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독자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콘텐츠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기 미디어를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에 대한 전략을 짜야 하지요. 저는 우선 자신의 현주소를 살펴보고 3년, 5년 후에 원하는 모습이 되기 위해 무엇을 우선 실행에 옮겨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것이 미디어의 바람직한 전략짜기라고 생각합니다."콘텐츠와 전략. 세계적 미디어 석학인 존 라빈 미국 노스웨스턴 저널리즘학과 학장과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가 꼽은 미래 미디어의 생존 요건이다. 두 사람은 15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열린 미디어 콘서트 '미디어의 미래와 팟캐스트' 셋째 날 강연을 통해 최근 한국에서 뜨겁게 달아오른 팟캐스트 방송과 바람직한 미래의 미디어 경영에 대해 강의했다.
이날 강연에는 라빈 교수와 오 대표 이외에도 팟캐스트 방송인 <이슈 털어주는 남자> 제작 총괄인 이한기 <오마이뉴스> 출판교육국장과 진행을 맡은 김종배 시사평론가, 팟캐스트 <뉴스타파> 제작을 맡고 있는 박대용 춘천 MBC 기자가 강사로 나섰다.
"팟캐스트 <뉴스타파> 시청률, 종편 10배"
이날 강의의 주 소재는 팟캐스트였다. 팟캐스트는 MP3와 같은 미디어 파일을 웹에 올리고 청취자가 그 파일을 다운로드해서 듣는 형식의 방송이다.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만드는 애플사의 집계에 따르면 한국은 최근 가장 빠르게 팟캐스트 인구가 성장하는 나라로 '팟캐스트 이용 상위권 국가' 순위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고 있다.
사용자가 파일을 직접 다운로드하는 등 기존에 비해 상당한 수고를 들여야 하는 이 신생 매체가 갑자기 한국에서 '뜬' 이유가 뭘까? 첫 강의의 강사로 나선 이한기 <오마이뉴스> 출판교육국장은 "최근 한국의 팟캐스트 열풍에서는 제대로 된 사실과 정보에 대한 대중의 갈증을 엿볼 수 있다"며 "이런 바람이 불게 한 1등 공신은 제도권 언론을 망가트린 이명박 정권"이라고 지적했다. 기존 언론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자 광고나 심의에서 자유로운 팟캐스트 방송이 대안언론으로서 주목받고 있다는 얘기다.
<뉴스타파>는 이러한 대중의 요구가 가장 잘 반영된 팟캐스트 방송 중 하나다. 노종면 전 YTN 기자, 이근행 전 MBC PD 등 해직기자들이 언론노조의 지원을 받아 '저널리즘 복원'이라는 목적 아래 만들고 있는 방송이기 때문이다. 1월 27일 첫 방송을 한 <뉴스타파>는 회당 50만 명이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비영어권 언어로 만든 팟캐스트임에도 불구하고 한때 미국 아이튠스 비디오 팟캐스트 순위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뉴스타파>를 제작에 참여하고 있는 박대용 기자는 "2~3천억의 자본금을 가지고 시작하는 종합편성채널과 비교했을 때 <뉴스타파>의 제작환경은 매우 열악하지만 시청률은 오히려 <뉴스타파>가 압도하고 있다"며 "직접 비교는 불가능하지만 한국방송광고공사 측으로부터 종편 뉴스와 시청률에서 10배 정도 차이가 난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시대에 맞는 미디어 전략, '킬러 콘텐츠' 있어야 살아남아
뒤이어 강의에 나선 라빈 교수는 "최근 미디어 추세를 보면 미디어 경영에서 중요한 것은 우리에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독자에게 중요한 것"이라며 "독자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람들의 생활이나 문화는 시대마다 변화하고 있고 미디어는 이런 사실을 발 빠르게 잡아서 적응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며 현실성 있는 미디어 발전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리는 가치(value)와 전략(strategy), 미래상(vision)과 전술(tactics)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언론사에 있어서 가치는 평생 가지고 가야 하는 것들, 미래상은 언젠가는 바뀔 수도 있는 것들, 전략은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것들, 전술은 그보다 더 단기간 안에 이행되어야 하는 것들입니다. 전략은 명료하고 명쾌하게 제시될 수 있는 것이어야 하지요."라빈 교수는 "전략에는 수단이 필요하다"며 자신이 고안한 'SWOT'이라는 방법론에 대해 설명했다. SWOT에서 S는 강점(Strengths), W는 약점(Weaknesses), O와 T는 각각 기회(Opportunities)와 위협(Threats)을 의미한다. 올바른 전략을 세우기 위해서는 우선 자신의 장점과 단점을 살펴보고 3년에서 5년 후 모습을 그려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오연호 대표는 미래 미디어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남들과 확실히 차별화되는 '킬러' 콘텐츠를 꼽았다. 그는 "다음 같은 대형 포털사이트는 여러 언론사에서 기사를 받아 그중 자신들 마음에 드는 기사로 뉴스를 배치하지만 그것은 기사들이 내용에 별 차이가 없을 때 이야기"라며 "콘텐츠에 차별성이 있으면 그 뉴스는 배치될 수밖에 없고 이 경우 포털이 언론사를 이용하는 게 아니라 언론사가 포털을 이용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오 대표는 새로운 미디어를 꿈꾸는 청중들에게 강의를 통해 "새 미디어를 만들 때는 콘텐츠 생산과 미디어 운영을 지속 가능하게 하는 방법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이에 대한 명확한 답을 얻었을 때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그는 "무엇이 변하고 무엇이 여전히 변하지 않는가를 잘 균형을 맞춰가면서 소화해야지 미래에 미디어를 이끌 수 있는 사람이 된다"고 말하며 강의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