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없애고 중앙당을 전국위원회 체제로 전환하는 당 구조 개편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상돈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은 24일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이 당 대표 선출 때문에 발생하지 않았느냐"며 이 같은 내용의 당 구조 개편 방향을 밝혔다.
비대위 산하 정치쇄신분과 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 비대위원은 "당 대표를 뽑기 위해 무한경쟁을 하고 다시 하향식 공천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데 대부분 공감하고 있다"며 "돈봉투 사건이 그런 변화를 이룰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게 정치쇄신분과 위원들과 쇄신파 의원들의 만장일치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이 비대위원은 "정당법상 중앙당은 폐지할 수가 없어 전국위 체제로 바꾸는 것"이라며 "국회의원들은 원내대표 중심으로 가고 전국위는 국민의 뜻을 받아 전체 당론을 결정하고 당원국민과의 소통 및 저변확대, 정책개발을 담당하는 기능을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비대위원은 미국식 정당 운영 모델도 언급했다. 그는 "미국 공화당의 경우 젊은 층에 굉장히 인기가 없었는데 '영리퍼블리컨' 같은 것을 만들어 굉장히 성공했다"며 "원내 정치와는 별도로 전국위에서 '캠퍼스 공화당'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있었고 성공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비대위는 오는 26일 전체회의에서 이 같은 당 구조 개편 방향을 발표하고 세미나와 공청회를 통해 공론화해 나갈 계획이다.
한나라당 인물난... "예비후보 등록, 실망스럽다"
이 비대위원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인물난을 호소하기도 했다. 그는 총선 공천심위원회 구성에 대해 "비대위 분과위원회에서 이야기를 했지만 공심위원장은 특별히 떠오르는 분이 없었다"며 "현재 언론에서 거론되고 있는 분들은 비대위 내에서 논의한 적이 없는 분들"이라고 말했다.
이 비대위원은 "공심위원장은 뾰족한 분이 없어 딜레마"라며 "대내외적으로 볼 때 공정하고 객관적이며 정치가 돌아가는 것을 아는 분이 돼야 할 것 같다. 실물정치를 모르면 위원장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그런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그는 "오는 26일 비대위 전체회의에서 공심위원 인선을 논의하겠지만 당장 인선안을 발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 비대위원은 한나라당의 총선 예비후보 등록 현황에 대해서도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한나라당 예비후보들을 보면 양과 질 모두 저조하다"며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이 비대위원은 "정치 신인, 특히 30대와 40대, 여성들의 참여가 저조해 당혹스러운 면이 있다"며 "여성을 15% 공천하기로 했는데 이대로라면 허망한 일이 될 것 같다"고 우려했다. 그는 "한나라당이 수도권에서 역풍을 맞고 있는 게 가장 큰 이유일 텐데 위기는 기회"라며 "한나라당 성향의 무소속은 한나라당에 (공천) 신청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