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지리산 산골에서만 살다가 서울에 가야 할 일이 있어 아내와 영화를 한 편 보기로 했다. 바쁘게 내려오는 것보다 도시의 여유를 즐겨보자는 생각에서였다. 출발하기에 앞서 인터넷으로 예매를 하고, 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에 들어간 시간은 밤 9시 40분이었다. 주차를 하고 극장을 찾아가 예매한 티켓을 찾는데 무려 15분 가량이나 걸렸다. 지방 작은 도시의 극장과 비교를 하면 마치 미로 속을 헤매는 듯한 규모이기에 시간이 더 많이 걸렸다.

극장 좌석에 앉자 10분 가량의 여유가 있었다. 다른 사람들 역시 상영 10분을 앞뒤로 대부분 자리에 앉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급하게 오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10시에 맞춰 온 것이다. 그리고 스크린은 광고를 하기 시작했다. 나 역시 잠시후면 영화가 시작되겠다는 기대로 자세를 바로 잡으며 관람 준비에 들어갔다.

하지만 이제부터 화가 나기 시작했다. 영화 상영전 5분경부터 시작된 스크린 광고는 상영 시간인 10시가 지나도 끝낼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다. 그렇게 다시 5분이 지나고, 한 편의 광고가 끝날때마다 '다음에는 영화를 시작하겠지'하는 생각으로 참았다. 하지만 광고는 자꾸만 이어져 10분을 넘겼다. 이제는 신경질까지 나기 시작했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환불을 하고픈 생각이 문득 들기도 했다. 곁에 앉은 관객들도 은근히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짜증이 극에 달하자 영화는 시작되었다.

영화표에는 상영 시간과 끝나는 시간이 분명하게 표시되어 있다. '예고편 상영 등 사정에 의해 본 영화 시작이 극장별로 다소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라는 안내문이 있지만 이는 예고편 상영이지 광고 상영은 아니다.
 영화표에는 상영 시간과 끝나는 시간이 분명하게 표시되어 있다. '예고편 상영 등 사정에 의해 본 영화 시작이 극장별로 다소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라는 안내문이 있지만 이는 예고편 상영이지 광고 상영은 아니다.
ⓒ 배만호

관련사진보기


영화 한 편을 보기 위해 9000원을 내고 앉아서 무려 20여 분동안 극장의 돈벌이에 강제로 이용당한 것이다. 더구나 화까지 잔득 나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참을 수 밖에 없었다.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니고, 한 두 극장만 그런 것도 아니었다. 관행이란 이름으로 오래전부터 당연히 해 왔던 것이기에 더욱 할 말이 없었다.

그러나 영화를 보면서 도저히 참고 넘어갈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누군가는 반드시 항의를 해야만 했다. 관행이라는 악습과 묻히는 거짓들, 그에 맞서 싸우는 이들이 있기에 1%의 소금 때문에 바닷물이 썩지 않듯이 사회 역시 건강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쫄지 않고 판사에게, 검사에게 당당하게 할 말을 하는 영화속 주인공을 보며 용기를 얻었다. 그리고 영화가 끝나자 내 생각을 말하며 문제를 제기했다.

"방금 이 영화를 보고 나왔는데요. 티켓에 이렇게 22시 상영이라고 되어 있거든요. 그런데 무려 20여분이나 광고를 하고, 22시 15분에 영화가 시작되었어요. 또 광고 때문에 23시 45분에 끝난다는 것이 55분에 끝이 나는데, 내가 극장의 돈벌이에 25분이나 이용당해야 하는 거요? 상영 시간을 넘어선 15분간을 광고를 봐서 극장에 돈을 벌어 주었으면 15분에 해당되는 이익을 관람객에게 돌려 주거나 관람료를 할인해 주어야 하는 것 아니요?"

대충 이러한 내용으로 항의를 하자 안내 직원은 자기에게 따지지 말고 홈페이지에 따지라고 한다. 참으로 기가 막히는 말이었다. 알았다며 기사를 쓰고 홈페이지에 따진다고 하자 매니저란 사람을 호출해 주었다. 매니저는 '광고 영업을 해야 하는 상황과 팝콘을 튀기는데 시간이 걸리는 관계로 줄을 서서 기다리는 고객들을 배려 한다는 이유로 영화를 늦게 상영한다'는 설명이었다. 그러자 참고 삭이던 화가 다시 터져 나왔다.

"그렇다면 티켓에 22시 15분에 시작한다고 해야지 왜 22시에 상영한다고 하면서 광고만 보여 주는 것이요? 상영시간에 맞춰 오는 관객들은 바보여서 미리 와서 광고를 보는 것이요? 극장에서는 3%의 세금까지 관람객에게 부과하면서 9000원을 입장료로 챙기면서 더 많은 수입을 올리기 위해 관람객을 이용하는 것이 아닌가요? 내가 왜 9000원이나 내고 광고를 보며 앉아 있어야 하는 것이요? 광고료 수입을 관람객에게 나누어 주든지, 아니면 광고를 상영 시간 이후에는 하지 않아야 하는 것 아니요?"

그렇게 밤 12시가 지나는 시간에 극장에서 목소리를 높이며 항의를 하고 있자 곁의 아내가 살며시 그만두기를 바란다. 그리고 매니저는 내가 보상을 바라고 항의를 하는 것으로 생각하는지 '무료 초대권을 드릴테니 이해를 부탁한다'는 말과 함께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초대권은 두고 제대로 건의나 잘 해 달라는 말을 하고 극장을 나서자 주차요금이 5000원이 나왔다. 극장 할인 4000원을 제하고 1000원이 무려 15분동안 광고를 본 댓가로 지불해야 하는 비용인 것이다. 그리고 그에 대한 비용은 오로지 관람객 부담이고, 극장측은 광고 수입에 주차료까지 챙긴 것이다.

9,000원을 내고 영화를 보러 갔다가 15분동안 극장측의 돈벌이로 이용당하고, 주차요금 부담까지 했다.
 9,000원을 내고 영화를 보러 갔다가 15분동안 극장측의 돈벌이로 이용당하고, 주차요금 부담까지 했다.
ⓒ 배만호

관련사진보기


영화에서 부러진 화살은 누군가가 숨기고 있다. 진실은 조직의 이익과 체면을 위해서 철저하게 보호 받는다. 강자이건 약자이건 진실 앞에서는 숨어 있어야 하고, 살기 위해서는 거짓을 진실이라고 해야 한다. 나도 그랬다. 아니 세상 사람들 모두가 그렇게 살고 있다. 하지만 세상의 거짓에 맞서 당당하게 싸우는 사람들도 있다.

강의 물줄기를 바꾸는 것은 홍수나 범람 등이 아니라 강물을 막고 있는 작은 돌 하나이다. 작은 돌 하나를 비껴가는 강물이 거대한 강줄기를 바꾸는 것처럼 우리가 그렇게 우뚝 서서 잘못된 것을 바꾸려고 해야 한다는 것을 상기해 주기 바란다.

우리들 곁에도 부러진 화살은 많다. 그리고 그 화살은 누군가 숨기고 있다. 우리 곁의 부러진 화살을 찾아 많은 진실이 밝혀지도록 부조리한 사회에 많은 화살을 쏘기 바란다.


태그:#롯데시네마, #부러진 화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입에 말이 적어야 하고, 뱃속에 밥이 적어야 하고, 머리에 생각이 적어야 한다. 현주(玄酒)처럼 살고 싶은 '날마다 우는 남자'가 바로 저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