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전 처음으로 커피 농장을 찾아 나섰다. 카트만두 인근이라고는 하나 버스로 5시간 거리, 오토바이로 3시간 넘게 걸리는 거리다. 2박 3일 일정을 잡았다가 필자를 안내하는 사람이 바쁜 일정이 있다고 해서 1박 2일을 계획하고 떠났다.
어제 아침 6시 30분 카트만두 인도대사관 근처 필자의 집에서 안내를 맡은 수빈 머거르(37세)를 만났다. 집안으로 불러 따뜻한 찌아를 한잔 마시고 곧 출발했다. 집에서 출발한 시간이 7시 정각이다. 막 겨울잠에서 깬 카트만두의 아침은 쌀쌀한 공기로 가득했다. 아마도 카트만두를 에워싼 높은 산에 많은 눈이 내린 모양이다.
카트만두 시내를 벗어날 때 쯤 하얀 연기처럼 찬 공기가 막을 형성하고 있었다. 두터운 장갑을 끼고 히말라야 트레킹을 할 때 입던 옷을 입었다. 그럼에도 오토바이가 내는 스피드에 찬 공기는 세차게 몸 안을 파고들었다.
그렇게 한 시간을 정신없이 달린 오토바이는 파턴, 티미, 벅터푸르를 지났다. 오토바이가 달려온 왼쪽 편에 거대한 히말라야 산 무리가 나타났다. 절경이었다. 달리는 오토바이에서 끝없이 펼쳐진 히말라야 산 무리를 보는 것, 다시 30여 분을 달려 둘리켈(Dhulikhel)에 도달했다. 네팔을 찾는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이 카트만두 인근의 히말라야 전망대 하면 나가라곳을 떠올린다.
필자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둘리켈은 나가라곳과 전혀 다른 명소였다. 넓은 도로와 복잡한 시가지를 끼고 있는 둘리켈을 히말라야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나가라곳은 정적이고 외진 산간의 등산의 느낌을 주는 명상에 알맞은 곳이라면, 둘리켈은 잠깐 둘러보고 다른 여행지로 쉬어가기 좋은 곳으로 이해되었다.
둘리켈은 랑탕 히말라야와 거네스 히말라야, 마나슬루 히말라야로 가는 길목이기도 하다. 물론 교통편에 따라 해당 히말라야를 찾아가는 다른 길도 있고 순다리잘이나 치소 빠니(찬물이 있는 곳이라는 뜻, 반대로 따또 빠니는 온천을 이르는 말)를 거쳐 가는 길목이기도 하다. 둘리켈을 지나 내리막길에 들어서면서 찬 공기 막을 빠져나오는 것처럼 따뜻한 햇볕이 온몸을 기분 좋게 감싸주는 느낌이 되었다.
그때 또 다른 느낌을 주는 히말라야 산군이 산 아래 수많은 마을 사람들의 추앙을 받는 모습으로 우뚝 솟아 올랐다. 네팔의 계단형 논밭은 언제보아도 명물이다. 그리고 네팔 사람들의 의지가 돋보이는 느낌을 준다.
험악한 산악 지형을 극복하고 외지고 험난한 곳에서 살아내는 그들의 삶의 켜켜가 한눈에 보이는 느낌이다. 오래된 나무의 나이테를 접하는 것처럼 선명하게 그 험한 삶의 굴곡들이 결을 이루고 있듯이 드러난다. 물론 그 장면의 부분 부분에 현재의 아이들의 모습도 분명하게 드러난다.
문득 그 어린 아이들의 일상을 본다. 아무렇지도 않게 흘러가는 구름을 보듯 그들이 바라보는 히말라야, 그리고 보고 또 보아도 놀라운 눈길로 히말라야를 보는 이방인 과연 무엇이 경이와 일상을 나누는 것일까? 그들의 일상이 내게는 놀라운 일들이니 말이다. 가끔씩 지나가는 버스 지붕 위의 아이들이 노래하고 지나친다. 그때 멀리 히말라야는 쳐다도 보지 않고 무심히 지나는 그들을 볼 때 나는 그런 모습도 히말라야의 신비처럼 신비롭다.
커피 농장을 찾아가는 길에 작은 쉼터에서 찌아를 한 잔 마시고 길을 나서기로 했다. 그리고 따뜻하고 상쾌한 공기 바람을 맞는다. 무리 지은 히말라야를 바라보면서.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e-수원뉴스에도 게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