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 구이, 안 먹어 본 사람은 그 맛을 모릅니다. 어릴 적 돌에 붙은 굴을 구워 먹던 기억을 떠올릴 때마다 입안에 침이 가득합니다. 돌굴(석화)과는 비교할 수 없지만 고향에서 굴 양식을 하기 때문에 한 번씩 굴을 구워 먹습니다. 광주 누나네와 울산 동생네 가족이 왔는데 큰 형님이 굴을 1포대 가져왔습니다. 어른들과 아이들 모두가 굴을 구워 먹겠다고 나섰습니다. 물을 지피고 굴을 넣는데 모두들 정신이 없습니다.
"불장난 하면 오줌싸요. 오줌 싸."
"오줌 싸도 상관 없어요. 없어. 굴구이가 얼마나 맛있는데." "굴 구워 먹으려고 나무까지 했단 말이에요." "굴 구워 먹겠다고 나무까지 했단 말이야. 굴은 알맞게 익어야 맛있어."
"굴물이 없을 때까지 구워야 맛있어요." "아니지 굴물이 보글보글하는 게 더 맛있어."
조카들은 굴을 구워 먹기 위해 나무까지 하고, 굴을 많이 구워야 맛있네, 아니다 굴물이 보글보글 해야 맛있다며 작은 다툼도 있었습니다. 저는 굴물이 있는 것보다 약간 노릇노릇하게 굽는 게 참 맛있습니다. 하지만 다들 자기 입맛에 맞게 먹으면 그게 최고입니다. 아무쪼록 오늘밤 잠자리에서 오줌 싸는 사람이 없기를 바랍니다.
"꿀맛같은 굴맛, 너무 맛있어요"
이런 일에 절대 빠지지 않는 아이가 있으니 둘째 아이입니다. 생굴회도 좋아하고, 굴전도 좋아하고, 떡국에 굴을 넣어도 좋아합니다. 당연히 굴 구이 역시 없어서 못 먹지 있으면 다 먹습니다. 그런데 사촌오빠들이 다 먹는 바람에 자기는 얼마 먹지 못했다고 울상입니다.
"서헌아 굴 맛있어?" "오빠들이 다 먹었어요. 나는 얼마 먹지 못했어요."
"그래. 굴 구이가 얼마나 맛있는데. 그럼 아빠가 하나 줄 것이니까 먹어." "아빠 정말 맛있어요. 굴 구이가 이렇게 맛있는 줄 정말 몰랐어요. 다음에 또 구워주세요. 나는 정말 굴이 맛있어요. 굴맛이 꿀맛이예요."
"그래 굴맛이 꿀맛이지."
큰 아이는 굴 구이 같은 먹을거리를 좋아하지 않아 한두 개 먹더니 그만 두고 막둥이는 누나가 아빠에게 굴을 구워주자 자기도 먹겠다며 나섰습니다.
"아빠 나도 굴 구워 주세요."
"막둥이는 잘 먹지 못할 것인데."
"아니예요. 저도 잘 먹어요. 형아들과 누나도 맛있게 먹었잖아요."
"뜨거우니까 장갑끼고 먹어봐라. 얼마나 맛있는지 아빠에게 말해줘." "아빠. 굴에 껍데기가 좀 붙어 있어요. 이것은 떼어버려야지요." "당연하지." "아빠 정말 맛있어요. 굴맛이 꿀맛이에요."
"아빠 그런데 연기를 너무 많이 마셨어요. 눈물도 많이 났어요."
"그래도 굴만 맛있어면 되잖아."
굴을 굽기 무섭게 사라졌습니다. 한 포대를 언제 먹을까 생각했지만 기우에 불과했습니다. 한 포대는 순식간에 사렸고, 가족들 모두 배는 불러왔습니다. 사천만 굴은 우리나라에서 맛있기로 유명합니다. 우리 동네분들 말씀에 따르면 서울 부자들이 먹는 굴이라고 자랑합니다. 물론 미확인 보도입니다.
아무튼 온 가족들이 꿀맛같은, 아니 꿀맛보다 더 맛있는 굴맛을 봤습니다. 바람부는 정월 이튿날. 굴맛을 본 우리 가족들 올해도 건강하고, 우리나라도 건강한 한해가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