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오후 8시, 서울시 서대문구 북아현뉴타운 1-3구역 상가세입자 농성장 주변에서는 제4회 촛불집회 및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이번 촛불집회에는 지난 7주 동안 매주 수요일 저녁 수요기도회를 진행해 온 혁명기도원 회원들, 진보신당 서대문당원협의회, 진보신당 학생위원회, 기독교 토지정의 실현을 위한 '희년함께' 등이 참여했다.
혁명기도원의 여정훈 원장의 사회로 진행된 촛불문화제는 농성장을 처음 방문한 진보신당 학생위원회 김도연씨의 발언으로 시작했다. 김씨는 "지난해 추계대가 교육과학기술부의 부실학교로 분류됐을 때 함께 연대하기 위해 북아현동에 방문했다"며 "재개발과 철거의 문제는 30~40년이 되어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서 혁명기도원 정한얼 회원이 펑크락 그룹 그린데이의 노래로 촛불문화제를 열었다.
흥겨운 노래로 한 층 더 밝아진 분위기에서 네 달 째 노숙농성을 이어오고 있는 상가세입자 이선형씨가 발언을 했다. 이씨는 "4주 전 노숙농성을 지원하고 지역 뉴타운 문제를 고민하기 위한 '북아현생존대책위'가 꾸려졌으며, 대책위는 수요촛불문화제 웹자보 등을 만들어 홍보를 했다"고 전했다.
이어 "뉴타운식 재개발을 먼저 겪은 세입자로써 많은 책임감을 갖고 있다"며, "세입자로서 얻은 경험과 지식을 도움이 필요한 분들과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또 '희년함께'의 고영근 사무처장은 "'희년함께'는 토지, 주거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는 단체"라며 "우리나라가 토지 사유제도를 채택한 것은 '토지는 하나님의 것'이라는 하나님의 말씀을 부인하며 것이며, 이로 인해 평등 토지권, 생존권, 주거권 등의 문제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 사무처장은 "유엔 인권선언에도 정부가 국민의 주거와 생계를 위한 최소한의 장치를 만들 것을 권고하고 있지만, 한국은 유엔 인권기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이대로라면 '용산'과 같은 비극이 반복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 사무처장은 "뉴타운 등의 재개발로 상가세입자, 집 없는 빈민, 철거민들이 전국에서 자신들의 생존권, 주거권 등의 침해로 고통 받고 있다"며 "이의 보장을 위해서는 힘을 합쳐 함께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진보신당 서대문당협협의회 정성만 사무국장은 "현재 100만 원의 월급 중 45만 원을 월세로, 전기 가스비 등 공과금을 제하고 나면 월 15만 원으로 생활한다"며 "농성장 투쟁에 연대하는 것은 한 달에 하루 쉬며 일하는 사람들이 왜 항상 이런 빠듯한 생활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박아무개(31, 연희동)씨는 "지난 10년 동안 서울에 살며 봉급의 대부분을 월세로 내고 있다"며 "매달 다음 달을 기약할 수 없는 절박함 속에서 '다음 달에도 실내에서 잘 수 있을까'하는 두려움을 갖고 있다"고 털어 놓았다.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다고 소개한 박씨는 "그런 자신의 경험으로 재개발 지역의 철거에 대해 많이 공감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씨는 "전에 철산동에서 월 2만 원을 내는 여성 근로자를 위한 복지아파트에 산 경험이 있는데, 방문자 및 입실시간 제한 등 학교 기숙사 같은 규율이 있지만, 서울시가 계약직 이상으로 자격조건을 바꾸는 바람에 파견직 등 실제로 살 곳이 절실한 사람들은 사각지대에 놓이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혁명기도원의 나준철씨와 정한얼씨가 함께 간디학교 교가로 쓰이고 있는 <꿈꾸지 않으면>, 신희철 감리교 목사가 만든 <다시 한 번>을 노래했고, 마지막으로 여정훈 혁명기도원 원장은 민중가수 손병휘의 <나란히 가지 않아도> 등을 선보이며 약 한 시간 반 동안의 촛불 문화제를 마감했다.
문화제 형식으로 변모하고 있는 북아현 뉴타운 상가세입자 농성장의 촛불집회는 형식도 유연해지고, 다양한 성향과 연령의 사람들이 참가하고 있었다. 그들은 농성장의 이야기에 자신의 삶을 비춰보고 각자의 삶에서 부딪힌 모순에 대한 해답을 찾고 있었다. '진실로 타인을 돕는 것은 결국 자신을 돕는 일'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문화제였다.
지난 2월 27일 오전 8시 반, 서울시 서대문구청(서대문구 연희로 소재) 앞에서는 네 달 째 노숙농성 중인 북아현 뉴타운1-3구역 상가세입자 이선형씨와 이들의 농성을 지원하는 북아현생존대책위의 첫 번째 일인 시위가 있었다.
이번 일인시위에는 이선형씨 이외에도 혁명기도원의 주신원 회원과 정한얼 회원이 참여했다. 이들은 서대문구청 앞에서 한 시간 동안 번갈아 가며 일인시위를 진행했으며, 특히 정한얼 회원과 주신원 회원은 3층 구청장실 앞에서 시위를 진행하려 구청내로 들어갔다가 구청직원들의 제지로 10분 안에 밖으로 나오기도 했다.
이들은 "용역깡패, 포크레인을 앞세워 강제철거를 진행해 상가세입자를 다치게 한 책임자를 처벌하고, 멸실신고도 없이 철거를 묵인한 서대문구청은 생계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