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보강: 27일 오후 4시 30분]
▲최근 정용욱 전 방통위 정책보좌관 등 측근 비리가 불거지면서 사퇴 압력을 받아온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방송통신위원회 기자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사퇴의사를 밝힌 뒤 고개를 숙이고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 유성호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27일 결국 사퇴했다. 지난해 말 자신의 최측근인 정용욱 보좌역의 수억 원에 달하는 금품 수수 의혹이 불거진 후 한달여 만이다. 이어 최근에는 정연주 전 KBS 사장까지 배임혐의에 대해 대법원에서 무죄로 확정되면서, 시민사회와 정치권 등으로부터 사퇴압력을 받아왔다.
최 위원장은 이날 오후 4시 긴급 기자회견자리에서 "연초부터 제 부하 직원이 금품비리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언론에 크게 보도됐다"고 고개를 떨구었다.
그는 이어 "말이란 참 무섭다. 소문이 진실보다 더 그럴듯하게 착각하게 만든다"며 다소 억울하다는 표정이었다. 그는 특히 "이 과정에서 방통위 조직 전체가 자긍심에 큰 상처를 입어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최근 정용욱 전 방통위 정책보좌관 등 측근 비리가 불거지면서 사퇴 압력을 받아온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방송통신위원회 기자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사퇴의사를 밝히고 있다. ⓒ 유성호
다음은 최시중 위원장의 기자회견문 전문.
오늘 저는 제2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직을 사직하고자 한다. '방송과 통신의 융합'이라는 시대적 요청속에 2008년 3월 26일 갓 출범한 방송통신위원회의 위원장이라는 중책을 맡아 연임을 하며 4년 남짓 방통위를 이끌었다. 처음 부름을 받았을 떄 국가와 사회가 저에게 부여한 마지마 소임으로 생각했고, 모든 정성을 다하고자 했다. 그러나 이제 모든 육체적 정신적 정력을 소진했기에 떠나고자 한다.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는 없다. 저는 재임기간 내내 방송통신산업이 앞으로 우리 후손들의 20∼30년 후 먹거리가 될 것이며, 지금 그 초석을 다져야 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일했다. 그렇기에 다소의 반대가 있었지만 방송산업 개편을 시도했고, 스마트 혁명의 흐름을 선도하기 위해 노력했다. 미디어렙 법안 등 마무리하지 못한 과제들이 있지만 네 분의 상임위원과 직원들을 믿고 홀가분하게 떠나려고 한다. 저의 사임발표가 갑작스러워 보이기는 하지만 지금이 제가 떠나야 할 때다. 연초부터 제 부하 직원이 금품비리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언론에 크게 보도됐다. 그러나 지난 20일 검찰에서 김학인 한국방송 예술진흥원 이사장을 기소했습니다만, 부하직원에 대해선 지금까지 별다른 혐의가 나오지 않았다는 언론보도를 보았다. 말이란 참 무섭다. 소문을 진실보다 더 그럴듯하게 착각하게 만든다. 특히 이 과정에서 방통위 조직 전체가 자긍심에 큰 상처를 입어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 저로 인해 방통위 조직 전체가 외부로부터 부당한 공격을 당하거나, 스마트 혁명을 이끌고 미디어산업 경쟁력을 강화시킬 주요 정책들이 발목을 잡혀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저의 퇴임이 방통위에 대한 외부의 '편견'과 '오해'로부터 벗어나는 계기가 되고, 새로운 도약을 위한 디딤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난 4년간의 방통위의 정책과 여러가지 제도 개혁들에 대해 찬성하지 않는 분들도 계실것이다. 혹시라도 그 과정에서 저에게 섭섭한 마음을 갖게 된 분들이 계신다면 제가 부덕한 탓인 만큼 깊은 혜량을 바랄 뿐이다. 그러나 방통위원장으로 취했던 저의 선택과 결단에 대한 궁극적인 평가는 국민들과 역사에 맡기겠다. 마지막으로 우리 방통위 가족들이 지난 4년간 보여주신 헌신과 노고에 다시 한 번 감사 드린다. 여러분과 함께할 수 있어서 행복했고, 일하는 즐거움으로 일이 힘든 줄을 몰랐다. 앞으로 한국 방송통신의 앞날에 무궁한 발전이 있기를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묵묵히 성원하겠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양아들'로 불리는 정용욱 전 정책보좌관의 '돈 봉투' 살포 파문과 뇌물수수 의혹이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방송통신위원회 앞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과 조중동방송퇴출무한행동 소속 회원들이 공영방송 장악과 조중동 방송 특혜 등 모든 의혹의 몸통인 최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