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이 '복지'와 '고용'을 주장하며 직접 국회로 진출하려 한다. 지난 3월 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통합진보당의 '위대한 진출' 후보 선출대회가 열렸다. 이 행사는 통합진보당이 19대 총선에서 2030 청년세대의 입장을 대변할 청년비례대표 후보를 선출하는 프로그램이다.
1차 오리엔테이션을 통해 선출된 20명의 후보는 이날 '내가 대한민국에서 바꾸고 싶은 한 가지'라는 주제의 프리젠테이션 발표를 통해 각자의 정책과 비전을 알렸다. 특히 단순한 정견발표를 넘어 '복지공동체'와 '고용'을 청년세대의 핵심 문제로 꼽고 구체적인 정책을 제시한 점이 눈에 띄었다.
조성주 (청년유니온 정책팀장)후보는 ▲차별 없는 표준이력서 제정과 기업 이행 의무 강제 ▲노동시간 단축과 연계한 청년고용할당제 ▲노동법 전면 개정을 통한 10만 청년노동자 노조 조직 등을 통해 청년세대 고용문제 해결을 주장했다.
"청년세대의 문제는 여러 가지지만, 그 근본에는 '고용' 문제가 있다 본다. 대학의 스펙 경쟁 문제도 향후 고용이 안정되느냐의 여부에 따라 발생하지 않나."
조 후보는 표준이력서를 통해 취업시장에서의 차별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취업준비생이 50만이다. 대다수가 서류면접에서 떨어진다. 그런데 기업 이력서를 보면 대개 출신 대학교, 부모 소득 등을 적게 하고 있다. 청년의 능력과 열정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노동부가 기본 양식을 권고하고 있으나 강제력이 없다. 프랑스, 스위스 등과 마찬가지로 입법화를 통해 표준이력서를 강제해야 한다."
이어 조 후보는 전경련과 삼성 등 대기업에 청년이 맞서 교섭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제해결의 포인트를 재벌대기업에 둔 건 거기서부터 한국경제구조의 악순환 고리를 풀어야 하기 때문이다. 대기업이 이윤을 독식하고 그 밑으로 안 내려오는 구조, 결국 중소기업이 고용의 90%를 채우면서도 질 좋은 일자리 고용이 실현되지 않는 문제다. 청년고용할당제 역시, 현재는 몇 명당 몇 명을 고용하게끔 하는 식으로 일률적으로 적용하고 있는데, 현실성이 떨어지는 방법이다. 양질의 일자리에서 고용이 실현돼야 한다. 대기업의 장시간노동 근절로 인해 생기는 추가일자리의 양을 청년의 몫으로 할당해야 한다고 하는 이유다."
지난주에는 '세금혁명당'과 청년유니온이 3자 정책협약식을 갖기도 했다. 미래세대에 걸맞는 사회구조의 변화가 조세, 국가재정구조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조 후보는 지난해 청년유니온 정책팀장을 맡아 '30분 배달제 폐지' '커피전문점 주휴수당 지급'등을 이뤄낸 바 있다. 그는 청년들이 사회구조에 조직적으로 맞서는 수단으로 '노조'가 유효하다는 입장이다.
"청년유니온과 같은 이를 통해 사회적 안을 만들어야 한다. 강력한 산별, 세대별, 일반노조 건설을 통해 교섭하고 요구해야 한다."
한편 '주거' 문제를 '공동체'와 연관해 복지정책과 인문학적 상상력을 결합한 정책도 눈에 띄었다.
이윤호(전 경희대 총학생회장, 후마니타스칼리지 시민교육분과장) 후보는 ▲'1인가구공동체 주거지원특별법(고시원 탈출법)과 ▲3포(연애, 결혼, 출산 포기)세대 지원법'을 제안했다.
"주거는 사실 청년층 뿐 아니라 저소득층을 비롯한 전 세대에 걸친 문제다. 1인 가구는 늘어나는데 집을 구하기는 너무 어렵다. 한편 대학뿐 아니라 전 사회에서 공동체가 약화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들었다. 파편화돼서 각자 살아남느라 바빠 '우리'보다는 '나'만 위하는 모습들. 스펙과 경쟁에만 몰두하는 모습들. 아파트만 봐도 그렇지 않나. 주거지란 느낌은 있으나 공동체란 느낌은 없다. 그러다보니 한국 사회가 점점 황폐해지고 있다 본다. 공동체는 '공간'을 바탕으로 형성된다. 그렇다면 주거공간을 통해 실현할 수 있지 않을까."
