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보강 : 25일 오후 1시 20분]
안양 만안 선거구는 이종걸 의원이 내리 3선을 한 전통적인 민주 통합당 강세 지역이다. 바람이 한나라당으로 불던 18대 총선 때도 이종걸 의원이 당선 된 것을 보면 지지자들 충성도도 높은 편이다.
이런 외형만 놓고 보면 이번 18대 총선에서 민주 통합당이 무난하게 당선 될 것이라 예상 된다. 그러나 한 가지 변수가 발생했다. '금품살포' 라는 악재다. 조직책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민주 통합당 전)예비후보 A씨가 현재 불구속 상태에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이 사건이 선거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 아직은 알 수 없고 나중에도 정확하게 측정되지는 않을 것이다. 아마 선거가 끝나고 표를 까 볼 때쯤이나 '아~' 하고 어림짐작 할 것이다. 하지만 분명 한 것은 이번 사건이 민주통합당에게 악재이고, 이번 선거에서 감표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다.
A씨는 지난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혼탁한 선거판에서 주민들을 힘들게 하고 지역 내에서 반목만을 키우는 일은 그간 제가 살아온 삶의 기준에 합당치 못하다는 결론에 이르러 결심을 하게 됐다" 며 후보 사퇴를 선언했다.
민주 통합당 입장에서는 A씨 후보 사퇴 선언과 함께 이 문제가 마무리되길 바라겠지만, 이 문제는 그리 쉽게 덮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중앙일보>등을 포함한 중앙언론을 타고 안양을 떠나 전국으로 퍼진 사안이기 때문이다.
새 누리당 후보 난립... 왜?
A씨 후보 사퇴로 민주통합당 내부 공천은 간단하게 양자 경쟁 구도로 정리됐다. 이종걸 의원과 2010년 안양시장 경선에 참여했던 이종태 노무현재단기획위원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
반면, 새누리당은 무척 치열하다. 장견순(51) 전 도의원과 정용대(54) 전 국회부의장비서실장, 박기성(48)미디어와 사회연구소 소장, 노충호(53) 전 경기도의원, 신계용(28) 전 경기도의원이 공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민주통합당 후보가 난립하는 동안 갑, 을 지역과 대조적인 현상이다.
새 누리당 예비 후보가 난립하는 데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17대, 18대 총선 후보였던 정용대 예비후보가 약체라 판단, 후보 교체 시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 예비후보는 지난 17대, 18대 총선에서 이종걸 의원에게 연거푸 패했다.
둘째, 민주통합당 만안 지역위원회가 분열된 양상을 보여, 새 누리당 후보들 당선 기대감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만안 지역위원회는 민주통합당 권주홍 시의원 출당 사태와 그와 연관된 당내 반 이종걸 정서가 맞물려 분열된 양상을 보여 왔다.
지난 2011년 4월 2일, 민주당 만안구지역위원회 징계위원회는 권주홍 의원 제명 동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 시켰다.
당시 만안지역위원회 징계위원회 참석자들은 공개석상에서 이종걸 만안위원장 비하 발언, 대의원회의 진행방해, 정당조직 부정 등으로 내년 정권 재탈환을 위해 뛰고 있는 당원들의 사기를 저하시켰다며 권 의원에 대한 제명을 결의했다.
권 의원과 지지자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그들은 국회의원 이종걸 사당화 저지를 위한 안양시민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를 조직, 이종걸 국회의원이 만안지역 위원장직을 사퇴 할 것를 요구하며 2001아울렛 앞에서 규탄집회를 열었고, 이로 인한 갈등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큰 요인은 아니지만 지난 2008년 18대 총선에서 이종걸 의원이 정용대 후보를 290표라는 근소한 차이로 이겼다는 데서도 찾을 수 있다. 새 누리당 입장에서는 이 지역 민주통합당 지지도가 생각보다 그리 높지 않다고 판단, 너도나도 도전장을 내밀었을 가능성도 있다.
