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자전거 타다가 다쳤단다. 아내는 얼마나 급했는지 어디를 얼만큼 다쳤다는 말도 못하고 전화를 끊었다. 00병원 응급실로 가는 길은 추운 날씨 탓에 썰렁했다. 국회의원 후보자들 현수막만이 텅 빈 거리를 파수꾼처럼 지키고 있었다.
안양 만안구에 출마한 민주 통합당 이종태 후보 현수막이 날아와서 눈에 박혔다. 그의 자서전…아들…자전거……! 왜 저 사람 얼굴이 하필 지금 내 눈에 띄는 것일까! 아무래도 불길한 기분이 들었다.
몇 해 전 그의 자서전을 읽고 서평을 쓴 적이 있다. 아홉 살 나이에 세상을 뜬 아들에 대해서 담담하게 이야기 하는 대목이 내 눈을 붙잡았었다. 아들이 죽은 원인은 '뇌진탕'이다. 자전거를 타다가 차에 부딪쳐 그 자리에서 절명하고 말았다. 그는 책에서 안타까운 마음을 이렇게 표현했다.
"궁핍해서 제대로 먹이지도 못했다. 아이의 죽음 앞에서는 모든 것이 허무했다. 하느님 뜻을 도저히 헤아릴 수 없었다."생각 해 보니 나 역시 마찬 가지 아닌가. 무엇하나 풍족하게 해 준 게 없다. 먹고 싶은 것, 입고 싶은 것, 가지고 싶은 것 등.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했다.
다행이었다. 일곱 살 아들은 왼쪽 팔이 부러졌을 뿐이었다. 안도의 한 숨을 내 쉬며 한가해 지면 이종태 후보나 한번 만나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로부터 2주후인 1월 25일 오후 2시께, 이종태 후보와 차 한 잔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았다.
선거 이야기가 아닌 아들 이야기를 먼저 물었다. 이종태 후보는 선거에 나온 후보 인터뷰 하러 와서 별걸 다 묻는다는 표정으로 한번 흘낏 쳐다보고는 입을 열었다.
"아들이~ 그러니까 91년도에 자전거를 타다가 요 근처 석수시장 주차장(그의 선거 사무실은 석수동이다)에서 도배 풀 배달하는 사람이 모는 트럭하고 부딪쳤어요. 그 좁은 골목에서 얼마나 세게 달렸는지...그 때 참 안타까운 것이 과속 방지턱 하나만 있었어도 살 수 있었을 텐데 하는 것이었어요. 결국 내 아들이 죽은 다음에 방지턱이 생겼지요. 미리 만들었으면 안 죽었을 텐데..."듣다보니 아들 때문에 정치를 시작하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래서 정치를 시작하게 됐느냐고 물었다.
"그건 아니고요. 그런 개인적인 이유로 정치를 할 수는 없는 것이니까. 이런 생각은 했어요. 만약 내가 시장이 되면 안양시에서 애들 교통 사고 만큼은 100% 없애겠다는...어른들이 정치를 잘 해서 좀 더 따뜻한 세상 만들면 이런 희생 줄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했어요. 먹고 사는 문제뿐만 아니라 여유를 가지고 이런 작은 부분에도 신경 쓰면 좀 더 나은 세상이 오지 않을까 하는 그런 생각이지요."아들 죽고 난 다음에야 방지턱 생기고
지금까지 정치 이력만 본다면 이종태 후보는 참으로 불운해 보인다. 지난 2002년 안양시장 선거에 출마해서 낙방했고 이후, 2004년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동안을) 했지만 당 내 경선에서 탈락했다. 이어 2010년 안양시장 선거에 출마, 또 다시 당내 경선에서 탈락했다. 그에게 정치란 도대체 무엇이기에 이렇게 끈질기게 출마 하는 것일까!
- 정치는 언제부터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됐나?"태어나면서부터 정치하는 것 아닌가? 우리 주변에 있는 모든 게 정치인데...원초적 관심은 우리 사회 빈부격차를 인식하면서부터이고 직접적 관심은 고등학교 때 부터다. 안양 박달동 쪽방에서 누나들 틈에 끼어서 잠을 자면서 서울에 있는 경기 고등학교를 다녔다. 학교에서는 우리나라 최상류층 자식들하고 어울리고 집에 오면 최 하류층 노동자들과 생활한 것이다. 이 때 빈부에 대해서 뼈저리게 느꼈다. 이런 이유로 대학 때는 데모만 하면 쫒아 다녔고, 졸업을 하면서 박정희가 죽을 때까지 싸우겠다는 각오로 사회 운동을 시작했다."
- 운동 말고 정치는, 아니 선거에는 언제부터 출마했나? "운동하다가 잠시 감옥에 갔다 왔다. 감옥 갔다 와서 안양에서 문화 운동, 그리고 전국 단위 교육 운동을 했고, 그게 인연이 돼서 지역 시민연대 상임대표 맡았다. 그러다가 2002년 안양시장 제의 받고 출마했다."
- 출마를 권유 한 게 누구인가?"이종걸 의원이다. 재야 운동 하던 돈도 없는 사람이 당선되면 그 자체가 의미 있다고 생각했고, 민주화 단계에서 지방자치가 중요하다는 생각에 도전했다. 결과는 형편없었다. 알고 보니 내가 총대 멘 것이었다."
