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 경선이 곧 본선'이라는 말이 돌 정도로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광주. 4·11 총선 후보자 선출을 위한 경선이 과열되면서 급기야 60대 남성이 투신자살하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말았다.
특히 이번 사태는 상대후보를 미행하거나 근거 없는 유언비어로 공격하고, '묻지마식' 신고와 고발을 남발하는 경선과열이 빚은 비극이라는 점에서 민주당 지도부의 책임 있는 조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6일 오후 7시께 광주 동구의 한 주민자치센터 6층에서 조모(63)씨가 투신했다. 조씨는 이 건물 4층에 있는 한 어린이 도서관장으로 재직하고 있던 전직 동장. 그는 광주 동구에 출마한 한 예비후보자를 위해 선거인단을 모집하는 자원봉사활동을 하고 있었다.
이에 앞서 선관위는 "공무원 조직이 민주당 국민경선 선거인단을 대리 등록하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단속을 위해 어린이 도서관에 출동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조씨 등 도서관 내부에 있던 4명이 20여 분을 버티다가 문을 열어줬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선관위 직원들이 현장에서 노트북과 선거인 명부가 적힌 것으로 보이는 A4용지 등 관련 서류를 조사하고 있는 동안 조씨는 "화장실에 다녀오겠다"며 건물 6층으로 올라가 투신하고 말았다. 조씨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급대원들이 인근 병원으로 이송하는 과정에서 사망했다.
경찰은 사무실에 있던 사람들을 상대로 조씨가 투신한 경위와 불법선거 여부에 대해 수사를 시작했다. 이와 관련, 민주당은 27일 신경민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당은 광주 동구 지역구 공천심사 및 경선 진행을 중단하고 곧바로 진상조사단을 구성해 철저한 진상을 파악해 엄중 처벌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조씨의 투신자살로 지나치게 과열되고 있는 민주당 4·11 총선 후보자 선출을 위한 광주 경선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광주 동구 한 예비후보자를 돕고 있는 박모(43)씨는 "상대 후보 측이 후보자는 물론 후보자의 측근들까지 무차별적으로 미행하고 있다"며 "오늘도 미행을 따라붙는 상대 후보 측 사람들 때문에 애를 먹었다"고 주장했다.
한 예비후보자 역시 "아무리 선거판이라고 하지만 거의 스토킹에 가까운 미행과 추적을 당하고 있다"며 "지나가는 길에 인사만 해도 선관위에 불법 선거운동을 한 의혹이 있다며 신고를 하는 통에 선거운동을 할 수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민주당 공천심사위원회, 서류심사와 예비후보자 면접조차 하지 않은 상태또한, 광주지역 민주당 공천이 다가올수록 근거 없는 유언비어가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광주지역 노조위원장인 A씨는 전화제보를 통해 "지난 20일 광주 북을에 출마한 한 예비후보가 노조위원장단 15명이 참가한 모임에 와서 '나와 아무개 후보 두 명이 민주당 북을 경선 후보로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며 "정치판 돌아가는 상황을 모르는 나 같은 사람들이 들을 땐 '저 사람이 이제 민주당 후보가 되는구나'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고 전했다.
또 국회 관계자가 기자에게 제보한 10쪽짜리 문서는 광주 북을에 출마한 한 예비후보를 공격하는 내용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이 관계자는 "이 투서 형태의 문서가 일부 민주당 공천심사위원들에게 메일 등으로 전달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투서에서 거론된 북을 예비후보자에게 문서에 적힌 내용의 사실 여부를 묻자 "정치를 떠나 인간적 비애를 느끼고 있다"며 "KBS와 <광주일보> 등 광주전남 언론사 합동여론조사에서 내가 1등을 하자 아무 근거 없는 허위사실로 나를 음해공격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투서와 함께 광주 민주당 경선판을 어지럽히고 있는 것은 '전략공천설'. 광주지역 8개 지역구 중 세 곳에서 전략공천설이 유령처럼 떠돌고 있다. 대개 이 지역은 광주에서 성장한 정치인들이 각종 여론조사 등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지역이다. 이 때문에 지역 시민사회는 성명까지 내어 "광주를 위해 일해본 적도 없고, 광주에서 듣도 보도 못한 인물들이 선거철이 되자 이력만 앞세워 깃발 꽂기라는 퇴행의 정치를 다시 하려고 있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실정이다.
민주당 공천심사위원회는 광주지역을 비롯한 호남의 후보 공천과 관련 26일 현재 아직까지 서류심사와 예비후보자 면접조차 하지 않은 상태다. 그런데도 마치 자신이 내락된 후보인 것처럼 선전하고 다니는 것은 경선 막판 조금이라도 지지도를 끌어올리기 위한 '벼랑 끝 전술'로 보인다.
이와 관련 강철규 민주당 공심위원장은 공지사항을 통해 "공심위가 최종의결을 거치지 않은 사안을 마치 결정된 것처럼 허위사실을 유출하는 행위는 공심위의 공정성을 심히 위해하는 행위"라며 "이러한 행위가 발생한 경우 해당행위로 간주하여 불이익 조치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민주당 공심위가 드러난 '공정성을 심히 위해'한 사례에 대해 어떤 처분을 내릴지 안팎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