실제 사례도 들었다.
"프랑스의 경우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을 통해 대학생과 독거노인 300쌍이 주거공동체를 이루고 있다. 대학생은 싼 값에 주거를 해결하고, 노인들은 학생들에게 컴퓨터나 영어를 배우면서 말벗이 되기도 한다. 그렇게 세대 간의 소통, 나눔이 실현된다. 서로의 만족도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3포세대 지원법'은 경제적 어려움으로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해야 하는 청년층을 위해 반값결혼식, 신혼부부 무이자 전세대출, 공공 산후조리원과 보육비 지원 등이 주된 내용이다.
"핵심은 개인의 삶을 개별로 해결하라고 내버려두지 말고 연대와 공공성을 통해 사회적으로 해결하자는 것이다."
이 후보는 공동체의 중요성, 또 이를 통한 변화가 가능하다는 확신을 지난해 경험에서 얻었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작년 경희대 총학생회장을 맡으면서 전국 최초로 학생총회를 열어 등록금 인상분을 환급하고, 나아가 그 일부를 청소노동자 등 학내 비정규직 처우 개선에 사용하기로 학생들과 함께 결정했다.
축제기간에는 '청소노동자와의 아름다운 동행'프로젝트를 통해 청소노동자들과 학생이 같은 경험을 공유하는 행사도 기획했다. 이는 같은 해 10월 경희대 청소노동자들이 노조를 결성하는 데 순기능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1월엔 '경희대 미래협약' 학생 대표로 참여해 학생선언을 작성하기도 했다. 미래협약은 대학 구성원들이 소통과 연대를 통해 대학의 공공성과 민주적 운영을 지켜가자는 협약이다. 지난해 대학 구성원의 협의를 통해 인문학과 시민교육, 현장 실천을 강조하는 '후마니타스 칼리지' 역시 대학 구성원들의 협의를 통해 나왔다.
눈에 띄는 정책을 통해 최종후보 5인 중 각각 1,2위를 차지한 이들은 "청년이 정치에 직접 참여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그동안 정당에는 청년을 대변할 의원도 정책도 없었어요. 그러니 청년들은 정치를 불신하고, 결국 냉소하는 악순환이 만들어졌죠. 청년이 나설 구조조차 없었고요. 그런 의미에서 이번 '위대한 진출'과 같은 자리는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주변 친구들 만나면서 청년들의 정치의식도 바뀌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아요. 사실 저부터 상상하지 못했던 '청년 국회의원'이 진짜 나타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느끼는 데부터 변화가 시작되는 거 같아요."(이윤호)
덧붙여 정당에도 '청년과 함께 하는 진정성'을 요구했다.
"정치는 기본적으로 모든 사람의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어요. 청년의 주요 갈등들을 푸는 위력적인 방법 역시 정치죠. 그런 만큼 정당은 좋은 청년 후보를 내야 합니다. 이를 통해 청년세대를 대표하고 직접 대변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거죠."(조성주)
청년이 직접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고 나섰다는 점은 의미 있는 시도라는 반응이다. 선출대회에 참여해 후보들의 PT를 본 정해민(29,아르바이트생)씨는 "나라면 저 자리에서 어떤 걸 말할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이런 청년층의 이야기들이 앞으로 더 풍부해졌으면 좋겠다. 또 여기서 나온 정책들을 정치권이 진짜로 반영했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선출된 5인(김재연, 김지윤, 유승재, 이윤호, 조성주 후보, 가나다순)은 3차 '수퍼위크' 기간(3.5~3.8) 동안 후보들은 각자 선거운동을 펼친 후, 7일 100분 토론과 최종 인터뷰를 진행할 예정이다. 만 18~35세라면 누구나 홈페이지를 통해 3월8일까지 선거인단에 등록해 온라인 투표를 할 수 있다. 투표는 9일~12일에 걸쳐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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