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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척여고 동문들의 '삼척핵발전소 유치 반대선언 기자회견'.
삼척여고 동문들의 '삼척핵발전소 유치 반대선언 기자회견'. ⓒ 삼척핵발전소유치백지화투쟁위원회

 

4월 11일 실시되는 제19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지난해 말 신규 원자력발전소 건설 예정지로 확정된 강원도 삼척시에서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하는 문제와 관련해 다시 찬반 공론이 불붙기 시작했다.

 

삼척여고 총동문회 원전반대추진위원회(이하 원전반대추진위)는 19일 삼척우체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척여고 동문회 명의로 현재 삼척시에서 원전 반대 중심 단체로 활동하고 있는 삼척핵발전소유치백지화투쟁위원회(상임대표 박홍표 신부, 이하 백지화투쟁위)와 함께 "핵발전소 유치 반대 운동"에 앞장설 것을 선언했다.

 

원전반대추진위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핵발전소 신규부지 선정이 철회될 때까지 앞장서서 함께 투쟁할 것을 천명"하고 "삼척을 핵의 공포로 몰아넣은 정치인들을 소환하는 운동에도 적극 동참"할 뜻을 밝혔다.

 

이와 관련해 같은 날 삼척시 문화공보실은 '삼척여자고등학교 총동문회 일동' 명의의 성명서를 배포했다. 작성 주체가 명확하지 않은 이 성명서는 "삼척여고 총동문회가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것에 반대하며 총동문회 명예를 실추시킨 집행부는 사퇴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성명서는 원전반대추진위를 "몇몇 집행부"로 지칭하고, 그들이 총동문회 명의를 사용해 원자력발전소 유치를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연 데 분노하면서 일부 집행부에 의해 결정된 사안을 "마치 전체 회원의 의견인 것처럼 발표한 것은 전체 동문회원을 우롱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성명서는 또 "국회의원 선거, 시장 선거가 무슨 올림픽 경기도 아니고 이 선거, 저 선거 가리지 않고 기웃거리는 일부 정치인과 그들을 추종하는 몇 몇 집행부에 경고한다"며 "삼척여고 총동문회는 당신들이 떡 주무르듯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는 곳이 아니다"라고 비난했다.

 

 신규 원자력발전소 유치를 축하하는 현수막들.
신규 원자력발전소 유치를 축하하는 현수막들. ⓒ 성낙선

 

찬성 측 "반대 의원 낙선 운동" - 반대 측 "정치인 탈핵 선언 요구"

 

한편 지난 16일 '동해안 탈핵 천주교 연대(이하 탈핵연대)'가 출범한 것과 관련해서도 원전을 찬성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 사이에서 격한 대립이 일어날 것을 예고하고 있다.

 

탈핵연대는 현재 핵발전소가 들어서 있거나 들어설 예정인 동해안 지역의 4개 교구(대구대교구, 부산교구, 안동교구, 원주교구)가 모여 결성한 단체로 "다가오는 총선과 대선에서 정치인의 탈핵 선언을 엄중히 요구"하고 "핵발전 중심의 에너지 공급정책을 즉각 중단하고, 에너지 수요관리 및 재생가능 에너지 정책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안동교구 영해성당에서 열린 '동해안 탈핵 천주교 연대' 출범 미사
안동교구 영해성당에서 열린 '동해안 탈핵 천주교 연대' 출범 미사 ⓒ 삼척핵발전소유치백지화투쟁위원회

이와 관련해 삼척시 내 원전 유치 찬성 단체인 삼척시원자력산업유치협의회(이하 원자력유치협의회)는 19일 "4월 총선에서 원전 반대 후보자들에 대해 낙선 운동을 펼치겠다"면서, "전력수급 안정과 일자리 창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원자력 산업 유치 염원을 외면하거나 부정한다면, 68개 사회단체와 함께 전면적인 낙선 운동을 벌일 것"을 공표했다.

 

이에 따라 삼척시에서는 19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원전 유치에 반대하는 단체와 찬성하는 단체 사이에 극한 대립이 예상된다. 삼척시가 신규 원자력발전소 건설 예정지로 확정되면서 한때 소강상태에 빠져 있던 '핵발전소 반대 운동'과 관련한 논란과 갈등이 사실상 다시 불붙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백지화투쟁위는 삼척시 김대수 시장을 상대로 주민소환 청구 운동을 준비중이다. 백지화투쟁위가 주민소환 운동을 전개하기로 한 데는 '김대수 시장이 삼척의 핵반대 역사를 부정하고, 원전 유치를 결정하기에 앞서 주민투표를 실시하기로 한 약속을 저버리고, 민주주의를 말살하는 등 시정을 사유화했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삼척은 1990년대 근덕면에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하려는 시도를 주민들이 총궐기해 저지한 적이 있다. 1991년 3월에 시작한 싸움을 1999년 11월에 종결했다. 지난한 싸움이었다. 2004년과 2005년에는 삼척시에 핵폐기물처분장이 들어서는 것을 막아냈다. 근덕면 덕산리에는 지금도 1990년대의 반핵투쟁을 기념하는 뜻에서 조성한 '8.29 기념공원'에 '원전 백지화 기념탑'이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원자력발전소 유치 반대 현수막.
원자력발전소 유치 반대 현수막. ⓒ 성낙선

 

주민투표와 관련한 논란은 삼척시의회에서 '원자력발전소 유치 동의안'을 통과시키는 과정에서 비롯됐다. 당시 삼척시와 삼척시의회는 원자력발전소를 주민들이 수용할 건지 말 건지를 확인하기 위해 주민투표를 실시하는 것을 조건으로 원자력발전소 유치 동의안을 통과시키는 데 합의했다.

