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가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에 휘말렸다. 1·15 전당대회 과정에서 대구 지역의 이아무개 구의원이 당시 한명숙 후보 측 선거인단 모집 대가로 현금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대구시 선거관리위원회는 2일 이 구의원에 대해 검찰 수사를 의뢰했다.
대구 선관위에 따르면 이아무개 구의원은 지난해 12월 20일 대구 수성구의 한 식당에서 지역 여성위원장 6명에게 '한명숙 서포터즈 국민선거인단 신청서'를 나눠주면서 선거인단 모집을 독려했다. 이 구의원은 선거인단 모집 실적에 따라 돈을 나눠주겠다고 한 뒤 실제 명단을 제출한 2명에게 10만 원씩 총 20만 원을 지급했다. 또 이날 식당에서 한명숙 후보 지지를 부탁하며 16만4000원 상당의 식사도 접대했다.
이 구의원은 또 다음 날에도 대구 중구의 한 식당에서 당 노인위원장 D씨 등 20여 명에게 20만7000원 상당의 음식물을 제공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 구의원은 한명숙 대표 팬클럽인 '행복한 사람들' 대구지역 대표를 맡고 있다.
대구선관위는 "현금 20만 원 제공 부분은 당사자들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았다"며 "정당법상 당내 경선 관련 위반행위에 대한 조사권한이 없어 수사 의뢰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민주당 이미 자체 진상조사... 한명숙 "철저하게 조사하라"민주당은 이 구의원의 돈봉투 사건에 대해 이미 당 자체 진상조사를 통해 사실 관계를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경민 대변인은 "이 구의원으로부터 돈을 받지 못한 이들이 '가만있지 않겠다'고 협박을 했고 그 사실이 중앙당에 알려져 지난달 20일쯤 자체 진상조사를 했다"며 "이 구의원이 어떤 동기로 돈을 줬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한명숙 대표와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선을 긋고 있다. 한 대표는 이번 사건이 불거진 뒤 경선 캠프 관계자들을 상대로 직접 사실 확인에 나서 "그런 식으로 캠페인을 하지 않았다, 문제가 있다면 철저하게 조사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경민 대변인은 "돈이 오간 팩트는 맞는데 한 대표와 연관 관계는 없다"며 "이 구의원이 한명숙 대표 계보도 아니고 (선거인단 모집을) 부탁을 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한 대표와 이 구의원의 관계에 대해서도 신 대변인은 "한 대표에게 확인해 보니 '이 구의원의 이름을 들으니 알 것 같고 인사를 한 적이 있는 것 같다'고 한다"며 "한 대표가 경선 캠프 인사들을 상대로 확인했는데 이 구의원과 친밀하게 알고 소통한 이들이 없다고 한다"고 전했다.
한명숙 대표와 관련된 돈 봉투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불가피해지면서 민주당은 당혹해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특히 한 대표가 강철규 공천심사위원장을 선임하고 이번 주 중 공천심사위 구성을 마무리해 본격적인 공천 개혁에 나서는 시점에 돈봉투 사건이 터져 당으로서도 적지 않은 부담을 안게 됐다. 당 관계자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 터졌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일단 검찰 수사에 원칙대로 대응하기로 했다. 신경민 대변인은 "검찰 수사를 예의주시하되 협조할 것은 협조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