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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쌍용차가 다목적 레저용차라고 주장하는 코란도스포츠. 하지만 코란도스포츠는 화물차로 등록됐다.
쌍용차가 다목적 레저용차라고 주장하는 코란도스포츠. 하지만 코란도스포츠는 화물차로 등록됐다. ⓒ 정영창

"어! 자동차 디자인이 좀 특이하네요. 스포츠유틸리티(SUV) 차량은 아닌 것 같고 트렁크 공간이 뻥 뚫려 있어 화물트럭 같아요. 홍보 책자를 보면 레저용 다목적차량(Leisure Utility Vehicle)이라고 하는데 도대체 이 차의 정체성은 뭡니까?"

레저용 차량을 구입하려는 한 소비자가 '코란도스포츠'를 보고 기자에게 물어본 얘기다. 쌍용차가 지난 12일 출시한 '코란도스포츠'의 정체성에 대한 소비자들의 궁금증이 최근 들어 부쩍 늘어나고 있다.

쌍용차는 이 차를 레저용 다목적 차량(LUV)이라 정의하고 연초부터 신문·방송을 통해 대대적인 홍보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소비자들의 반응은 썰렁(?)하기만 하다. '코란도스포츠'의 정체성이 혼란스럽다는 이유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코란도스포츠'는 화물차로 등록된 5인승 픽업트럭이다. 때문에 연간 자동차세도 2만8500원만 내면 된다. 이는 1톤 이하 화물차(비영업용)에 부과되는 세금과 같다.

통상 7인승 이상의 스포츠유틸리티(SUV) 차량의 자동차세는 연간 40만~50만 원에 이른다. 이를 비교해 보면 '코란도스포츠'는 화물용 픽업트럭임이 분명하다. 게다가 이 차에 부착된 연비표시 스티커에도 화물차임을 정확히 표기해 놓고 있다.

쌍용차가 이러한 상황인데도 굳이 '코란도스포츠'의 태생 자체를 슬그머니 감추고 레저용 다목적 차량(LUV)으로 각색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쌍용차의 절박함 때문이라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무리수를 둔 속내를 들여다보면 이렇다.

올해 쌍용차가 내놓을 신차는 렉스턴과 유로5 기준에 맞춘 로디우스뿐이다. 이들 모델은 모두 부분 변경 차량이다. '코란도스포츠' 이외에는 쌍용차의 존재감을 알릴 만한 뚜렷한 신차가 없다. 때문에 풀 모델 체인지(완전변경)된 '코란도 스포츠'에 거는 기대가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코란도스포츠.
코란도스포츠. ⓒ 정영창

실제로 '코란도 스포츠'의 계보를 잇는 무쏘스포츠(1992년)와 액티언스포츠(2006년)는 출시 이후 줄곧 쌍용차의 효자차종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작년엔 액티언스포츠는 1만대 이상이 팔리는 등 쌍용차 라인업 중 코란도C를 제치고 가장 많이 판매됐다. 

쌍용차는 올해 '코란도스포츠'를 국내 2만대, 수출 1만5000대 등 모두 3만5000대의 판매목표를 세웠다. 스포츠유틸리티(SUV)차량인 코란도C의 목표치인 1만5000대를 웃돈다. 이는 '코란도스포츠'가 올 한해 쌍용차 전체 판매를 견인해야 한다는 반증이다.

이유일 쌍용차 사장도 신차발표회에서 "코란도 스포츠는 쌍용차 경영 정상화의 핵심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고 기대감을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상황을 분석해 보면, '코란도 스포츠'에 붙인 레저용 다목적 차량(LUV)이라는 말은 판매확대를 노린 쌍용차의 절박함이 만들어낸 홍보 전략임을 확연히 알 수 있다.

특히 무쏘와 액티언스포츠에 붙였던 스포츠트럭(SUT)의 이름을 후속 모델인 '코란도스포츠'엔 레저용 다목적 차량(LUV)이란 용어를 과감히 사용한 것도 이 때문이다. 어쨌든 이 차의 쓰임새는 이전 모델과 같다. 화물용 픽업트럭이 갖고 있는 고유 기능은 동일하다.

이전 모델과 비교해 달라진 점도 있다. 편의사양과 디자인, 그리고 코란도C와 동일한 배기량 2000cc 디젤 엔진(e-XDi200)에 6단 자동변속기를 얹어 연비가 액티언 스포츠보다 24% 향상된 리터당 15.6㎞에 이르는 것. 하지만 이러한 변화를 두고 레저용 다목적 차량(LUV)이라 말 할 수는 없다.

쌍용차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진정성을 갖춘 마케팅이다. 소비자들은 냉정하고 판단도 빠르다. 꼼수는 통하지 않는다. '코란도스포츠'가 척박한 국내 픽업트럭시장서 쾌속질주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 같은 사실들을 집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굳이 소비자들까지 헷갈리는 용어를 사용하면서까지 '코란도스포츠'의 정체성을 희석시키는 것은 오히려 판매의 독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올 한해 이 차가 쌍용차의 기대만큼 바람을 일으킬지 자못 궁금해진다.

덧붙이는 글 | * 정영창 기자는 자동차 전문지 <오토모닝> 편집국장입니다. 이 기사는 오토모닝에도 동시에 게재됩니다.



#코란도스포츠는 픽업트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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