 

그러나 삼척시 당국은 한국수력원자력(주)에 유치동의안을 접수한 이후, '주민투표'를 부정했다. 처음에는 주민투표를 합의한 사실을 부정하더니, 나중에 주민투표를 언급한 문서가 나오고 나서는 주민투표 자체를 거부했다. 문서에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라고 적힌 문구를 문제삼은 것이다.

 

그 문서에 '(주민투표를)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실시할 계획'이라고 적혀 있는데, 이제는 주민투표가 원전을 유치하는 데 시에 전혀 이익이 되지 않기 때문에 실시하지 않겠다는 군색한 주장을 펼쳤다. 문구 하나를 애매한 뜻으로 만들어 주민투표 자체를 거부한 것이다. 이런 행태가 원전 유치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분노케 한 것은 물론이다. 백지화투쟁위가 시장을 상대로 주민소환 운동을 전개하기로 결정한 데는 이런 이유가 있다.

 

반대 투쟁,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막을 수 있을까?

 

주민소환 운동은 총선이 끝난 이후 본격화된다. 주민소환법에 의하면 총선 이전 2개월 이내에는 주민소환과 관련한 일체의 활동이 금지되어 있어 부득이 총선 이후로 활동 기간을 미뤘다. 청구 서명은 4월 13일(금)부터 6월 11일(월)까지 60일 동안 진행하며, 서명자가 주민소환 청구인수를 넘어서게 되면 6월 중 주민투표를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주민소환 운동이 백지화투쟁위의 의지대로 '성공'으로 끝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백지화투쟁위는 주민소환 청구만 가능해지면 김대수 시장을 현재의 권좌에서 끌어내릴 수 있다고 보는 반면, 삼척시 당국은 "원전 반대 시민보다 원전 찬성 시민이 더 많은 만큼 주민소환 운동이 실제 주민투표로까지 가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삼척시에서 시장을 대상으로 한 주민소환투표 청구권자는 5만9882명이다(2011년 12월 31일 기준). 기초단체장을 대상으로 주민소환투표를 청구할 수 있는 인구는 청구권을 가진 인구의 15%에 해당하는데, 삼척시에서는 그 수가 8982명이다. 그리고 주민소환투표는 유권자 1/3 이상이 참여해야 그 결과를 알 수 있고, 찬성자가 1/2을 넘어야만 시장 해임이 가능해진다.

 

 원자력발전소 유치 축하 현수막이 내걸린 삼척시청.
원자력발전소 유치 축하 현수막이 내걸린 삼척시청. ⓒ 성낙선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폭발 사고 이후 전 세계적으로 원자력 정책이 급변하고 있다. 일본은 새로운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하는 일이 불가능해진 상태에서 노후 원전을 순차적으로 폐쇄하기로 결정해 2050년쯤이면 '원전 제로' 상태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전력 수요의 25%를 원전에 의존하고 있는 독일은 지난해 3월, 2022년까지 모든 원자력발전소를 폐쇄하고 더 이상 가동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이명박 정부는 여전히 원자력 발전 중심의 에너지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이명박 정부의 정책이 이번 총선에서 어떤 결과를 야기할지 아직은 예측하기 어렵다. 그렇지만 지난해 지자체 재보선 선거에 이어서 이번 4.11총선에서도 '원자력'이라는 뜨거운 화두를 던질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삼척우체국 앞에서 1인시위를 벌이고 있는 '삼척핵발전소유치백지화투쟁위원회' 박홍표 상임대표.
삼척우체국 앞에서 1인시위를 벌이고 있는 '삼척핵발전소유치백지화투쟁위원회' 박홍표 상임대표. ⓒ 삼척핵발전소유치백지화투쟁위원회

백지화투쟁위는 이후 좀더 다양한 방식으로 원자력발전소 반대 운동을 전개할 방침이다. 주민소환운동 이외에도 한국수력원자력주식회사 대상으로 '핵발전소 후보부지 선정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해 놓고 있으며, 삼척시를 상대로는 삼척시가 '원자력유치협의회에 교부한 시비 내역' 등의 행정정보를 비공개하기로 결정한 데 '행정정보 비공개 결정 처분 취소' 등의 청구 소송을 제기한 상태이다.

 

또한 2월에는 부산에서부터 삼척까지 '핵없는 세상을 위한 탈핵 도보 행진'을 할 계획이다. 그리고 3월 중순에는 강원 지역 총선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핵발전소와 관련한 정부의 에너지 정책 및 삼척핵발전소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요구"하는 한편 원자력발전소에 반대하는 후보자들과는 따로 정책협약식을 할 예정이다. 4월 중에는 전국 각지에서 '생명의 버스'를 조직해 삼척으로 집결시키는 등 '핵발전소 반대 범도민 결의대회'를 개최한다.

 

한편, 김대수 삼척시장은 지난 9일 <한국원자력신문>과 한 특별인터뷰에서 "이번 (신규 원전 건설 후보 부지) 선정으로 삼척시는 원자력복합단지 조성의 초석을 마련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원자력발전소 유치로 시는 정부의 미래 원자력 연구개발 청사진에 의해 가시화되고 있는 스마트원자로, 제2원자력연구원 등 제2, 제3의 원자력 산업을 추가로 유치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게 됐다"고 밝혔다.

 

삼척시는 지난해 12월 23일 경상북도 영덕군과 함께 신규 원자력발전소 후보 부지로 선정됐으며, 원자력발전소 건설 여부는 '후보용지 사전 환경성 검토' 등의 과정을 거친 뒤 올해 말에 최종적으로 확정된다.


#삼척#핵발전소#원자력발전소#김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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