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돈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이 "공천심사위원장으로 거론된 분 중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이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공심위원장으로 윤 전 장관을 비롯해, 인명진 갈릴리교회 목사, 평화재단의 법륜 스님, 송복 연세대 명예교수 등이 거론되는 가운데 나온 발언이라 더욱 주목된다.
이 비대위원은 2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정치쇄신분과 회의 전 기자들과 만나 "거론되는 분 중 정치 실무를 유일하게 해보신 분"이라며 윤 전 장관을 언급했다. 그러나 "윤 전 장관이 현재 아프셔서 하실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실제로 윤 전 장관은 고령(73)인데다 지병이 악화돼 본인 스스로 공심위원장을 고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그는 지난 24일 기자간담회에서도 "대·내외적으로 볼 때 공정하고 객관적이며 정치가 돌아가는 것을 아는 분이 돼야 할 것 같다"며 "실물정치를 모르면 위원장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그런 생각이 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당시 기자간담회에서 "비대위 분과위원회에서 이야기를 했지만 공심위원장은 특별히 떠오르는 분이 없었다"며 "현재 언론에서 거론되고 있는 분들은 비대위 내에서 논의한 적이 없는 분들"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한나라당의 '공심위원장 모시기'가 난항을 겪으면서 공천심사위 구성도 다음 주께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당초 비대위는 오는 26일 전체회의에서 공심위 구성을 위한 '밑그림'을 내놓을 방침이었다.
권영세 한나라당 사무총장은 이날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에 출연, "(공심위원장은) 특정 인물이라기보다는 아주 엄정하고 정당에 대해서도 이해가 있고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 존경받는 등 몇 가지 요소들을 구비하신 분이었음 좋겠다고 생각한다"면서 "아마 내일(26일) 비대위에서 확정되기는 쉽지 않을 수 있겠다"고 밝혔다.
권 사무총장은 공심위 구성 연장 가능성에 대해서도 "2월 초 정도에 공심위 구성을 완료한다고 돼 있으니 바쁘긴 하지만 아직 시간이 더 있지 않나 생각한다"며 "심사위원장도 있지만 심사위원 구성에 있어서 당내·외 인사들을 어떻게 구성해야 할지도 고민스러운 부분"이라고 긍정적으로 답했다.
김세연 "중앙당의 미국식 전국위 체제 전환, 한가한 얘기 아니다"
한편, 이 비대위원은 지난 24일 발표한 정당개혁안에 대해서도 "저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라 여기(정치쇄신분과)에 계신 모든 분들과 공감한 내용"이라며 "뜨거운 반응이 오는데 관심에서 오는 것인지 모르겠다, 오늘 더 깊은 논의를 해보려 한다"고 밝혔다.
중앙당을 미국식 전국위원회 체제로 전환해 사실상 '중앙당 폐지'를 실현시키는 방안에 대해 계속 추진할 뜻을 밝힌 것. 정치쇄신분과는 이날 이 비대위원의 정당개혁안에 대한 공청회 및 세미나 일정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정치쇄신분과의 김세연 의원도 이 비대위원에게 힘을 실었다. 김 의원은 이날 회의에 앞서 "이 비대위원이 밝힌 정당개혁안에 대해 일부 언론들이 사설, 인터뷰 등으로 반응을 내놨는데 '한가한 얘기'라고 한다"며 유감을 표했다.
<조선일보>는 이날 사설을 통해 "중앙당 폐지 문제는 대화와 타협의 정치 문화를 정착시켜가면서 다루어도 늦지 않다"며 "한시기구인 비대위가 중점 둬야 할 만큼 급한 일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김 의원은 "중앙당 대표의 국회의원 공천권, 지방의원 공천권 등이 결합된 일렬 수직구조를 한 번에 풀 수 있는 기회"라며 "이런 구조쇄신은 즉각 효과가 나오지 않겠지만 2년 후 지방선거부터 효과를 발휘할 것이다, 선거 사이클 때문에 눈에 보이는 효과만 요구하는 건 안타깝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