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2년 역사를 자랑하는 '필름의 대명사' 코닥이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AP, AFP 등 주요 외신들은 19일(한국시각) "이스트만 코닥이 미국 뉴욕 법원에 파산보호(챕터 11) 신청을 했다"고 보도했다.
코닥의 안토니오 페레스 최고경영자(CEO)는 "이사회에 경영진은 파산보호 신청이 코닥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고 옳은 조치라는 것에 만장일치(unanimously)로 동의했다"고 밝혔다.
코닥의 자산은 51억 달러(약 5조7900억 원)이며 부채는 68억 달러(약 7조7300억 원)에 달한다. 코닥은 이날 시티그룹으로부터 9억5000만 달러를 지원받았으며 회생 절차에 들어갈 계획이다.
지난 1881년 조지 이스트먼이 설립한 코닥은 필름, 인화지 등을 개발하며 사진의 대중화를 이끌었다. 코닥은 우수한 기술력과 높은 시장 점유율을 자랑하며 미국의 가파른 경제 성장과 맞물려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불과 10여 년 전부터 디지털 카메라가 기존의 필름 카메라를 빠르게 대체하면서 '영상 기술의 선구자'로 영원할 것만 같았던 코닥의 위상은 급격히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132년 역사 코닥, 무너진 '필름 왕국'1975년 세계 최초로 디지털 카메라 기술을 개발하고도 이윤이 많지 않다는 이유로 외면하고 필름 시장에만 매달렸던 코닥은 결국 먼저 디지털 카메라의 상용화에 성공한 소니, 캐논 등 일본 기업들에게 주도권을 빼앗기고 말았다.
결국 디지털 카메라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지만 부진을 만회하기에는 너무 늦어버렸고 필름 카메라는 일상에서 자취를 감춰갔다.
엄청난 적자에 시달리며 주가도 폭락해 평균 1달러를 밑돌고 있는 코닥은 최근 뉴욕증권거래소(NYSE)로부터 주가를 1달러 이상으로 끌어올리지 않을 경우 상장을 폐지하겠다는 경고까지 받으면서 자존심을 구겼다.
코닥은 자금 확보를 위해 30억 달러의 가치로 추정되는 특허 자산의 매각을 추진해왔지만 이마저도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코닥은 대신 특허 소송을 통해 돌파구 마련에 나섰다. 코닥은 최근 애플, HTC 등에 이어 이날 파산보호 신청에 앞서 삼성전자에도 디지털이미징 기술 특허를 침해했다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시대의 흐름을 외면하다가 주저앉은 코닥의 회생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때 14만5천 명에 달했던 코닥의 임직원은 현재 1만9천 명으로 줄었지만 파산보호 신청으로 인해 이들의 일자리도 위험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