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김희옥 총장님.
저는 동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4학년 홍명근 입니다. 비록 한 번도 뵌 적 없지만, 총장님의 옛 기억을 떠올릴만한 이야기와, 한 편의 영화를 소개하고자 이렇게 용기 내어 편지를 씁니다.
먼저 제 소개를 올리겠습니다. 저는 동국대가 100주년이 되던 해인 2006년 학교에 입학했습니다. 제 1학년은 남산 기슭에 핀 벚꽃들과 멋진 교수님, 그리고 강의실에서 하고 싶은 공부로 행복 그 자체였습니다. 이후 학교진로상담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도 해보고, 중앙동아리 회장도 하고, 전임 총장님께 데이트도 신청하고, CS센터 공모전에서 상도 받는 등 학교에 많은 애정을 쏟았습니다.
그렇게 어느덧 대학교 4학년이 되었습니다. 비록 지금은 그 어느 청년들과 마찬가지로 취업과 스펙관리에 매진하고 있지만, 그래도 가끔 학교로 향하는 제 발걸음은 여전히 1학년때와 마찬가지로 설렘으로 경쾌합니다. 왜냐면 제 신입생 때와 마찬가지로 그래도 아직은 학교에는 청년들의 꿈과 낭만이 살아 숨 쉬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요 몇 달 동안 학교의 학과구조조정 이야기와 그로 인한 중징계 소식을 들을 때면 제가 동국대 학생이라는 것이 처음으로 부끄러웠습니다. 대학이 기업처럼 단지 경쟁력이 없다는 이유로, 돈이 안 된다는 이유로 학생들과는 아무 상의도 없이 학문을 통폐합하다니요! 청년들의 꿈과 자신감을 키워 줄 학교가 학과구조조정에 반대한 학생들과 소통하기는커녕, 사상 유례가 없는 중징계를 내리다니요! 저는 그 모습을 믿을 수 없었습니다.
저는 총장님께 먼저 누구나 한 번쯤 가지고 있을 옛 기억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총장님의 고향은 경북 청도라고 들었습니다. 총장님도 어릴적에는 행운을 상징하는 네잎클로버를 찾아다니신 기억이 있으시지요? 그러나 그거 아시는지요? 우리는 행운을 상징하는 네잎클로버를 찾아 수많은 세잎클로버를 밟고 다니지만 그 수많은 세잎클로버는 행복을 상징한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저는 총장님이 돈이나 경쟁력 등을 찾으시려고 학생들의 행복을 밟는 분이 아니었으면 합니다.
또 한편의 영화를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 그 영화는 <죽은시인의 사회>입니다. 그 영화에 보면 두 선생님이 나옵니다. 엄하고 체벌에 중점을 둔 선생님이 나오고, 진심으로 학생들을 이해해주고 대화하는 키팅 선생님이 나옵니다. 비록 키팅선생님은 학교를 떠나지만, 수업 중 학생들을 책상에 올라가 진심으로 캡틴을 외치게 만든 선생님은 누구입니까? 저는 총장님이 영화에 나오는 키팅선생님처럼 학생들과 진심으로 대화하고 소통하는 캡틴이었으면 합니다.
존경하는 총장님,
총장님께서는 헌법재판관 시절 사형제에 소수적 입장인 위헌 의견을 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동시에 저희 학교 선배님이시며, 불교에도 조예가 깊다고 들었습니다. 그 때의 훌륭한 소신으로 소수의 입장에서 통폐합 위기에 처한 학과에 대한 구조조정을 재고해주시기 바랍니다. 또한 저는 불교를 잘 모릅니다만, 자비로운 마음으로 총장님의 후배이자, 학생들에게 내려진 가혹한 징계를 철회해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동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4학년 홍명근
덧붙이는 글 | 이 편지는 동국대학교에 E-mail로 보낼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