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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문제든 청년 실업문제든, 돈이 이만큼 있는데 새누리당은 왜 안 쓰냐는 식으로 나온다. 어떤 당이든 복지를 말할 수 있지만 자원을 배분하는 데서 우선순위가 갈릴 수밖에 없다. 또한 '부자증세'를 이야기하는데 기업이 돈을 쓰지 않는다고 해서 그것을 어떻게 정책적 수단으로 강제할 수 있나. 굉장히 선동적인 발언이다." (이준석 새누리당 비대위원)

"단순한 선동인가? 예산이 어디에 우선 들어가느냐가 그 정부의 방향을 보여주는 것이기에 방향에 대해서 잘 생각했으면 좋겠다. 새누리당이 그간 보여 온 1%를 위한 시장 친화적 태도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이런 것을 선동이라 일축하는 것도 청년문제에 대해 여당이 정확한 해법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일 아닌가." (김지윤 고려대 전 문과대 학생회장)

새누리당 이준석 비상대책위원(27)과 '고대녀'로 불리는 김지윤 고려대 전 문과대 학생회장(28)이 반값등록금, 대학구조조정, 청년실업 등 '청년문제'를 놓고 설전을 벌였다. 3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홍보관 스튜디오에서 열린 공개토론회에서다. 이날 토론회는 고려대 교육방송국(KUBS)의 주최로 진행되었다. 두 사람은 각각 하버드대, 고려대 03학번이다.

"반값등록금 추진" VS "누리과정·무상고등교육도 중요"

 이준석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자료사진).
이준석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자료사진). ⓒ 유성호
녹화 시작 전, 김지윤씨는 형광펜과 펜을 들고 준비해온 자료를 부지런히 들여다보면서 다소 긴장된 모습을 보이는 것과 달리 비대위원직을 맡으면서 '방송경험'이 많아진 이준석 위원은 비교적 여유로운 표정이었다. 이날 이 위원은 '새누리당'이라는 새로운 당명이 아직 입에 붙지 않아 "한나라당이, 아니 새누리당이"라고 수차례 고쳐 말했다.

첫 주제는 등록금. 이준석 위원은 "저는 오늘 듣고 싶어서 왔다"면서 김지윤씨에게 먼저 발언 기회를 넘겼다. 김지윤씨는 "2%, 3%짜리 등록금 인하로 생색낼 게 아니라, 정부의 과감한 재정지원과 사립대 적립금 환수를 통한 반값등록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반값등록금에 5~7조 원이 들어가는데, 4대강 사업에는 22조 원이 들어가고 부자감세정책 통해 수조 원의 세수가 날아갔다"면서 정부·여당에 날을 세웠다.

그러자 이 위원은 "방향을 설정했으면 좋겠다"면서 "제가 과거에 정부가 잘못한 것에 대해 답변해야하는 상황인가요?"라며 정부와 당을 별개로 봐줄 것을 주문했다. 이 위원은 "교육 공공성 확보를 위해 저희(새누리당)는 고민을 많이 했다"면서 "등록금 인하를 위해 2조7000억 원의 예산을 편성했고, 지금 반값등록금 논의를 추진하면서 빠지고 있는 부분이 고등교육 부분인데 초중등은 의무교육을 받고 대학교육은 제한된 인원이 받고 있기 때문에 교육의 연속성 측면에서 고등무상교육을 공약에 넣기로 했다"라고 말했다.

또한 '4대강 사업' 예산과 관련해 "SOC 예산과 교육예산은 각각 다른 곳에 편성되어 있기 때문에 교육예산 내에서 우선순위를 따져야 한다"면서 "4대강 사업은 SOC 사업이고 1회성 예산인 반면, 반값등록금은 6~7조가 꾸준히 들어간다. 누리과정과 무상고등교육 역시 중요하다"라고 반박했다.

이에 김지윤씨는 "정부와 당은 다르다고 말씀하셨는데, 새누리당이 여당이지 않나. 정책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지금 박근혜 비대위 체제가 이명박 대통령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해 책임을 져야한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그러면서 "이준석 위원이 등록금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이 무상급식에 접근하는 방식과 비슷한 것 같다"라고 날을 세웠다. 

"부자증세 하라" VS "구체적인 방안 제시하라"

 김지윤 전 고려대 문과대학 학생회장(자료사진).
김지윤 전 고려대 문과대학 학생회장(자료사진). ⓒ 권우성
이어 두 토론자는 대학구조조정과 청년실업에 대해 각을 세웠으나 '밖에서 피해를 겪는 입장'과 '안에서 정책을 만드는 입장' 사이의 시각차를 좁히지는 못했다.

대학구조조정과 관련해 김씨는 "등록금 낮추자는 요구에 대학을 줄이겠다고 하는 것은 '동문서답'"이라면서 "모든 사회 구성원이 양질의 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정부는 끝까지 '내치기'로만 일관하고 있다. 부실대학 학생과 교직원들의 모멸감과 취업 스트레스는 생각해 봤는지 모르겠다"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에 이 위원은 "더 나은 교육환경을 제공하자는 것이 구조조정의 핵심"이라면서 "모든 대학을 양질의 대학으로 만들려면 서너 배에 달하는 재정을 투입해야 하는데 재원마련은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이 위원은 "재정에 대한 고민 없이 이것이 좋다, 저것이 좋다고 말할 수 있지만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제시가 없으면 정책하는 사람들은 납득을 못한다"면서 "현재 정부에서 추진하는 정책 역시 다 사회적으로 요구가 있기 때문에 하는 사업인데 '이 돌을 빼서 저기에 넣자' 식으로 해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김지윤씨는 "한정된 자원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에 대해서만 초점을 맞춰서는 안 된다"면서 '부자증세'를 언급했다. 그러자 이 위원은 "그럼 어느 정도로 증세를 할 것인지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라"고 날을 세웠다. 토론이 진행될수록 두 사람의 목소리는 격앙됐다.

이어 청년 실업과 관련해 김씨는 "비정규직 600만 시대에 대다수 청년들이 양질의 일자리가 없어 저임금과 과로로 곤란을 겪고 있다"며 "정부차원에서 공공부문의 일자리를 늘리고 정규직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금삭감 없이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방법도 제시했다.

이에 이 위원은 "일자리의 질과 양을 동시에 높이긴 힘들지만 창업 지원시스템으로 청년들을 지원 중이며 정규직 전환도 꾸준히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임금 삭감 없는 노동시간 단축'에 대해서는 "본인의 생활수준을 유지하면서 노동시간도 줄이는 방안은 오랜 합의가 걸릴 것"이라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날 열린 토론은 양 패널과 학생 50명이 함께 참가한 가운데 자유토론 후 질의응답을 받는 형식으로 이루어졌다. 토론 내용은 고려대 교육방송국을 통해 다음 주 초에 방송될 예정이다.


#이준석#김지윤#고려대#반값등록금#대학구조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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