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제주도 강정마을 해군기지 공사 발파 작업을 강행하는 가운데 서울에서도 이를 규탄하는 시민들이 거리로 나섰다. 7일 오전 있었던 비상시국회의에 이어 SNS을 중심으로 반대 목소리가 높아지는 모습이다. (관련기사 : 김미화 눈물 "구럼비 살려줘요"... 시민사회 "제주로 가자")
7일 오후 7시 서울 청계광장에서 개최된 촛불집회에는 1000여 명의 시민들이 모여 이날 시작된 해군기지 공사 폭파 작업을 규탄하고 공사 중단과 기지건설 백지화를 촉구했다. 이날 같은 장소에서 예정돼 있던 한미FTA 발효 중단 촛불집회도 함께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쌀쌀한 날씨 속에서도 한 손에는 촛불을, 다른 손에는 '구럼비를 살려줍서'라는 피켓을 들고 자리에 앉았다. 이들은 "국민무시, 환경파괴, 해군기지 건설 중단하라", "구럼비를 지켜내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참가자들은 환경파괴와 지역주민의 반대, 불확실한 안보기능과 경제성 등을 들어 기지건설에 반대했다.
"상식적인 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
한미FTA 발효 중단을 요구하며 7일째 단식농성 중인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는 "한미FTA와 제주 해군기지는 모두 미국의 패권을 확대하기 위한 꼼수라는 공통점이 있다"며 "FTA는 미국의 경제 식민지가 되는 길이고, 해군기지는 미군의 전초기지가 되는 일이다, 둘 다 꼭 막아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태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제주도 해군기지는 온통 거짓말 투성이"라며 "정부는 수십 년 동안 범죄 한 번 없었던 마을주민들을 건설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온통 범법자로 만들었고 성직자를 끌고 가고 탄압하며 국가보안법 사범으로 몰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강정마을 주민들이 돌맹이를 던졌다거나 각목을 들었다는 소식을 들어 본적 있는가"라며 "이 사회에 정의가 존재 한다면, 이 나라가 상식적인 국가라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 제주도에서 벌어지고 있다"며 한탄했다.
심상정 통합진보당 대표는 "제주 해군기지가 남방해역의 군사 주권을 지키기 위해서라는데 우리나라 남방 해역에서는 그 어떠한 군사 분쟁도 없었다"라며 "해군기지는 오히려 중국을 자극하는 행위로 안보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은 "해군에서 민군복합'미'항을 만들겠다고 하는데, 세상 어디에 아름다운 군사기지가 있는가. 그곳에서 무엇도 지금의 구럼비 바위보다 아름다울 수 없다"며 "폭파해야 할 것은 구럼비 바위가 아니라 저 무너져가는 강을 오염시키는 4대강의 콘크리트 보들"이라고 분노했다.
민주노총은 제주 4.3항쟁 기념일을 맞아 오는 31일과 4월 1일 양일 동안 제주도에서 개최하는 노동자대회를 강정마을에서 열고 해군기지 반대에 힘을 싣기로 했다.
"강정마을 사태, 주변에서 너무 모른다"
이날 참가자들 가운데는 트위터 등의 SNS를 통해 집회에 나온 시민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대학생과 직장인 등 20~30대가 주를 이룬 이들은 자신들이 직접 만들어 나온 손피켓을 손에 들고 구호를 외치거나 정장차림의 모습으로 집회를 지켜봤다.
대학생 김형수(25, 남)씨는 "트위터에서 발파 예정이라는 소식을 보고 밤새 잠을 자지 못했다"라며 "제주도에 아직 한 번 도 못가 봤는데, 이제 자주 가서 지역경제에 보탬이 될 테니 제발 구럼비 폭파를 중단해 달라"고 말했다.
직장을 마치고 집회에 참석했다는 김아무개(31, 여)씨는 "제주 올레길을 갔다가 강정마을을 알게 됐다"며 "방송사들이 파업해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이 문제를 제대로 알려주는 언론이 너무 없다, 주변 사람들도 너무 모른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는 "제주도를 내려갈 수도 없고 이렇게라도 강정마을을 지키는데 참여하고 싶었다"라며 참여 동기를 밝혔다.
한편, 제주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촛불집회는 당분간 한미FTA 발효 중단 촛불집회와 함께 매일 오후 7시 청계광장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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