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팟캐스트방송 '나는 꼼수다'(나꼼수) 멤버인 김용민 시사평론가,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 주진우 <시사인> 기자가 2011년 11월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열린 한미FTA 반대 특별 야외공연에서 시민들의 환호를 받으며 공연을 진행하고 있다.
팟캐스트방송 '나는 꼼수다'(나꼼수) 멤버인 김용민 시사평론가,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 주진우 <시사인> 기자가 2011년 11월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열린 한미FTA 반대 특별 야외공연에서 시민들의 환호를 받으며 공연을 진행하고 있다. ⓒ 유성호

<나는 꼼수다>가 사고를 쳤다. 그리고 그 사고는 예견된 것이었다. 나는 '나꼼수'의 사고가 하나도 놀랍지 않다. 꼴보수나 진보나 똑같이 성차별적이고 폭력적인 마초인 것을 오래전부터 경험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익히 알고 있던 사실이니 새삼 분노할 것도 없다는 얘기가 아니다.

나는 이번 사건이 한국 남성들의 저급한 음담패설 문화에서 기인했다고 본다. 그들은 때와 장소, 사람을 가리지 않고 그것이 마치 고급 유머코드라도 되는 양 음담패설을 구사한다. 그것이 변화하지 않고 아직까지 먹혀왔던 것은 어쩌면 아직까지 한국사회에서 남성이 지배하는 '그들만의 리그'가 여전히 많다는 반증일 것이다.

'말빨'로 전국 평정한 나꼼수... 왜 침묵하나

이번에도 거기에 공지영이라는 여성작가가 끼어들지 않았다면 아무런 말썽없이 넘어갔을 것이다. 문제는 사고를 친 당사자들이 그것이 왜 문제가 되는지를 모른다는 사실이다. 그러니 자신들의 일원으로 여겨질 만큼 열렬한 지지자인 작가 공지영이 '불쾌'하다며 '사과'를 기다린다고 해도 천연덕스럽게 입 딱 씻고 있는 것이다.

여성들의 비키니 시위가 문제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을 언급한 그들의 발언이 문제인 것이다. 시사평론가 김용민은 "정 전 의원께서 독수공방을 이기지 못하시고 부끄럽게도 성욕 감퇴제를 복용하고 계신다. 마음 놓고 수영복 사진을 보내시기 바란다"고 말했고 또 <시사IN> 주진우 기자는 정 전 의원에게 "가슴 응원사진 대박이다. 코피를 조심하라"고 썼다. 최근엔 "면회 희망 여배우 명단 작성하라. 욕정 해결방안 발표하라"는 내용의 또 다른 신청서 사진까지 인터넷에 등장했다.

이 정도면 심각한 성 인지적 감수성의 지체로 여겨진다. 그런데 이 문제를 영화평론가 이안은 <미디어오늘>에 기고한 글을 통해 "나꼼수는 진보여야 하고 진보는 엄숙해야 한다는 오해 때문"이라고 썼다. 그러나 그것이 어째서 진보와 엄숙의 문제가 되는가? 진보가 엄숙해야 한다고 오해하는 여성 아무도 없다. 그것은 남성들의 천박한 남근중심주의에서 비롯된 성폭력적 망언일 뿐이다. 

그도 이어지는 글에서 "이 아저씨들의 구호인 '쫄지마'와 '씨바'는 남성성기가 겁먹고 위축돼 성불능이 될까 두려워하는 거세공포에 대한 음담"이며 "그 거세공포는 여성으로부터 비롯된 것이 아니라 남성사회의 상징질서로부터 비롯된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결론적으로 '나꼼수'의 이번 사고를 "정력센 놈처럼 보이고 싶다는 허세놀이가 일으킨 파장"이라는 해석을 내린다. 타당한 해석이다. 그러나 나는 남자들의 허세놀이에 진짜 신물이 난다. 언제나 여성을 대상화시키지 않은 남성들의 진심을 들을 수 있을까? 나는 벌써 지쳤다.        

어떤 이들은 이번 일이 표현의 자유에 관한 것이라며 웃자고 한 얘기에 죽자고 덤벼든 꼴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내가 분노하는 지점은 바로 그것이다. 남자들이 표현의 자유를 누리며 드러나는 그들의 수준은 왜 그 모양인가? 거기에는 여성들이 피부로 느끼는 분노나 불쾌감을 가볍게 넘기려는 그들의 의도가 숨어있고, 여기에 진보와 보수의 차이는 없다.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가 2011년 10월 30일 오후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열린 '국내 최초 가카의, 가카에 의한, 가카를 위한 가카헌정공연 <나는 꼼수다>(나꼼수)' 이틀째 서울콘서트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가 2011년 10월 30일 오후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열린 '국내 최초 가카의, 가카에 의한, 가카를 위한 가카헌정공연 <나는 꼼수다>(나꼼수)' 이틀째 서울콘서트에서 발언하고 있다. ⓒ 권우성

그런데 어제 새로운 상황이 발생했다. 나꼼수 측이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한국일보>는 2일 "성적 약자인 여성들이 예민해하는 것은 당연히 이해한다. 하지만 성희롱 할 생각은 없었고 성희롱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필요하면 발언하겠지만 해명이나 사과는 아니다"는 김어준씨의 발언을 보도했다. 그 보도를 보며 나꼼수가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단계로 나아가는 듯한 생각이 들었다.  

