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엄니가 오라신다.
큰 아들 보고잡다고 오라신다.
파지 주워 몯아 팔아 생계유지하는 엄니
남편 돈벌이 션찮아 신문팔이 하는 아내
아낸 엄니를 위해 신문을 몯아 놓는다.

나는 파지를 가방에 넣어 어깨에 매고
또 한가득 파지든 덩어리를 양손에 들고서
엄니께 가려고 집을 나선다.

무지하게 무겁다.
열발가고 놓고 쉬었다 다시 열발가고
그렇게 버스 정류장까지 걸었다.
어깨, 팔목, 허리 아프다.

주전서 넘어오는 버스 411번. 그 걸 타야 한다.
30분 한 대씩 좀 전에 지났는지
30분 긴 시간 기다려야 한다.

자리에 앉아 버스를 기다린다.
버스가 오기 전까지 수많은 승용차가 지나간다.
빈자리도 많던데
아무도 "태워 줄까요?"라고 잠시 차세우고 묻는 이 없다.

석유 한방울 안나는 나라라면서
승용차 함께 타기 운동도 있더구만
아무도 내게 "태워 줄께요"라고 하는이 없었다.

411번 버스가 왔다. 반갑다.
1100원 냈다.
무거운 짐 두덩어리
아니 어깨 맨거까지 세 덩어리 임에도 그냥 태워준다.

똑똑할수록
돈 많을수록
권력이 높을수록
삶의 무게는 가벼운거 같으다.

멍청할수록
빈곤할수록
밑바닥에서 살수록
삶의 무게는 무거운 거 같으다.

무거운 파지 덩어리
엄니께 가져다 주면서
나는 내 삶의 무게가
참으로 무겁고 고달프구나 함을 느꼈다.

내 삶의 가치는 고작 1100원 어치 밖엔 안 되는 거다.
삶의 가치가 높아질 날이 오기나 올까?

파지 몯음 엄니께 갔다 드릴 파지 두 덩어리
▲ 파지 몯음 엄니께 갔다 드릴 파지 두 덩어리
ⓒ 변창기

관련사진보기

덧붙이는 글 | 이 시는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 게시판에도 게재됐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현대자동차#불법파견#정규직화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인간해방 사회는 불가능한가? 노동해방 사회는 불가능한가? 청소노동자도 노동귀족으로 사는 사회는 불가능한가?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