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진은 21세기에 접어들면서 지난 세기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풍경을 형성해나가고 있다. 디지털 카메라가 일반화되면서 많은 대중들이 손쉽게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되었고, 사진 찍기가 일상적인 삶의 한 부분으로 자리매김했다. 또 예술로서의 사진도 기존의 예술제도에서 본격적으로 소통되고 있다. 1990년대 초반 이전만 하더라도 사진가들의 활동 영역은 사진계로 한정되었고 예술로서 보다는 기록의 수단이나 아마추어 작가들의 취미 도락의 수단으로 인식되었다. 하지만 1990년대 초반부터 한국사진은 현대화, 국제화, 세계화 과정을 거치면서 사진문화의 주축이 아마추어 사진가에서 전업 작가와 사진아카데미로 이동하게 되었다.
그 후 2000년대 초반부터는 동강국제사진제를 시작으로 대구사진비엔날레를 비롯한 국제성을 표방한 대규모 사진행사가 개최되고 있다. 또 사진가들의 활동무대도 넓어져 상업화랑, 미술관, 대안공간 등에서 작가들의 전시가 수시로 열리고 있고 사진비엔날레 외에도 광주비엔날레, 부산비엔날레 등과 같은 국제적인 사진행사에 사진가들이 참여하기도 한다. 그 외에도 상업 화랑을 포함한 미술제도에서 전시 작가를 공모 할 때 사진가들도 선정한다. 또 하나 달라진 풍경이 있다면 수익을 목적으로 한 대규모 상업전시도 매년 꾸준히 열린다는 것이다. 그만큼 사진이라는 매체가 대중화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한국미술시장은 2002년부터 2007년까지 단군이래로 최대 호황기였다고 이야기한다. 그에 힘입어서 사진작품도 일부작가들의 작품이 과거와는 비교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판매되어 사진시장 형성에 대해 희망을 갖게 되었다. 70대 작가인 황규태 선생부터 60대 작가인 배병우 선생 그리고 일부 40대와 30대 작가들의 작품까지 미술시장에서 판매되었다. 또 미술시장에서 사진의 비중이 커지면서 사진이 아닌 다른 시각예술을 전공한 작가들도 사진을 표현매체로 선택하기 시작했다. 20세기 후반까지만 하더라도 한국사진은 사진을 전공한 작가, 아마추어 사진가, 사진기자, 사진이론가, 사진평론가, 사진잡지 등이 사진계를 형성하는 주요 구성원들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디지털카메라의 일반적인 보급으로 인하여 소위 말하는 '디카족'들도 사진문화를 형성하는 중요한 주체가 되었다. 그만큼 사진문화도 다양한 내용 및 형태로 형성되어 가고 있다.
21세기 문화는 다양성이 주요화두다. 한국사진문화의 전체적인 풍경은 다양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사진계 내부의 제도는 오히려 경직되고 보수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문화는 유행에 민감하고 트랜드적이다. 그와 마찬가지로 일부 젊은 작가들의 작품도 동시대 현대사진의 주류적인 경향을 따르는 현상이 없지 않다. 하지만 사진가들을 위한 상들이 아직도 스트레이트 포토(Straight photo)나 다큐멘터리 사진을 일방적으로 선호하거나 강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은 사진문화의 성숙과 발전을 위해서는 긍정적이지 못하다. 그것은 젊은 작가들의 창의성과 상상력을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스트레이트 포토는 주지하다시피 1900년대부터 형성된 미국사진문화의 산물이지 절대적인 가치나 미학이 아니다. 또 스트레이트 포토, 이미지를 변형하는 사진, 연출사진 등과 같은 사진에 있어서의 표현방식은 개별 작가들이 각자 성향에 따라서 선택하면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사진의 일부 주체들은 자신들의 사진관을 강요하고 동시대 예술의 가치를 추구하는 작품을 배척한다. 사진은 매체예술이다. 매체예술은 숙명적으로 동시대 문화에 민감 할 수 밖에 없다. 또한 회화나 조각과 같은 전통적인 예술과는 근본적으로 추구하는 미학이 다르다.
스트레이트 포토의 출발지인 미국은 20세기 후반 포스트모더니즘 시대를 관통하면서 매체의 순수성보다는 표현의 자율성을 중요하게 여기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보수적인 사진가와 이론가, 전시기획자 등이 편협하게 사진작품을 바라보는 것은 너무나도 경직된 태도로 여겨진다. 또한 예술적이지 못한 태도로 느껴진다. 실로 안타까운 현실이다. 한국사진이 지금보다 좀 더 성숙해지고 발전하려면 다양한 개성을 가진 젊은 사진가들을 육성 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어야 하고 사진을 바라보는 경직된 태도에서 탈피해야 한다. 그리고 기존의 사진가들도 좀 더 긴 호흡으로 진지하게 자신의 작품세계를 형성해나가는 태도가 필요하다. 중요한 변화의 과정에 있는 한국사진이 새로운 모습으로 환골탈피하기를 기대하면서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