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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 ⓒ 권우성

"성적대상화, 당연히 일어났지. 순간적으로. 사람이니까. 그런데 동시에 같은 뜻을 가진 동지로도 감정이입을 했다고. 성적대상화라는 관념적 단어가 중요한 게 아니다. 그럼 그 사진 보고 우나? 가슴만 가려? 진짜 문제는 욕망을 가진 자연인이면서도 상대를 정치적 동지로 이해하고 동시대를 살아가는 대등한 인간으로 감정이입 할 수 있느냐다. 이걸 인정하지 않으면 섹시한 동지는 세상에 존재할 수가 없다. 왜 안 돼?"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가 최근 계속해서 논란이 되고 있는 '비키니 시위' 관련 발언에 대해 해명했다. 김 총수는 10일 업로드 된 <나는 꼼수다-봉주 5회>를 통해 "아무 말도 안 하려고 했는데 이 비키니 건을 정리해야겠다"며 말문을 열었다.

김 총수는 "파편된 정보들, 그 파편된 정보들의 잘못된 배열, 그러면서 만들어지는 이상한 인과관계가 막 얽히면서 가공의 인물이 탄생했다"면서 주진우 기자를 '주키니', 김용민 시사평론가를 '김감퇴'라고 지칭했다.

"'주키니', '김감퇴'... 실재하지 않는, 가상의 인물들"

김 총수는 "모든 논란에는 기승전결이 있다. 나올 수 있는 모든 이야기가 나와야 본질이 뭔지, 누가 어떤 속셈인지 그 수준과 바닥이 드러나기 때문에 그걸 다 봐야한다. 그런 과정을 거쳐야 지불한 비용에 상응하는 사회적 이득을 얻을 수 있다"면서 "당장 오해를 받더라도 기다려야 한다"며 그동안 말을 아꼈던 이유를 전했다.

이어 김 총수는 그간 진행된 논란과 관련해 "'아직은 저 세 놈의 남자새끼들이 마초라서 그랬다' 여기에서 한 발자국도 안 나갔다"면서 "성적 감수성이 졸라 둔한 새끼들, 남자 새끼들이라서 그럴 수밖에 없다는 한계 내에 있다. 그 틀에 졸라 맞춰서 욕을 한다"며 이를 '섀도 복싱'(Shadow boxing)이라고 규정했다. "실재하지 않는, 가상의 인물들과 싸웠다는 것"이다.  

김 총수는 "주진우, 김용민 두 사람이 괴로워하는 것 보면서 너무 웃겼다"면서 "실제 주진우는 약자한테 감정이입한다. 여성인권에도 민감하다. 한 일도 많다. 최진실 친권법에도 결정적 기여를 했다"면서 "실제 사는 것도 수도사 같다. 그런데 바바리맨이 됐다. 이게 안 웃기나"라고 말했다. 이어 "김용민 삶도 수도사와 비슷하다"면서 "그런데 바바리맨이 됐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비키니 사진이 1월 20일에 올라왔고, 1월 21일 방송에서 '정봉주 전 의원이 성욕감퇴제를 먹고 있으니 수영복 사진을 보내 달라'고 했는데 21일 방송은 18일에 녹음됐다"면서 "봉주 3회(21일 방송)에서 수영복 이야기가 나온 건, 정봉주 전 의원이 입감되기 전에 우리끼리 '편지위원회 수영복 사진 분과' 만든다고 낄낄거렸고, 한 달 뒤에 이어서 친 멘트다. 비키니 시위 사진하고는 아무 관계없다"라고 밝혔다.

김어준 총수는 "이런 이슈에 여성들은 남성들에 비해 예민할 필요가 있다. 오랜 세월 이 문제에 대해서는 명백히 약자이기 때문"이라고 전제한 뒤, 자신들의 발언이 '성희롱'이 아닌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했다. 먼저, 주진우 기자와 김용민 평론가에게 "주키니, 김감퇴. 성희롱 있었나"라고 물은 김 총수는 두 사람이 "없었다"라고 답하자, "성희롱은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 기준으로 판단한다. 당연하지"라면서 "그런데 사람들은 우리가 이걸 모를 거라고 생각한다. 대학교 1학년 교양강좌 수준이잖아. 우리가 잡놈이긴 한데 무식하지는 않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김 총수는 "성희롱에서는 피해자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이유는 권력관계 때문"이라면서 "우리와 그 사진을 올린 그녀 사이에는 이러한 권력관계가 없다. 우리가 비키니 사진을 올리라고 해서 올린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총수는 "이 분(비키니 사진을 올린 여성)도 나중에 밝혔다. 내 자발적 의지를 왜 폄훼하느냐고 화를 냈다"면서 "가해자도 없고 피해자도 없고 권력관계도 없다. 그러면 성희롱 재판이 끝난다"라고 덧붙였다. 