안양만안 여야 박빙 승부 펼쳐질 것
이런 여러 가지 상황을 분석, 판단해 보면 만안 지역은 여야가 박빙의 승부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중앙에서 부는 바람은 민주통합당에게 유리하지만 지역 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면 민주당 쪽으로 바람이 불었던 17대 총선 득표율을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17대 총선에서 이종걸 의원은 5만9346표(51.9%)를 얻었고, 당시 한나라당 정용대 후보는 4만3022(37.6%)를 얻었다. 1만6324표 차이로 정용대 후보를 누른 것이다.
군소정당 후보 표도 살펴보자. 통합진보당 전신인 민주노동당 이재남 후보는 7688표, 자민련 신하철 후보는 2313표, 사회당 양주현 후보는 981표, 무소속 고강 후보는 993표를 얻었다.
만약 그 때와 비슷한 바람이 민주통합당 쪽으로 계속 분다면, 별다른 이변이 없는 한 민주통합당이 비슷한 표 차이로 이겨야 정상이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중앙에서 부는 바람도 탄핵정국과 다르고, 지역에 갖가지 악재까지 끼어 있는 상황이다.
탄핵 정국 때는 화가 난 유권자들이 무조건 투표를 했다. 이번 투표는 그렇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MB정권 심판' 이라는 큰 이슈가 '대통령 탄핵' 같은 바람을 일으키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그때에 비해서는 차분한 투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야권연대도 변수 될 수 있어
박빙의 승부가 펼쳐질 것이라 가정하면 민주통합당 입장에서는 야권연대가 중요하지 않을 수 없다. 야권연대의 중요성은 지난 18대 총선에서 이미 입증됐다. 18대 총선 당시 여야가 후보 단일화를 이루었다면 서울 8곳, 경기 8곳에서 승패가 바뀔 수 있었을 것이란 분석(문화일보) 도 있다.
서울 도봉갑에서 신지호 새누리당 의원에게 1.8%포인트 차로 패했던 김근태 당시 통합민주당 후보는 김승교 민주노동당 후보와 단일화해 지지표를 흡수했다면 1.7%포인트 차로 이길 수 있었다. 단순 계산하면 민주노동당 표를 흡수해도 0.1% 뒤지지만 통합 시너지 효과를 생각한다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런 이유로 야권연대가 2008년 보다 이번 선거에서 더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된다. 특히, 박빙의 승부가 예상되는 수도권 지역 대결에서도 큰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8년 만안지역 선거를 봐도 역시 야권 연대는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 18대 총선에서 민주당 이종걸 후보는 그야말로 구사일생 했다. 290표 차이, 0.31%로 간신히 금배지를 지켰다. 아마 당시 민주노동당 이시내 후보가 얻은 5039표를 흡수했다면 이렇게 아슬아슬하게 이기지는 않았을 것이다.
안양 만안 지역은 통합진보당 전신인 (구)민주노동당에서 연속으로 두 번씩이나 국회의원 후보를 출마 시킨 지역이다. 2004년 17대 총선에는 기아자동차 노조 위원장 출신 이재남 후보가 출마, 7688표(6.72%)를 얻었고, 18대 총선에는 시민운동가 출신 이시내 후보가 출마, 5039표(5.40%)를 얻었다.
2008년, 18대 총선은 민주노동당이 분당 사태를 맞은 이후, 최악의 조건에서 치른 선거였다. 이번 선거에서 통합진보당이 아무리 죽을 쑤더라도 최소한 당시 이시내 후보가 얻은 5039표보다는 많은 표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에서 야권연대 성공 여부가 큰 변수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은 핵심 연대 지역인 수도권은 물론 전국 지역구에 걸쳐 양당 간 의견차가 크게 벌어지며 합의에 실패했다.
진보당은 협상 과정에서 수도권 10곳과 호남 충청 강원 대전 지역구 10곳에 대해 민주당이 야권연대 전략지역으로 선정할 것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민주당은 수도권 4곳을 비롯해 호남 충청 강원 대전 지역구를 통틀어 1곳을 전략지역으로 설정한 이른바 '4+1안'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야권연대는 지난 1월 16일 진보당 공동대표단이 연대 정치협상기구를 민주당에 제안하며 시작됐다. 양당간 본격적인 협상은 지난 17일부터 진행됐다. 진보당은 당초 야권연대 협상 시한을 25일로 정한 뒤 민주당과 막판 협상을 계속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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