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을 지냈던 이백만(56)씨가 4·11 총선에서 권토중래를 노리고 있다.
이씨는 현재 서울 도봉갑지역 통합진보당 예비후보로 등록해 선거운동 중이다.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 도봉구청장 후보로 나간 데 이어 이번이 두 번째 도전이다. 당시 국민참여당 구청장 후보로 선거 막판까지 뛰었던 그는 여론조사를 통한 야권단일화에서 이동진 민주당 후보에게 져 후보직을 사퇴했다.
올해 총선을 위해 일찌감치 예비후보로 등록한 그의 선거구 도봉갑 지역은 아직 민주통합당 예비후보가 없다. 지난해 12월 30일 3선 국회의원을 지낸 김근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고문 후유증으로 별세하면서 이백만 후보가 야권단일후보로 유력해 보이지만 아직 판도가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다. 기자는 이백만 예비후보를 서울 쌍문동 그의 선거사무소에서 만나봤다.
야권단일후보? 인재근씨 공천설 있어 아직 잘 몰라
- 현재 민주통합당에서 도봉갑지역 예비후보로 등록한 사람이 없는데 벌써 당신이 야권 단일후보로 합의가 됐나?"야권단일화 논의 자체가 안 됐다. 야권연대는 중앙당 차원에서 포괄적 전국적으로 시도되고 있기 때문에 지역적 권역별 단위로서는 협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통합진보당의 지역별 연대는 중앙당의 방침에 따라 중앙당의 승인을 받도록 돼 있다. 지금 지역에서 논할 단계가 아니다."
- 지난 1월 같은 선거구에서 4선을 준비하던 김근태 전 의원이 별세하면서 당신이 도봉갑 지역의 유력한 야권 단일후보로 자연스럽게 부상하고 있다. 당신은 같은 정치적 동지요 대선배로서 당연히 고인을 애도하며 선거운동을 자제했겠지만 지역에서 많은 오해도 샀던 것 같은데."그때 안 좋은 루머가 있었으나 사실과 다르다. 선거대책본부 차원에서 해명한 후 그 뒤로 잠잠해졌다."
-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 불었던 민주당 바람이 이번 총선에서도 불 거라고 생각하나?"당시 민주당 바람이 아니라 야권 단일화 바람이라고 해야 옳다. 민주당 지지도는 야권단일화를 전제로 한 지지도다. 그것은 민주통합당도 인정하고 있다. 야권 단일화는 국민의 열망이고 간절한 소망이다. 그래서 야권단일화가 안 될 경우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른다. 야권단일화는 현실적으로 민주통합당이 주도할 수밖에 없다. 그 과실도 민주통합당에 가게 돼 있다. 이번 총선도 마찬가지다."
- 민주통합당에서 아직 도봉갑지역 예비후보자가 나오지 않고 있는데, 앞으로 변수가 있나? "민주통합당에서 후보를 못 내는 것이 아니고 인재근씨를 전략공천한다는 말이 있다. 고 김근태 전 의원의 부인으로 아주 훌륭한 인권운동가이다. 한국의 여성해방과 인권신장을 위해 혁혁한 공을 세운 분이다. 우리가 한시라도 잊으면 안 된다. 그 분은 정치인의 부인이 아니다. 인재근씨 자체가 훌륭한 정치인이다."
- 그러면 두 분이 야권단일화를 해야겠네."아직 인재근씨가 출마선언조차 안했기 때문에 이렇다 저렇다 말할 단계가 아니다."
- 노무현 대통령은 정권 말기에 인기가 매우 추락한 가운데 실패한 대통령으로 물러났다. 지금 이명박 대통령도 정권 말기를 맞아 인기가 추락하고 있는데 노무현 대통령 때와의 차이가 있다면 무엇인가?"차이가 많다. 지지율로 보면 노무현 대통령이나 이명박 대통령은 지표로 드러난 것이지만 아주 중요한 차이가 있다면 '진정성'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서거 이후 정치적으로 부활했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잃었다.
정치인이든 사회운동가든 기업가든 신뢰를 잃으면 안 된다. 이명박 대통령은 신뢰를 완전히 잃었다. 신뢰를 잃으면 지도자가 될 수 없다. 이명박 대통령은 거짓말을 너무 많이 했다. 노무현 대통령도 실패한 정책이 있고 성공한 정책이 있다. 중요한 것은 정책의 동기와 추진과정에 신뢰를 받았다. 국민의 입장에서 잘하려고 했다는 것과 순수성과 신뢰성을 인정 받았다.
