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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교육청의 '공문 없는 날' 보도자료 경기도교육청이 전국 최초라며 내세운 '공문 없는 날'이 사실상 거짓인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도교육청의 '공문 없는 날' 보도자료경기도교육청이 전국 최초라며 내세운 '공문 없는 날'이 사실상 거짓인 것으로 드러났다. ⓒ 임정훈

"수요일에 안 한 공문처리를 목요일에... 조삼모사"

경기도교육청(교육감 김상곤, 아래 도교육청)이 교원 업무 경감의 하나로 전국 최초 시행을 내세우며 보도자료를 내고 추진한 '공문 없는 날'이 사실상 거짓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첫 시행일인 지난 7일 경기도 내 각 학교에는 도교육청과 지역교육청 등에서 보낸 공문들이 수북하게 쌓였고 학교 현장에서는 교사들의 불만과 원성이 높았다.

도교육청은 지난 5일 대대적인 홍보를 통해 '전국 최초 매주 수요일 <공문 없는 날> 전면 시행'한다고 밝혔다. "도내 초중고 교사들은 매주 수요일, 교육청의 공문을 받지도 보내지도 않는다"는 것이 핵심내용이다. 도교육청은 이를 위해 지난 1월과 2월 두 달에 걸쳐 시범 운영까지 실시했다. 여기에는 도교육청과 북부청사 일부 부서와 화성오산교육지원청, 평택교육지원청, 연천교육지원청 등 3개의 지역 교육청이 시범 운영 기관으로 나섰다.

그러나 도내 전 지역으로 전면 확대 실시한 첫날인 지난 7일 도교육청의 이 같은 홍보와 시범 운영은 무용지물이 됐다. 도내 거의 모든 초중고교에서 도교육청과 지역교육청 등에서 보낸 공문이 넘쳐났던 것이다.

평택의 한 중학교에서는 이날 하루에만 87건의 공문이 오고 갔는데 도교육청과 지역교육청에서 보낸 공문이 33건이나 되었다. 성남의 한 고교에서도 도교육청 등 외부에서 보낸 공문이 31건에 이르렀다. 이를 배부 받은 해당 학교 교사들은 공문을 처리해야 했다.

매주 수요일을 교육청의 공문을 받지도 보내지도 않는 '공문 없는 날'로 만들겠다던 도교육청의 발표가 사실상 거짓으로 드러나자 교사들의 비난과 지적도 이어졌다.

성남 ㅇ고의 한 교사는 "학교현장 업무처리 프로세스를 전혀 모르는 무지다. (교육청에서) 어제 보내면 일선학교에서는 오늘 접수한다. 결국 수요일은 교육청에서만 공문이 없는 날이라는 말이다"라며 도교육청의 탁상행정을 비판했다.

군포의 한 고교 교사도 "결국 업무는 그대로인데 수요일 안 한 공문 처리를 목요일에 하면 뭐가 다른가. 조삼모사가 따로 없다"면서 "도교육청이 이벤트의 유혹에 빠져 보여주기식 실적주의 행정을 펼치고 있어 개탄스럽다"라고 지적했다.

오산의 한 초등학교 교무부장 교사는 "평상시 공문을 줄여야지 수요일에 공문을 안 주고 화요일이나 목요일에 몰아서 주면 무슨 의미가 있나. 학교 교사들의 분위기는 매우 못마땅해하고 싸늘하다고 꼭 써달라"고 하소연했다. 실제로 도교육청이 내놓은 자료를 보면 시범운영 과정에서 화·목요일에 공문이 집중되는 현상이 나타났던 것으로 돼 있다.

. '공문 없는 날'이 무색할만큼 경기도교육청과 지역 교육청에서 보낸 공문이 학교에서는 넘쳐났다. 발신인이 모두 경기도교육청이거나 지역교육청인 공문들.
.'공문 없는 날'이 무색할만큼 경기도교육청과 지역 교육청에서 보낸 공문이 학교에서는 넘쳐났다. 발신인이 모두 경기도교육청이거나 지역교육청인 공문들. ⓒ 임정훈

"업무에서 벗어나 수업에 전념"..."도교육청의 이벤트성 탁상행정"

한편, 두 달간 시범 운영을 한 지역교육지원청 역시 공문 없는 날임에도 불구하고 학교에 공문을 보낸 것으로 드러나 시범운영의 취지와 목적을 상실했다는 비판과 함께 총체적 부실이라는 지적도 뒤따르고 있다.

이 같은 문제제기에 도교육청 학교혁신과 담당 장학사는 전화통화에서 "어제(6일) 도교육청에서 발송한 공문을 오늘(7일) 학교에서 접수하게 되므로 이 같은 사태를 예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문 없는 날'에도 교사가 아닌 행정실무사가 공문을 접수할 수 있으며, 접수한 공문을 교사들에게 이날만큼은 배부하지 않는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교사들이 공문을 배부 받지 않는 대신 수업과 생활지도 등의 교육활동에만 전념하는 날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공문은 그대로이고 사실상 공문이 없는 날은 없는 것 아니냐고 묻자 이 장학사는 "그런 셈이다. 이날 하루만이라도 교사들이 행정업무에서 벗어나 수업과 학생 지도에 전념하라는 뜻으로 이해해주며 좋겠다"라고 말해 '공문 없는 날'이 과장된 것이었음을 인정했다. 시범운영과 관련해서도 "이 제도가 가능할까를 알아보기 위해 제한적으로 실시한 것일 뿐"이라며 두 달여나 시행한 시범운영의 의미를 축소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 "교육감도 처음엔 이런 사태를 염려했으나 교원행정업무경감모니터링단의 90%가 긍정적이고 환영한다는 입장이어서 이 같은 내용으로 교육감에게 보고하고 추진한 것"이라고 말하고 "충북교육청도 우리를 따라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2월 김상곤 교육감은 기자회견을 열고 '교원 행정 업무 제로화'의 일환으로 매주 수요일을 '공문 없는 날'로 지정해 실질적으로 공문 생산량을 최소 20% 이상 감축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시범운영을 거쳐 전면 확대 실시된 '공문 없는 날'에도 공문은 계속됐고, 8일 오전 확인 결과 7일에도 도교육청에서 학교로 보낸 공문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가운데 도내 초중고 교사들은 '공문 없는 날'이 도교육청의 이벤트성 탁상행정이라며 중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어 도교육청의 향후 대책이 주목된다.


#경기도교육청#김상곤#교원업무경감#업무경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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