"페미니즘의 '피해자 프레임', 수정 보완할 때가 왔다"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2월 26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팟캐스트방송 <나는 꼼수다> 멤버인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 주진우 <시사인> 기자, 김용민 시사평론가와 함께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며 자진 출두하고 있다.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2월 26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팟캐스트방송 <나는 꼼수다> 멤버인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 주진우 <시사인> 기자, 김용민 시사평론가와 함께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며 자진 출두하고 있다. ⓒ 유성호

그러면서 김 총수는 "그럼 남는 게 뭐냐. 구경꾼들이 남는다"면서 "사건 초기에는 비키니 응원 방식을 성토하는 분위기도 있었다"라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여성이 스스로 성적대상화 한다. 불쾌할 수 있다. 그런데 자기가 불쾌하다고 해서 남의 권리를 제약할 수는 없다. 우리나라처럼 여성의 성에 대해서 보수적인 나라에서 이러한 시위는 그 자체로 매우 통쾌하다. 그런데 초기의 문제제기는 비키니 응원을 하는 여자는 자기는 '골빈여자'가 아니라는 입증을 해야 하는 부담을 만들어냈다. 여성 인권을 말하면서 오히려 여성이 자신의 몸을 다루는 방식을 보수화시키는 데 기여한 거다."

김 총수는 "이는 과거 페미니즘의 아이러니이기도 하다"라면서 "초기 페미니즘 이론은 피해자 프레임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었지만 그게 모든 시대 모든 사건에 적합하지는 않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가 성희롱범이 되어가는 과정이, 스스로 자신의 몸을 정치적 표현의 수단으로 도구화하기로 결정한 그 여성을 '골빈년'으로 만드는 폭력이 됐다"면서 "이게 피해자 프레임의 페미니즘이 초래할 수 있는 콜래트럴 데미지(Collateral damage, 부수적 피해)"라고 꼬집었다.

김 총수는 "이 정도 논란이 있으면 '피해자 프레임도 수정 보완할 때가 왔다' 이런 논쟁이 올 거라고 생각했다"면서 "진보매체는 이 정도 수준까지 논쟁을 끌어갈 수 있을 걸 생각했는데, 전화 100통 받았는데 '사과하실 건가요'만 물었다"라며 논쟁 내용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어 김 총수는 '성적대상화' 논란을 짚었다. 김 총수는 "인간이 자신 이외의 인간을 대상화하지 않는 경우가 있나"라고 반문한 뒤, "우리도 그 사진을 처음 보고 나서는 순간적으로 그 비키니 사진 올린 그녀의 몸매를 보고 대상화를 했다"며 말을 이어갔다.

"우와, 했다. 그게 다였다. 1초도 안 됐다. 우리가 고삐리(고등학생)인가. 우리가 1초 후에 떠들었던 건, 우리나라도 이런 시위가 가능하구나. 발랄하다. 통쾌하다. 순간적으로 그녀의 생물학적 완성도에 탄성을 질렀다. 라인이 예쁘다. 그런데 우리는 고삐리가 아니다. 마흔이 넘었다. 가슴사진 100번도 더 봤다. 결혼도 다 했다."

김 총수는 "진짜 문제는 욕망을 가진 자연인이면서도 상대를 정치적 동지로 이해하고 동시대를 살아가는 대등한 인간으로 감정이입할 수 있느냐"라면서 "우리가 잡놈인 건 맞는데 지적 수준은 높다"라고 강조했다.

"정봉주 수감 이후 성적코드 강화, 가카 겨냥한 것"

김 총수는 정 전 의원의 수감 이후 성적 코드가 강화된 이유도 설명했다. 김 총수는 "이 성적 코드를 강화시킨 장본인이 저"라고 말했다. 

"(정 전 의원) 면회를 가면 접견 서신을 쓴다. 정 의원 만나기 전에. 그럼 정 의원은 우리하고 면회를 한 후에 그걸 받아본다. 그런데 그 접견 서신은 의미가 있다. 면회를 하면 그 내용이 다 기록이 돼서 그게 다 가카한테 보고가 된다. 확인한 사실이다. 우리는 이 접견 서신을 쓰고 면회를 하면서 두 가지 생각을 한다. 하나는 정봉주가 우리를 만나는 동안, 접견서신을 보는 동안 자기가 감옥에 있다는 걸 잊고 낄낄거리게 만들고 싶다. 두 번째는 우리가 쓰는 것, 말하는 것 다 보고되니까. 어떻게 하면 가카를 열 받고 당황하게 만들까."

김 총수는 "성욕감퇴제 발언가지고도 난리가 났는데 그게 이런 거다"라면서 "먹고 있는 약에 그런 효과를 내는 성분이 있는데 그걸 듣고 있을 가카와 그 팔들에게 우리가 쫄기는커녕 우리가 그런 소재로 어떻게 노는지 보라고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의원이 대통령을 비판하다 감옥에 갔다. 그래서 밖에서는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위한 순교자가 됐다. 그러나 실제 감옥에 있는 정봉주는 오늘 밤 자위를 할 것인가, 말 것인가 이런 고민을 하고 있다? 이건 감옥에 보낸 자들에게 진짜 엿이거든. 이게 어떻게 성희롱 의사가 있다고 볼 수 있나."

김 총수는 "에로틱 코드, 유치한 성적 농담 하지 않고 방송을 하기로 약속드릴 것 같애?"라면서 "우리는 앞으로도 졸라 유치한 성적 농담 하면서 시시덕거리면서 가카와 함께 놀다가 가카가 퇴임하시면 그때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어준#나꼼수#비키니#나는 꼼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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