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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11월 4일 강원도 철원군 육군 제3사단 신병교육대에서 열린 신병수료식에서 훈련병들이 백골구호를 제창하고 있다.
2011년 11월 4일 강원도 철원군 육군 제3사단 신병교육대에서 열린 신병수료식에서 훈련병들이 백골구호를 제창하고 있다. ⓒ 연합뉴스

못 지킬 공약, 선심이나 쓰자는 건가? 믿거나 말거나, 묻지 마 공약인가? 시민들의 기억력과 판단력을 시험하는 건가? 민주당의 공약은 유효기간이 투표일까지로만 돼 있는 '먹튀'성 공약인가?' - 한나라당 대변인 논평 '한명숙 후보는 무상급식 헛공약으로 시민 우롱하고 아이들 울리지 말아야' 가운데(2010. 5. 9.)

2010년 6·2지방선거 서울시장 선거에 입후보한 민주당 한명숙 후보가 관훈토론에서 초중학교 무상급식 공약을 내걸자, 당시 한나라당은 복지 포퓰리즘, 복지 확대가 망국의 길이라며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당시 지방선거 인재영입위원장인 남경필 의원조차도 '우리는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무상급식이고 저쪽은 부자 무상급식이라는 쪽으로 프레임을 바꿔나가면 좋겠다' 말로 전면적 무상급식 주장이 좌파 포퓰리즘이라는 최고중진연석회의 주장을 거들고 나선 바 있다.

이명박 정권 내내 이어져 온 복지 포퓰리즘 논쟁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시장 자리를 건 무상급식 찬반 투표를 앞두고는 극심한 사회적 갈등을 만들어내었다. 무상급식 투표 예산 182억2000만 원과 서울시장 보궐선거라는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고서야 일단락되었다.

그러나 그 많은 시간과 사회적 비용을 따진다면 결과는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복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차지하고서라도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문제가 무엇인지도 합의하지 못했다.

사병 월급 40만 원... 전에도 그런 공약 하지 않았나

 2011년 8월 26일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책임지고 자진 사퇴한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시청 서소문별관에서 열린 이임식에 참석해 고개를 뒤로 젖힌 채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2011년 8월 26일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책임지고 자진 사퇴한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시청 서소문별관에서 열린 이임식에 참석해 고개를 뒤로 젖힌 채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 유성호

▲ 비정규직 임금을 정규직의 80%로 상향조정 ▲ 만 0~5세 전면적인 무상보육 ▲ 고교 의무교육 전면실시 ▲ 전월세 대출이자 경감 ▲ 빈곤아동수당·주거급여 지급 ▲ 직불카드 소득공제 한도 확대

이름을 바꾼 새누리당이 4월 총선을 앞두고 쏟아낸 복지공약들이다. 이들 공약만 놓고 본다면 격세지감이라는 표현조차 부족하다.

더구나 선별 급식이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무상급식이라던 남경필 의원은 여기에 한술 더 떠서, 새누리당에서 검토하고 있다는 '사병 월급 40만 원 방안'에 10만 원을 더해 사병 월급 50만 원, 초중고 학생들의 아침 급식까지 주장했다고 한다. 아무리 선거를 의식한 공약이라고 하지만 기억상실증에 걸리지 않고서야 어떻게 2년도 되지 않은 이야기를 손바닥 뒤집듯 할 수 있는가?

'이건희 손자까지 무상급식이 하는 것이 복지냐?', '애들 밥 먹이기 위해 학교 기자재 구입 비용을 줄인다는 게 말이 되느냐?'는 얼토당토 않는 논리를 다시 끄집어내서 시시비비를 가릴 생각은 없다. 하지만 문제는 무상급식 논쟁 내내 물고 늘어졌던 재정 대책이다.

아무리 당 이념과 노선을 수정하고 한나라당에서 새누리당으로 이름을 바꾸어 달았다고 한들, 무상급식보다 수십, 수백 배의 예산이 들어가는 복지 공약을 쏟아내면서 예산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한마디 언급도 없는데 '그래, 이제 정신 차렸구나'라고 박수 칠 국민이 얼마나 될 것인가?

