다. 겉옷도 벗는다. 몸에서는 김이 모락모락 난다. 이렇게 일을 하다 보면 추운 날인지 따뜻한 날인지 크게 구별이 안 된다. 날씨가 가장 추운 날은 일 안하고 빈둥댈 때다. 지금처럼 컴퓨터에 앉아 글 쓸 때. 그러고 보면 농사꾼은 몸 안에 내장된 자동 발열기가 하나씩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준비성과 사회적 건강... 나는 나무꾼이다
전기나 기름난방은 필요한 시점에 스위치만 켜면 되지만, 나처럼 아궁이를 떼 난방을 하는 사람은 적어도 한 달 전에 나무를 마련해야 한다. 나무를 다듬거나 패고, 다시 양지바른 곳에 쌓아 말려야 하기 때문이다.
두 종류 난방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일까? 편리함과 불편함? 화석연료와 재생연료? 지구온난화 촉진 여부? 구매연료와 자급연료? 다 맞는 말이다. 하나 덧붙이고 싶다. '치밀하게 내일을 준비하고 또 내일을 믿는다'는 것이 바로 그것. 난 그 사실을 지적하고 싶다.
또한, '건강'도 덧붙이고 싶다. 개인의 몸 건강도 건강이려니와 사회적 건강 말이다. 기름과 전기는 사회와 개인의 건강을 해친다. 재생에너지 자급연료는 연료를 확보하는 과정이 몸을 건강하게 하며 난방과정도 원적외선을 비롯해 어떤 전자파나 유해가스가 없는 청정에너지가 된다.
이렇게 보면 가장 고약한 연료는 '핵'이다. 채취과정은 물론이고 난방과정은 더 이상 말할 나위가 없다. 더구나 '사용 후 핵연료' 문제가 남는 게 핵연료의 특징이다. 고열과 방사선이 남아있는 사용 후 핵연료의 폐기 비용과 부지 선정의 사회적 비용까지 생각하면, 거기다가 핵 발전소의 평균 가동 연수가 고작 25년인 것을 감안하면 핵은 참으로 고약한 에너지다.
최근 연구조사들은 핵 에너지가 경제성도 없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발전회사, 건설회사, 에너지 기업, 물리학자들, 연구원들, 과학기술 관료 등 '핵 발전소 마피아'들만 핏대를 올리고 있는 형국이다.
그래서 다음달에 산골 나무꾼이 탈 핵사회 연구 차 독일로 연수를 간다. 독일은 일찌기 탈핵 에너지 사회를 선언했다. 우리나라는 전력 설비용량의 24.1%가 핵 발전소지만 전력생산은 34.1%나 담당하고 있다. 매우 위험한 수치다. 21기의 핵 발전소를 갖고 있고 현재 8기를 건설 중이다. 2기는 건설 준비 중이다. 핵 발전소 수명 연장을 포기하고 추가 건설을 백지화하며 기존 핵 발전소도 차례로 폐쇄하는 독일과는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나무꾼의 땔감나무는 무한정인가? 아니다. 풍력과 태양력은 공짜인가? 아니다. 절약과 효율성이 에너지 문제 해결의 첫걸음이다. 온돌처럼 열효율이 좋은 난방기구는 아직 없는 듯해 오늘도 나무꾼은 흐뭇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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