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이 10일 오후 사의를 표명했다.
박희태 국회의장이 사퇴한 지 하루 만에,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이 불거진 지는 38일 만이다. 이로써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의 '윗선'으로 의심됐던 이들이 모두 현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2008년 전당대회 당시 '박희태 캠프'의 상황실장이었던 김 수석은 돈봉투 살포를 지시한 인물로 지목됐다.
그러나 김 수석은 이와 관련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을 최초 폭로한 고승덕 의원과는) 18대 국회 들어 말 한 마디 해본 적 없고 눈길 한 번 나눈 적 없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그러나 김 수석과 전당대회 돈봉투를 연결짓는 진술들이 속속 쏟아졌다.
고승덕 의원은 검찰 조사에서 "돈봉투를 돌려준 당일 오후 누군가 내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어와 보니 '김효재'라는 이름이 떴다"며 김 수석과 나눈 통화내용을 구체적으로 진술했다.
돈봉투를 돌려받았던 박 의장의 전 비서 고명진씨는 기존의 진술을 뒤집고 "김 수석에게 돈봉투를 돌려받은 사실을 보고했다"고 밝혔다.
특히 고씨는 언론에 공개한 '고백의 글'을 통해 "책임 있는 분이 자기가 가진 권력과 아랫사람의 희생만으로 위기를 모면하려는 모습을 보면서 결단을 내리지 않을 수 없었다"며 김 수석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또 고씨는 "박희태 의장과 김 수석이 검찰에서 사실대로 얘기하지 말라고 종용하고 있다"며 사건 은폐를 위한 '압박'도 있었음을 시사했다.
김 수석에 대한 검찰의 수사망도 옥죄어 왔다. 현재 검찰은 조정만 국회의장 정책수석비서관이 자금을 마련해오면 이를 김 수석이 집행하는 방식의 실무 책임을 분담했다고 보고 있다.
이처럼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과 관련된 구체적인 정황과 진술이 쏟아지면서 김 수석은 사퇴를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박 의장과 김 수석이 모두 검찰의 수사선상에 오르면서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입을 '정치적 타격'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청와대는 김 수석의 '결백'을 믿는다는 입장이었다.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9일 "김 수석은 처음부터 돈봉투 사건과 무관하다고 밝혔고 지금도 그런 자세에 변화가 없다"며 "청와대도 김 수석의 주장을 더 신뢰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입장이 무색하게도 김 수석은 단 하루 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새누리당도 마찬가지다. 황영철 새누리당 비상대책위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 앞서 "계속되는 악재에 대해 논평을 내야 하니 마음도 무겁고 기분도 썩 좋지 않다"며 솔직한 심경을 토로했다.
논평의 어조도 박 의장 사퇴 때와 비교할 때 좀 더 강경해졌다. 황 대변인은 "뒤늦은 사퇴에 대해 당은 당혹하고 국민들은 실망할 수밖에 없다"며 "이제는 명명백백하게 진실을 밝혀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김 수석의 사표는 이명박 대통령이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는 11일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