- 그 이후에도 출마 했지만 모두 예선 탈락 이었다. 선거라면 진절머리 날 만도 한데 또 다시 출마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명박 정권 들어서면서 한국 청소년 정책 연구원장에서 쫓겨나다 시피 물러났다.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 절명했다. 무엇인가를 해야겠는데, 이 사회를 위해서 무엇인가를 해야겠는데 선출직 외에는 내가 할 일이 없었다. 그래서 10년 정치하자고 결심하고 시민들에게 공표 했다. 그 약속 지금 지키고 있는 것이다."
- 이력을 보니 노무현 재단 기획위원이다. 고 노무현 대통령과는 어떤 인연이 있나?"노사모에는 대선에 나오기 전해에 가입했다. 당시는 막연한 존경과 지지였다. 2002년 시장 떨어지고 나서 노무현 캠프 정책 자문단에 들어갔다. 노무현 대통령을 진짜 좋아하기 시작한 것은 그 양반 말년이다.
노짱의 진정성은 오히려 말년에 빛이 났다, 자기가 손해 보는 게 분명한 상황에서도 정면 돌파하는 모습이 좋았다. 재고 머리 돌리고 하는 정치인이 아니라는 점이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 사람처럼 진정성 있는 정치인 있었나? 오로지 국민을 위해 달려간 사람이었다. 그런 부분이 좋았다. 말년에 등 돌리는 사람 많았지만 난 그럴 수 없었다. 오히려 말년이 좋았다."
노무현 대통령 오히려 말년이 더 좋아
이 후보가 출마한 안양 만안 지역은 이종걸 후보가 내리 3선을 한 민주당 강세 지역이다. 때문에 민주 통합당 경선이 국회의원 본선 이라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 정도로 민주 통합당 경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종태 후보는 자기를 정치에 밀어 넣은 이종걸 후보와 한판 승부를 벌여야 하는 상황이다. 이종걸 후보는 이종태 후보 경기 고 서울대 후배다. 그런 이종걸 후보와 한판 벌여야 하는 심정이 복잡 할 듯했다.
- 이종걸 의원과 겨뤄야 하는 심정이 복잡 할 듯하다, 어떤가?"사실 그동안 나를 키워준 만안구에서 정치를 하고 싶었지만 이종걸 의원하고 맞서는 게...마음이 허락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동안 동안 을에 출마하려고 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 의원 역시 정리 돼야 할 구태 정치인 이란 생각에 개인적인 정리를 넘어 출마를 결심했다. 기성 정치 바꿀 필요가 있다. 여야를 떠나서, 모두 구태 정치인 이다. 구태 정치인 바꾸는 길이면 누구와도 싸워야..."
- 아차, 잊을 뻔 했다. 동안 을에서 갑자기 만안으로 바꾼 이유가 무엇인가? "생각지도 않게 중앙당에서 동안을 위원장으로 지명됐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위원장이 되지 못했다. 그러면서 그 지역에서 정치를 할 의미를 찾지 못했다. 아무래도 나를 키워준 만안에서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가 몸담고 살았던, 많은 것을 받았던 곳에서."
- 이종걸 의원을 구태 정치인이라 주장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가장 큰 이유는 시민과 전혀 소통 못하고 국회의원을 사적인 명예와 권력과 부를 누리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느껴진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군림하는 국회의원이다. 이런 정치인이 전형적인 구태 정치인이다. 이런 상태로는 지역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 주장은 있는데 근거가 없다. 근거를 말해 달라."이 의원은 모든 결정이 독단적이다. 예전에 대의원 선임권 백지 위임 해 달라고 해서...당원들 반발 물리치고 실제로 그렇게 하기도 했다. 자기 맘대로 대의원 선임 한 것이다. 시도의원 후보 선출 할 때도 토론다운 토론 한번 안 한다. 그래서 지역 당원들 원성 자자하다. 심지어 육두문자까지 써가면서 욕을 하는 사람도 있다."
- 이종태가 국회의원이 꼭 돼야 하는 이유가 있다면? "해보고 싶은 게 많다. 교육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 국회에 몇 사람은 있어야 하는데, 민주당에 교육 전문가 한 번도 금뱃지 달고 교육 위원회에서 일하는 것 본적이 없다. 내가 아니라도 교육 잘 아는 사람이 국회 들어갔으면 좋겠다. 교육 중요하다고 하면서 교육 전문가에게 금뱃지 안 준다. 비례대표라도 주었으면 좋겠는데. 내가 들어가서 제대론 된 교육 식견 가지고 입법 활동 해 보고 싶다."
- 마지막으로 유권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정치가 모두 그렇고 그런 놈들이 하는 줄 알고 도매금으로 비난하거나 외면하면 할수록 더 많은 피해가 온다. 좀 더 따뜻한 관심과 시선을 주었으면 좋겠다. 진정 시민 편에 설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가 판단해야 한다. 국민이 주인되는 정치 만들려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정치가 나와야 하는데 그런 정치 만드는 게 바로 나 자신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정치 환멸 보다는 따뜻한 시선이 필요하다. 정치가 곧 내 삶이라는 생각 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