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은 자식을 낳아보면 부모가 어떤 존재인지 안다고 자주 말씀하십니다. 첫째 아이를 낳을 때까지도 그 말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아이를 낳고 하루 이틀 지나면서 그 말씀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5월 22일 아내 수유기록입니다.
하루 열 두 번 수유01:50~02:15 분유(50ml)04:40~05:25 분유(50ml)07:30~07:50 젖10:20~10:30 젖12:00~12:30 분유14:10~14:30 분유(40ml)14:40~16:00 분유(40ml)16:40~16:55 분유(130ml)18:30~18:45 분유(60ml)19:25~19:35 분유(50ml)20:10 분유(10ml)22:10~22:20 분유(40ml)-5월 22일하루에 무려 12번이나 젖을 먹였습니다. 부모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님을 아내는 알았을 것입니다. 육아책에 보면 수유를 몇 시간 간격으로 먹이라고 되어 있지만 이는 책일뿐 젖먹는 아이는 책과는 아무 상관이 없었습니다. 배고프면 울고, 아이가 울면 엄마는 젖을 먹여야했습니다. 아이가 심심하면 일어나니 아내는 잠 들지 못하는 날이 많았습니다. 이런 경험은 분명 아버지와 어머니의 자식 사랑에 대한 깊이를 달리 할 것입니다. 열 달을 아기집에서 함께 했고, 낮밤 가리지 않고 울고 보채는 아이를 위해 쏟는 어미 사랑의 깊이를 아빠는 따라갈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보름 만에 잠을 많이 잔 것 같았습니다.
"오늘은 유난히 낮잠을 많이 잔 것 같다. 어머님께서는 인헌이가 살이 오르려면 엄마가 잠을 많이 자게 된다고 말씀 하셨다. -27일남편이 그리워 울던 아내, 그 며느리를 달래는 시어머니보름만에 잠다운 잠을 잤다는 아내. 이 글을 읽으면서 안쓰럽고, 어머니 집에서 홀로 남겨두었던 것이 지금에 와서 마음이 아파옵니다. 진통하는 자신에게 아치밥을 차려 달라고 했던 남편이 무엇이라고 아내는 남편이 그립다고 울먹입니다.
"오늘도 남편이 그리워 눈물을 흘렸다. 어머님께서는 인헌이를 보고 참으라고 하신다. 남편에 대한 그리움으로 하루를 보낸다."-29일(금)
며느리가 시어머니 앞에서 남편이 보고 싶다고 울고, 시어머니는 참으라고 하는 참 희한 일이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며느리가 참외를 먹고 싶다고 하면 참외를 사다 주셨고, 수박이 먹고 싶다면 수박을 사다주셨습니다. 옆에서 이를 쳐다보던 한 아주머니는 "며느리가 상전"이라고 했었습니다. 지금도 어머니는 아내를 딸보다 더 귀하게 여깁니다.
손자를 곁에 두고 싶어 며느리 수발을 들어줬던 시어머니, 결국 며느리가 날마다 남편이 보고 싶다고 우는 모습이 안쓰러웠는지 어머니는 결국 20일만인 6월 2일 아내를 아들 집으로 돌려보냈습니다. 그 때부터 산후조리는 남편 차지였습니다. 큰 아이 산후조리를 책임졌던 저는 둘째와 막둥이까지 산후조리를 다했습니다. 지금도 산후조리만큼은 자신 있습니다.
부모되는 것 쉽지 않습니다큰댁에서 아침에 시키던 목욕을 저녁에 시켰다. 밤에 잠을 잘 자게 하기 위한 시도였지만 우리 뜻과는 다르게 인헌이는 잠을 자지 않았다. -6월 4일눈을 뜨고 노는 시간이 길어졌다. 인헌이 표정 하나 하나가 즐겁고 귀여웠다. 남편이 나보다 인헌이를 더 안아주고 귀여워 하는 것 같다.-6월 3일남편이 인헌이 기저귀와 옷, 셔츠까지 다림질을 하면서도 피곤해 하지 않고 나를 안아 주었다.-6월 5일인헌이 자정부터 다섯까지 잠을 자지 않았다. 기침을 자주하는 인헌이 모습이 안스럽다. -10일(수)낮에는 울지 않고 놀았지만 밤에는 쉬지 않고 먹으려고 하고 울고 누워있지 않으려 하는 것 같다.-11일(목)인헌 간염예방접종, 인헌이 힘들어 했다. 토하고 울고, 2시간을 보채는 인헌을 보면서 해줄 수 있는 것은 젖을 주고 안아 주고 사랑하는 마음을 전하고 기도를 해 주는 것이 나의 전부였다.-15일
하지만 산후조리 그것 쉬운 일 아닙니다. 부모되는 것 참 어려웠습니다. 아마 우리 부모님들도 밤을 새워가며 우리들을 이렇게 키웠을 것입니다. 그 때는 지금보다 열악했습니다. 자기 생명까지 내주는 것이 부모 마음임을 며칠 동안 큰 아이를 돌보면서 경험했습니다. 1987년 5월 4일 군입대를 했었습니다. 논산훈련소에 훈련을 받다가 어느 날 교관이 노래를 시켰는데 양주동 선생 노랫말, 이홍렬 선생이 작곡한 <어머님 마음>을 불렀습니다. 그만 울음 바다가 되었지요. 시커먼 20대 초반 남자들이 그렇게 우는 것은 처음봤습니다.
나실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기를제 밤 낮으로 애쓰는 마음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 뉘시며손 발이 다 닳도록 고생하시네하늘 아래 그 무엇이 높다 하리오어머니 은혜는 가이없으라.어려선 안고 업고 얼려주시고 자라선 문 기대어 기다리는 맘앓을 사 그릇될 사 자식 생각에 고우시던 이마 위엔 주름이 가득땅 위에 그 무엇이 높다 하리오어머니의 정성은 지극하여라사람의 마음속엔 온가지 소원 어머님의 마음속엔 오직 한가지 아낌없이 일생을 자식 위하여 살과 뼈를 깍아서 바치는 마음 인간의 그 무엇이 거룩 하리요 어머님의 사랑은 그지 없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