정치지도자는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어느 나라 지도자나 똑같다. 여담이지만 백범 김구 선생도 남북통일을 이루지 못했고 남긴 업적이 별로 없다. 그러나 백범은 민족통일을 추진하는 자세나 동기, 그 마음에 진정성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도 그것을 아는 국민들로부터 최고 지도자로 추앙을 받고 있는 것이다. 전두환 대통령의 경우 업적이 많다. 그러나 정책의 동기나 집권 과정이 불순하고 진정성이 없기 때문에 국민들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한미FTA, 노 대통령 때와는 국제금융질서 완전히 달라져
- 민주통합당은 노무현 대통령 때 추진했던 한미FTA를 왜 이제 와서 무효화를 주장하며 반대하나? 그렇다면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중대한 실수를 한 것인가?"이것도 정책의 동기와 진정성의 문제다. 나는 한미FTA를 폐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유는 세 가지 때문이다.
첫째는 국제경제 질서가 완전히 바뀌었다. 2006년 노 대통령이 추진할 때와 2008년 이명박 대통령이 추진할 때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잘 아시겠지만 2008년에 리먼 브러더스 부도 사태로 세계 금융시장이 완전히 뒤집어져 신자유주의의 모순이 드러났다. 그때 누구도 몰랐다. 지금도 유럽연합은 흔들거린다.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의 국가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그게 바로 이것 때문이다.
둘째는 ISD(국가투자소송제도) 때문이다. 그때는 잘 몰랐다. 한미FTA는 완전한 불평등 불공정 조약의 대표적인 사례가 됐다. 우리나라는 성문법 체제다. 국제조약이 국제법과 동일한 효력을 가진다. 한국 국내법과 FTA협약이 서로 충돌할 때는 FTA조약이 우선 적용된다. 국내법보다 FTA가 상위개념이다. 그에 반해 미국은 불문법제도다. FTA협상조약이 연방법이나 주법보다 하위 개념이다. 그래서 미국법 우선 정책을 펼친다. 그때는 쟁점이 안 됐으나 법률체계가 서로 달라 불공정조약이다.
셋째는 노무현 정부가 FTA를 추진할 때보다 이익의 균형이 현저히 상실됐기 때문이다. 지금 이명박 정부의 FTA는 누더기나 다름없어 고쳐도 별 의미가 없다."
- 안철수 서울대 융합기술대학원장이 강력한 야권 대통령 후보로 부상되고 있는데, 그가 대선에 나갈 경우 어떻게 생각하나?"안 원장에게 나가라 마라 할 입장이 아니다. 그가 대권 후보가 될지 안 될지 잘 모르겠으나 민주진보진영과 같이 행동할 수 있기를 바란다. 만일 민주진보진영의 대선후보가 된다면 반드시 밀어줘야 한다."
- 서울 도봉갑지역의 예비후보로서 준비한 공약이 있다면?"내가 국회의원이 되면 양극화 해소를 위해 노력하겠다. 비정규직법을 철폐하겠다. 도봉지역의 한일병원은 비정규직 식당 아주머니 19명을 올해 1월 1일부로 집단해고했다. 그들은 반드시 복직해야 한다. 비정규직법으로부터 김대중·노무현 정부도 자유롭지 못하다. 비정규직법은 임시방편으로 만든 불완전한 법이다.
사업주들이 악랄하게 악용하고 있는데 대표적인 예가 한일병원 사태다. 그들은 많은 봉급을 받는 것도 아니다. 최저 수준의 봉급을 받으며 7~8년간, 3~4년간 성실하게 근무했다. 한 달에 100만 원씩 받았는데, 집단해고를 시켰으니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나? 지금도 그들은 정문에 텐트를 쳐놓고 노숙투쟁을 하고 있다. 나도 이틀간 잠자며 노숙투쟁을 경험해 봤다. 이런 일이 전국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런 것을 구조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비정규직법 자체를 뜯어 고쳐야 한다.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만으로 불이익을 받지 않아야 한다. 이것이 도봉갑지역의 최대 현안이다.
그밖에 창동민자역사가 흉물공사로 진행이 제대로 안 되고 있는데, 구청장과 국회의원들이 합심해서 해결해야 한다. 어서 공사를 마무리하고 노점상들에게 불이익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