사병 월급 문제만 해도 그렇다. 2002년 민주노동당 권영길 대표와 시민단체에서 '사병월급 현실화'를 주장한 이후, 사병 월급은 뜨거운 논쟁거리였다.

노무현 정부 당시 사병 월급 인상안에 대해 포퓰리즘이라며 반대했던 새누리당. 2004년 총선 때에는 사병 월급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자 사병 월급 20만 원 공약을 꺼내들었다. 19대 총선을 앞둔 지금 새누리당은 이번에도 현재 10만 원 안팎인 사병 월급을 최고 4배 수준인 20만~40만 원으로 인상하는 안을 두고 논의 중이라는 소식이다.

사병 월급을 올리려는 어떤 노력도 없이 선거 때만 되면 베팅 금액만 키워온 새누리당. 새누리당이 만지작거리는 사병 월급 20만~40만 원 인상안이나 남경필 의원의 사병 월급 50만 원 인상안이 진정성을 확인받으려면 새누리당에서 기존에 내건 20만 원 인상안이 내팽개쳐진 이유와 노무현 정권의 사병 월급 인상안을 포퓰리즘이라고 발목 잡은 연유를 설명해야 하는 것이 먼저일 게다. 더불어 20만 원이든, 40만~50만 원이든 인상안을 어떻게 실현할지, 이행과정도 국민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내보여야 한다.

임기 내내 수천억 원 규모의 졸속적인 무기 구입을 추진하고, 고위 장성들을 위한 골프장 유지에 국방예산을 쏟아부어도, 그것을 지적하여 바로잡기는커녕 외면하거나 부화뇌동했던 집권 여당. 선거를 두 달 앞둔 시점에서 반성과 구체적인 계획도 없이 사병 월급 20만~40만 원 인상안을 내놓았다는데, 이게 선거를 위한 복지 포퓰리즘이 아니고 무엇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이름 바꾸고 대표선수 바뀌면 새 정당? 한나라당은 잊어달라?

반값 등록금 문제는 또 어떤가? 2006년 5·31 지방선거에서 7대 중점공약 중 하나로 자녀들의 등록금 부담을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발표 이후, 당시 전재희 정책위의장의 한나라당은 서민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학생 등록금을 반으로 줄이는 반값 등록금 정책을 강력히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2007년 대선을 앞두고 반값 등록금, 반값 아파트법은 표결을 통해서라도 처리하겠다고 김형오 당시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발언이 있었다.

한나라당이 극심한 위기에 빠졌을 때도 반값 등록금 문제는 어김없이 그들의 탈출구가 되었다. 안상수 대표 체제가 물러나고 극심한 혼란에 빠진 한나라당의 구원투수로 나선 황우여 원내대표. 쇄신파라는 언론의 조명을 받으며 등장한 그의 첫 일성은 '대학등록금을 최소한 반값으로 (인하)했으면 한다'였다.

그러나 근본적인 해결책은 제시하지 않은 채 등록금 인상의 책임을 대학과 국가가 서로 떠넘기기에 급급했고, 반값 등록금 약속은 공염불이 된 채 새로운 학기를 맞고 있다. 한나라당의 반값 등록금 공약, '화장실 갈 때 마음 다르고 나올 때 마음 다르다'는 옛말이 딱 들어 맞아 보인다.

당의 이름을 바꾸고 새로운 인재 영입을 했다는 새누리당. 호불호를 말할 위치에 있는 것도 아니고 관심사는 더더욱 아니지만, 이름 바꾸고 새로운 얼굴 내세워, 마치 이명박 정권과는 아무런 관련도 없는 정당처럼 행세하는 모양새가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는다.

김종인을 비롯한 신망 있는 인물들이 비상대책위원으로 개혁의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하지만 아직은 지켜 볼 일이다. 과거 18대 총선 공천에서 절대적인 힘을 과시했던 인명진 당시 한나라당 윤리위원장. 그의 참신성이나 개혁성 또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과 비교해도 손색없었다. 그런데도 국민들에게 손가락질 받고 언론에 구설수가 끊이지 않는 국회의원들이 그의 손에서 공천되고 당선되었었다.

