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열린 강정마을 촛불문화제에서 강정마을 여성위원장 정영희씨가 나와서 단식 24일째인 양윤모 교수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녀는 감정이 복받쳤는지 나오려는 눈물을 참고 간간히 목소리를 죽이거나 숨을 몰아쉬며 말을 이어갔다.
"저는 말입니다. 오늘 양윤모 교수를 만나고 왔습니다. 그런데 24일째 단식하고 있는 양윤모 교수가 되레 나를 위로하지 말입니다. 지난해 71일 단식 후 한참만에야 돌아온 얼굴이 이번에 가니 쑥 빠졌어요. 보고 있기 힘들었어요. 교도소에서 면회 시간이 10분이잖아요. 그 시간이 그렇게 길게 느껴질 수가 없는 거예요.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을사람들을 어떻게 모아야 하나. 왜 지금은 5년 전처럼 안 되나...
양 교수, 지금 소금하고 물만 먹고 있습니다. 양 교수가 그러잖아요. 자기하고 구럼비는 하나라고, 구럼비 파괴되면 더 이상 살 수 없다고. 그 사람 이미 유서도 써 놓고 정리했다 합니다. 그 앞에서 얼굴을 들 수가 없었어요.
오늘 아침에 도청에 가서 기자회견하고 도지사도 만나고 했잖아요, 거기 도청 직원이 말하는데, 모인 사람들이 다 시민단체 사람들이고 마을 사람도 늙은이들만 있지 젊은이들 없다고 말합니다. 이런 이야기에 예전 같으면 불 같이 화를 낼 텐데... 한마디 하고 싶은데 할 말이 없더라구요.
내가 어떻게 해야 하나, 그래 마을서 젊은이나 늙은이나 만나면 2007, 2008년, 그때처럼 한번만 더 싸우자고 해야겠다. 우리 늙은이들 살면 언제까지나 사나, 우리 마을 여긴 젊은이들이 살 곳인데. 우리 다른 일들 다 중요하지만 5년 전 그때처럼 한번만 더 싸우자. 그 말이 하고 싶어요."
정영희 여성위원장의 이야기에 이어 오늘 함께 양윤모 교수를 면회하고 온 활동가 들꽃은 "저는 10분이 참 짧게 느껴졌어요"라며 "오늘처럼 밝은 양윤모 교수님 모습은 처음이에요. 마을사람들을 보고 계속 웃으며 이야기 하셨잖아요. 양 교수님은 이전에 제가 면회를 가면 늘 마을 어른들은 어떻게 지내나 물어보고 다들 힘내라 하시는데 오늘 마을분들 보며 무척 반가워 하셨다"고 말하며 응원했다.
영화평론가인 양윤모씨는 마을에서 으레 양윤모 교수, 양 교수라 불린다. 그는 해군기지 공사에 반대하며 3년간 중덕 해안가 구럼비 바위의 비닐하우스에서 지냈다. 지난해 5월, 투쟁 중 구속된 양윤모 교수는 '해군기지 공사 백지화'를 외치며 옥중 59일간과 출소 후 병원에서 이어진 12일간의 단식까지 71일간의 단식투쟁을 하였다.
그리고 그는 지난 1월 30일, 해군기지 공사장 정문에서 불법적인 공사차량 운행과 경찰의 폭력적이고 기만적인 연행과 차량비호에 항의하다 연행되어 다시 구속되었다. 양 교수는 구속이 확정된 2월 8일부터 오늘까지 24일째 물과 소금만을 취하며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해군의 구럼비 발파신청이 승인된다면 물과 소금마저 끊겠다 밝힌 상태다.
한편 최근 대통령에 이어 국무총리의 공사강행 발표 이후 마을은 긴장 상태다. 특히 해양공사의 조건이었던 침사지 공사가 거의 완료된 현재 모두의 관심이 구럼비 발파신청 시기에 초점이 맞혀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 매일 아침 7시경 강정마을 내 해군기지 사업단과 공사장 정문에서는 양윤모 교수의 단식을 알리며 해군기지 공사 중단을 요구하는 1인 시위가 계속 되고 있다. 또 제주시 곳곳에서도 그의 단식을 알리는 1인 시위와 그에 동참하는 릴레이 단식이 이어 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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