남성들의 '허세놀이'... 정말 신물난다

'이해'하지만 '사과'할 수 없다는 것은 무슨 얘기인가? 지금 말장난 하나? 나꼼수 측이 사과할 수 없다고 저토록 당당한 것은 "성희롱할 생각이 없었다"는 자신들의 의도 때문이다. '생각'이 없었다고 '범죄'가 '범죄가 아닌 것'이 되는가? '의도'가 없었더라도 상대방이 '성적인 모욕감'과 '불쾌감'을 느끼는 것, 그것이 성희롱의 본질이다.     

김어준은 이 기사와 관련 "기사화 않는 걸 전제한 사석이었다. 이 사안과 관련해 굳이 다른 매체를 통해 발언할 이유가 전혀 없다"라며 "할 말이 있으면 '나꼼수'로 하면 될 일이다. 약속까지 어기고 지면에 실었다면 그 맥락이라도 온전히 전달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용민 역시 "보도 않겠다고 약속하고도 사적 대화를 그대로 기사화하는 기자의 양식은 그를 고용한 언론사의 격과 연결된다"라며 "이 매체 편집국장에게 '나꼼수'는 그런 대접해도 된다고 일선 기자에게 가르쳤는지 묻고 싶다"라며 격분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성차별적인 생각이 성폭력적인 범죄를 아무렇지도 않게 죄의식도 없이 당당하게 저지르게 만든다. 더구나 그같은 성희롱적인 생각을 생각으로 그친 것이 아니라 방송에서 전국민을 대상으로 떠들어 놓고 이제 와서 그것을 언론자유에 대한 탄압으로 몰고 간다. 참 적반하장도 유분수라는 생각이 든다.

이번 사고로 드러난 것은 여성에 대한 나꼼수 진행자들의 의식수준이고 그 수준은 한심하다. 그리고 그것이 정말 김어준과 김용민, 주진우의 머릿속에만 있던 생각이었다면 아무도 그것을 건드릴 필요가 없다. 그건 정말 그들 개인의 자유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꼼수는 자신들의 말빨로 한국사회의 성역과 여러 비리를 들춰내고 있는 새로운 유형의 방송이다. 나꼼수가 이제라도 할 일은 "그래 우리 여성관은 구리다. 미안하게 됐다. 노력하겠다" 방송하는 것이다.

 팟캐스트방송 '나는 꼼수다'(나꼼수) 멤버인 김용민 시사평론가,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 주진우 <시사인> 기자가 2011년 11월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열린 한미FTA 반대 특별 야외공연에서 김광석의 '일어나' 노래를 시민들과 함께 부르고 있다.
팟캐스트방송 '나는 꼼수다'(나꼼수) 멤버인 김용민 시사평론가,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 주진우 <시사인> 기자가 2011년 11월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열린 한미FTA 반대 특별 야외공연에서 김광석의 '일어나' 노래를 시민들과 함께 부르고 있다. ⓒ 유성호

나는 사실 최근 내가 관계하고 있는 페미니스트웹진 이프에 "나는 다시 살고 싶어졌다. '닥치고 정치'를 읽고"라는 글을 썼다. 김어준의 '닥치고 정치'를 읽고 감동받아 다시 생의 의욕을 되찾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공지영처럼 '사과'를 요구하며 '여전한 지지'를 표명하지는 않는다. '닥치고 정치'에서 드러난 김어준과 '나꼼수'에서 드러나는 김어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프는 지난 1997년 '지식인 남성의 성희롱'을 특집으로 페미니스트저널을 창간했다. 지식인 남성들이 예술로 정치로 작품으로 성희롱을 자행하는 것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15년이 지난 지금도 똑같은 일이 여전히 벌어지고 있다. 다만 선수들이 바뀌었을 뿐이다.
         
나는 나꼼수에서 이들 자유로운 4인방이 뿜어내는 성희롱적 망언들이 어지럽고 불쾌하다. 마치 공해가 가득한 공기를 숨쉬는 것만 같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도 여성들에 관한 시계는 여전히 그대로인 것이 너무나도 속상하다. 그러면 우리는 '의도하지 않은 가해자'들을 교육시킬 의무까지 지고 있는 것일까? 나꼼수에 묻고 싶다. 


#나꼼수, 닥치고정치, 성희롱적망언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25,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