새누리당. 새로운 깃발 아래 참신한 인재들이 모여드는 것은 좋은 일이다. 진보나 보수의 이념을 떠나 이 땅에 진정한 보수 정당이 진보 정당과 국가와 국민을 위해 정책을 경쟁한다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다.

그러나 국민의 피를 딛고 만들어진 민정당 이래 보수의 가치를 제대로 구현한 보수 정당은 한국사회에 존재하지 않았다. 보수정권이라고 자처하는 역대 보수 정당 대부분 '꼴통 보수', '부패 보수'라는 수식어를 떼지 못했다. 이명박 정권 하의 한나라당도 '꼴통', '부패' 이미지 변신에선 실패했다. 아니 오히려 연이은 측근 비리, 고집스런 불통의 통치방식은 이런 이미지를 강화시켰다고 할 수 있다.

진정성 인정받으려면 과거에 대한 반성이 먼저

 새누리당(옛 한나라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7일 "국민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공천의 핵심"이라며 "어려움에 처한 국민 삶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분들에게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드리는 공천이 돼야한다"고 밝혔다. 왼쪽은 김종인 비대위원.
새누리당(옛 한나라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7일 "국민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공천의 핵심"이라며 "어려움에 처한 국민 삶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분들에게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드리는 공천이 돼야한다"고 밝혔다. 왼쪽은 김종인 비대위원. ⓒ 남소연


새누리당 변신. 진정성을 내보이는 것이 먼저이다. 공약을 남발하여 멀어져간 국민들을 불러모으는 구태의연한 선거 방식은 이제 한계에 왔다. 사병 월급 4배 인상. 제대 후 등록금에 보태거나 창업자금을 만들 수 있다는 그 공약 참 좋다. 군에 갔다 온 사람이나 가야 될 사람들, 이 공약에 반색하지 않을 사람이 얼마나 될 것인가? 그러나 반색은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국민들에게 믿음을 이야기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반값 등록금을 선거 때마다 들고 나왔음에도 정작 내가 말하지 않았다고 발뺌하는 대통령. 유권자들에게 금방 부자를 만들어줄 것같이 야단했던 뉴타운 공약. 비정규직 처우 개선. 무상보육, 빈곤 아동 대책. 전월세 대책….

문구만 달리해서 선거 때마다 재탕 삼탕되는 공약들. 국민들은 번번이 속았고 그 기억은 고스란히 간직되어 있다. 또다시 베팅 금액을 높이고 한층 자극적인 언어로 치장되어 새로운 정당에 새로운 공약이라고 유권자를 불러모으는 저의, 순수해 보이지 않는다.

극심한 내분과 변화에 직면한 한나라당, 아니 새누리당. 무상급식을 복지 포퓰리즘이라고 몰아세운 것도 당신들이었고 이명박 정권의 개발정책에 편승하여 뉴타운 공약으로 금배지를 단 것도 당신들이었다.

당 이름 바꿨다고, 대표 선수가 바뀌었다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복지 공약을 남발하는 새누리당. 너무 속 보이는 짓 아닌가? 청와대 뒷산에서 불렀다는 <아침 이슬>. 당신들도 똑같은 흉내를 내며 국민들에게 또 한 번의 거수기가 되어달라고 구애하고 있지는 않는가?

새누리당에 묻는다. 당신들이 2010년 서울시장 선거 당시 야당에 물었던 그 질문, 똑같이 던진다.

당신들은 못 지킬 공약, 선심이나 쓰자는 건가? 믿거나 말거나, 묻지 마 공약인가? 시민들의 기억력과 판단력을 시험하는 건가?

대답은 당신의 몫이고 판단은 국민의 몫이다. 망각에 기대어 국민들을 시험할 생각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진정한 보수 정당을 꿈꾸는 정당이라면.


#새누리당#총선 공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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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진보는 냉철한 시민의식을 필요로 합니다. 찌라시 보다 못한 언론이 훗날 역사가 되지 않으려면 모두가 스스로의 기록자가 되어야 합니다. 글은 내가 할 수 있는 저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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