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사는 노총각 중에 살림 잘하는 사람이 있을까? 음…. 정답은 있다. 대부분 남자는 털털해서 혼자 산다 해도 집 꼴이 말이 아니고 이것저것 해먹기는커녕 하루 세끼라도 제대로 꾸준히 먹으면 그야말로 월드컵 박수를 마구 받을 일이다. 그만큼 노총각들은 제대로 생활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다들 결혼하라고 난리들인가 보다. 아니면 부모님 그늘에서 살던가, 하지만 그렇게 되면 부모가 고달프고 상황에 따라서는 이것저것 트러블 날 일도 많다.
수시로 잔소리를 하는 부모와 그런 것이 듣기 싫은 아들의 충돌(?)은 피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나 역시 마음과 달리 그런 면이 있어서 진작에 독립했다. 그중 혼자 사시는 남자분들 중에도 살림을 기가 막히게 하는 분들도 간혹 있다. 언젠가 아파트 근처에서 신기한 집이 발견됐다. 다른 집들은 창문이 평범한데 그 집만 알록달록 오색 시트지가 붙어져 있었던 것. 너무 신기했다. 도대체 누가 사는 집일까 하고.
그 집에 누가 사는지를 알게 되기까지는 그다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우연히 등록했던 디자인 학원에 덩치가 매우 크고 인상이 털털하신 형님이 계신 데, 친해지고 싶어서 말을 일부러 붙여 자주 술도 먹게 됐다.
"종수야, 우리 집에 가서 술 한잔하자" 그 형님을 따라서 간 곳은 '오마이 갓~'. 바로 그 집이었다. 결혼도 안 하고 혼자 사는 덩치 큰 산적 같은 형님 집이지만 실내는 예쁘고 깔끔했다. 먼지 하나 없는 것은 둘째 치고 곳곳에 쳐져있는 색색 커튼들 그리고 침대나 각종 가전제품에도 여러 가지 캐릭터 상품들로 장식돼 있었다.
그 분 성격이 여성적이냐. 절대 그렇지는 않다. 밖에서 볼 때는 털털하고 사람 좋은 아저씨 느낌을 풍긴다. 그냥 성격이 깔끔하고 예쁘게 집을 단장했을 뿐이다. 거기에 요리도 상당히 잘해서 냉장고를 열어보니 반찬도 많았다. 매우 드물지만, 가정주부처럼 아니 그보다 더한 노총각도 분명히 존재한다.
'주부 9단'을 꿈꾸며 블로그 이벤트에 관심을 두다
요새 각종 블로그에서 하는 이벤트에 눈길이 간다. 다른 블로거들은 진작부터 했었나 본데, 솔직히 난 이제야 알았다. 노총각들은 시대 흐름에도 둔감하단 말인가, 암튼 늦게 알았지만 한번 관심을 두고 열심히 들여다보며 공부하는 중이다. 요즘 보니 상당수 블로거가 이러한 이벤트들을 통해 많은 경품을 타고 있다. 해외 여행권이나 값비싼 것들은 물론 세세한 생활용품까지 좀 과장하면 대한민국에서 나는 모든 것들이 블로그에서 이벤트로 등장한다. 이런 것을 자칭 '주부 9단'을 동경하는 노총각이 놓칠 리가 없다.
특히 주부들 입장에서(?) 살림에 보탬이 되는 것들이 엄청나게 많았다. 사실, 나한테 화장품이나 각종 여성용품은 필요가 없다. 눈에 들어온 것은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선호하는 먹거리였다. 여기저기 찾아봤더니 먹거리만 따져도 블로그는 그야말로 어지간한 시장을 방불케 했다. 그러나 많은 경험을 통해 느낀 것이 있으니 세상 일에는 '욕심'보다는 '공부'가 먼저다. 뭔가를 하려면 확실히 하려는 성격상 제대로 준비도 하지 않고 욕심을 낸다는 것은 나 자신에게 부끄러운 일이다.
살림에 보탬되는 이벤트 상품, 블로그에 다 있다대부분 먹거리 이벤트들은 해당 상품의 스크랩 혹은 퀴즈 맞히기나 배너 달기 그리고 이후에 있을 리뷰 쓰기를 통해 공급된다. 이 같은 리뷰들은 단순히 글을 잘 쓰는 게 문제가 아닌 얼마나 제품을 잘 이해하고 다른 이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지가 키포인트다. 거기에 자신만의 독창성이 끼어 있다면 금상첨화다.
일단은 많은 리뷰들을 읽고 있다. 더불어 나보다 훨씬 많은 시간 동안 이벤트에 관심이 있는 선배 블로거들의 말도 경청 중이다. KBS 2TV < VJ 특공대>에 동네에서 빵집으로 성공한 모델로 소개된 유명 블로거 고재영씨에게도 많은 얘기를 들었다.
많은 음식 중 김은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다.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도 일단 김은 거부감 없이 잘 먹는다. 입맛이 없을 때, 방금 한 따뜻한 햇밥 위에 김 한 장 걸쳐서 먹으면 입맛이 확 돌아오기도 한다. 나 역시도 그러한 이유 때문에 김을 즐겨 먹는다.
최근 이벤트를 통해 김을 받았다. '가평잣김'이라고 상당히 잘 알려진 맛김이다. 이름 그대로 가평에서 나는 잣을 김과 융화시킨 식품으로 해당 지역의 특산품으로 빠르게 이름을 알려가고 있다.
경기도 가평군은 전체 산림 면적 중 잣나무가 차지하는 면적이 무려 30% 정도에 이를 정도로 광대한 데 그런 명성을 증명이라도 하듯 국내 잣 생산량의 60%를 감당하는 중이다. 가평잣김은 이러한 잣에서 추출한 기름을 김에 발라 구워낸 것으로, 특유의 향이 일품인지라 일반 김과는 또 다른 맛을 자랑하고 있다.
'바삭…' 갓 도착한 김을 입에 넣으니 기분 좋은 향과 함께 고소하고 바삭한 맛이 느껴졌다. 이에 지체없이 밥통에서 밥을 꺼내 수저 위에 싸서 게걸스럽게 먹기 시작했다. 단순한 김 한 장에 밥이 그렇게 꿀떡꿀떡 잘 넘어간다는 사실에 절로 웃음이 났다.
뭐랄까, 블로그 이벤트를 통해 받은 김을 직접 반찬으로 먹고 있다고 생각하니 마치 내가 직접 농사를 지어 해당 작물을 먹는 기분까지 들었다. 아, 이제는 주부에 이어 농민까지 빙의 되는 것일까. 총각으로 있다 보면 아무래도 배달 음식에 익숙할 수밖에 없다. 일단 이미 완성된 음식들이 도착하는 관계로 다른 잔손질이 필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량으로 들어오는 음식들은 정성을 비롯하여 다른 여러 가지 부분에서 집 음식과는 아무래도 다르다. '역시 뭐니뭐니해도 집에서 해 먹는 밥이 최고야' 김 한 장에 밥을 우걱우걱 먹고 있는 총각 머릿속에서는 주부의 마인드가 싹트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