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럴 때 여행을 간다.
'앞이 안 보여 한없이 허우적거릴 때...''애인에게 배신당해 죽을 것 같을 때...''빚 독촉으로 계속 전화기가 울릴 때...'한 마디로 내 삶에 대해 대책이 안 설 때다.
바다도 좋고, 오지 여행도 좋다. 화려한 곳보다 후져 보여도 조금이라도 위안받을 수 있는 곳이 더 좋다.
그러나 그 슬픔의 깊이가 너무 깊어 안 보일 때는 떠날 수도 없다. 숨을 쉴 수도 없이 괴롭기 때문이다.
오지 여행 중에 산돼지를 만난 적도 있다. 걷고 또 걷노라면, 그 슬픔의 깊이가 조금 덜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