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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덤벼라, 인생> 책표지
<덤벼라, 인생> 책표지 ⓒ 철수와영희
초등학교 3학년에 올라가는 우리 딸아이 주장은 강하다. 학교에서 해 오라는 과제물은 하지만 그렇지 않는 것은 '왜' 해야 하는지 따져 묻는다. 피아노와 주산을 배우고 있지만 그밖에 공부는 하지 않는다. 어쩌다 책을 읽으라면 왜 읽어야 하는지 설명해 달라고 한다. 딸아이가 중고등학생이 된다면, 그리고 청년이 된다면 어떤 주장을 펼칠까? 

사실 사랑과 죽음은 옛 세대에게 고결과 엄숙 그 자체였다. 사랑하지 못할 대상을 사랑하는 일로 몸살을 앓았다. 짝사랑이라도 그랬다. 못 이룰 사랑이었어도 지고지순함을 간직했다. 죽음도 그랬다. 정의를 위하고 나라를 바로 세우는 데도 기꺼이 제 한 목숨 바쳤다.

요즘 청소년들은 어떨까? 사랑의 본질은 알겠지만 사랑은 옛날과는 다르다. 죽음의 의미도 알겠지만 그 본질은 저마다 다르게 받아들 일 것이다. 사랑이 곧 결혼이라 생각했던 옛 세대와는 달리 지금은 계약 결혼도 종종 일어나지 않는가. 그만큼 자유로운 사랑을 하고 싶어 하는 것이다.

그런 청소년들에게 인생 선배들은 뭐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1980년대 전두환 정권의 폭압을 견뎌 온 그 시대의 선배들, 그 시대를 지혜롭게 헤쳐 나온 그들은 과연 오늘을 사는 젊은이들에게 뭐라고 조언을 해 줄 수 있을까?

청소년기, 지순한 사랑한다면 힘든 세상 이겨낼 원천 돼

소장 정치학자 고성국과 인문학자 남경태의 <덤벼라, 인생>(2012·철수와영희)은 시대상황은 비록 다르더라도 본질적인 면에서 공감할 수 있는 다섯 가지 주제에 대한 대담집이다.

"그래서 난 청소년기에 그런 마음을 건강하게 잘 가꾸어 갔으면 하는 거지. 나이가 들어서 보면 그때의 감정이 참 소중하게 느껴지더라고. 반면에 어렸을 때 그런 감정을 어른들로부터 존중받지 못했다는 생각에 아쉬움이 많아. 괜히 부끄러운 것으로 치부하기도 했지."(49쪽)

이는 알퐁스 도데의 <별>과 황순원의 <소나기>에 관한 내용을 나누면서 하는 순수한 사랑을 말하는 부분이다. 요즘 청소년들이 연예인들에게 푹 빠져 있더라도 남다른 자기만의 지순한 사랑을 하길 권하는 것이다. 그것이 나이 든 뒤에도 마음 한 구석에 소중한 추억으로 남을 수 있다는 뜻이다. 더욱이 그런 사랑이 때로는 힘든 세상을 이겨낼 원천이 된다는 뜻이다.

한편, 공부에 대해서는 어떤 조언을 하고 있을까? 둘이 정치학자와 인문학로 만났으니 남다른 공부비법을 이야기하는 걸까? 아니다. 그저 스스로 터득한 걸 나눈다. 이른바 '글쓰기' 하는 공부 방법과 '강의'를 위한 공부 방법이 그것이다. 뭔가 목적을 갖고 글을 쓰기 위해서 공부하다 보면 여러 자료들을 뒤져야 하는데, 그것이 스스로 공부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또한 남을 가르치기 위해서 하는 공부도 제법 훌륭한 공부 방법이라는 뜻이다.

부의 대물림, 희망 없는 사회로 전락할 것

"부의 대물림이지. 계급화된 사회가 되는 거야. 영국이 지금 그렇단 말이야. 과거 전 세계에 식민지를 두었던 '대영제국'이 지금처럼 쇠퇴한 주요 이유 중 하나가 뭐냐면 바로 굳어진 계급 사회가 됐기 때문이거든."(177쪽)

이는 '정의'와 관련된 '기회의 평등'을 추구하는 길을 이야기한 것이다. 굳이 강용석 의원이 쓴 글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부모가 누리고 있는 부를 대물림하는 사회로만 나아간다면 그리하여 사회적 약자가 계속 그 타성에 살아간다면 우리 사회는 희망 없는 사회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그걸 염려하는 두 학자도 그 고리를 끊을 방안으로 시민권력을 제시하기도 한다.

사랑·죽음·공부·정의·권력 등 총 5가지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는 이 책 속에는 오늘날의 청소년들과 젊은이들이 공감하고 성찰할 수 있는 내용들이 가득 차 있다. 비록 세대 간의 차이가 있고 삶의 향수가 다를 지라도 본질적인 면을 파고 들면 그 속에서 깊은 샘물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때로는 인생을 사는데, 힘찬 도전 정신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머지않아 내 딸아이에게도 필요한 부분일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덤벼라 인생(고박과 남쌤이 청소년들에게 들려주는 인생론) / 고성국, 남경태 저 / 철수와영희 / 정가 13,000원



덤벼라, 인생

고성국.남경태 지음, 철수와영희(2012)


#기회의 평등#부의 대물림#고성국과 남경태의〈덤벼라,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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